‘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목숨은 파리목숨’이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사례가 다시 등장했다. 케이블 사업자 티브로드 하청업체들이 소속 노동자들을 고용승계를 하지 않으면서 결국 파국으로 이어졌다. 노동자들은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다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비정규직지부(지부장 이영진)는 23일 오전 명동역에 위치한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고자 문제 방치하고 책임 회피하는 티브로드 원청에 맞서 총력 투쟁에 나서게 됐다”며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티브로드는 하청업체 간 용역계약을 갱신하면서 최근 3개 센터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비정규직지부는 23일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숙농성에 돌입했다(사진=비정규직지부)

이들은 “티브로드의 하청업체 변경과정에서 수 십 명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 길거리로 내몰렸다”며 “노동조합은 티브로드 원청과 하청업체에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청해왔다. 그러나 하청업체들은 ‘고용할 의무가 없다’, ‘수습 기간을 거친 후 면접을 통해 선별 채용을 하겠다’라며 고용승계에 대하여 노골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티브로드는 원청으로써의 책임과 권한을 회피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십 수 년을 한 지역에서 고객들과 만나며 티브로드를 위해 일해 왔던 노동자들이 업체가 교체되며 사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전부 해고자가 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하청업체는 총 4곳이다. 시흥·광명 지역의 한빛북부기술센터는 업체가 폐업했다. 전주의 경우, 신규 업체에서 고용승계를 거부하면서 티브로드와 계약이 만료되는 3월 1일부터 2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전부 해고자 신세가 될 전망이다. 인천의 경우, 고용은 승계됐으나 문제는 초단기 근로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측은 성과에 따라 근로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노동환경이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티브로드 하청업체 대량 해고 발생의 책임은 원청인 티브로드에게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한다. 이들은 “노동조합은 진짜 사장(원청)인 티브로드가 업체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직접 나서 해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해왔다”며 “그러나 티브로드 원청은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없이 고용승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형식적인 말만 되풀이하며 해고 사태가 발생한지 3주가 넘어가는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티브로드 원청은 노동조합과의 면담도 거부하고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동조합은 대화를 거부하고 고용불안을 야기하며 노조파괴 공작을 자행하는 티브로드 원청을 규탄하며 총력 투쟁에 돌입할 것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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