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희대의 사태가 발생했는데 어느 누구 책임지지 않는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방송통신위원회도 부르고, 방송문화진흥회, MBC 안광한 사장, 녹취록 당사자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도 불러서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데 새누리당 홍문종 위원장과 박민식 간사가 미방위 회의 소집조차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홍문종 위원장이 지난 주말 공천 심사면접을 보겠다고 공천심사위원들 앞에서 겸손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런 공손한 태도를 국민들에게는 한번만이라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인가”_언론노조 최정기 정책국장

4·13 총선을 앞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MBC녹취록’이 폭로되면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하고 경영진들의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 MBC의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과 방송정책을 총괄 관장하는 방통위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국회라도 나서야 하지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는 회의 소집조차 못하고 있다. 회의 개최를 거부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22일 여의도에 위치한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은 불법해고, 방송독립침해에 눈감지 말고 ‘MBC청문회’에 당장 응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상임위 개최 거부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MBC녹취록, 방통위·방문진에 이어 국회 상임위까지 마비시켜)

▲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22일 여의도에 위치한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은 불법해고, 방송독립침해에 눈감지 말고 ‘MBC청문회’에 당장 응하라”고 촉구했다ⓒ미디어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이 직무를 다 하지 않아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여러 차례 짐작은 해왔지만 MBC에서 공정보도를 외치다가 하루아침에 해고돼 길거리로 내몰린 언론노동자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해고되어야 하는지 우린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측 인사 본부장이라는 자가 자백을 했다. ‘최승호·박성제 이 두 사람은 해고해야할 아무런 근거가 없지만 해고했다’는 게 그 요지”라고 강조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언론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가 MBC 경영진에 의해 무참히 유린당한 것이다. 국회는 언론의 자유를 바로 세우기 위해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새누리당 미방위원들이 이를 거부했다. 상임위를 개최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다. 더군다나 헌법을 유린한 사태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상임위를 개최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환균 위원장은 “새누리당에 강력히 요구한다. 헌법을 유린한 이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헌법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과 최승호 PD와 박승제 기자에 대한 아무런 증거없는 해고를 연관시키는 지적도 나왔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은 “박근혜 정부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대한민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고 추진하고 있다”면서 “MBC에서 멀쩡한 기자·PD를 아무런 증거 없이 해고했다. 소송에서 지면 그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는 식이다. 몇 년이 걸려도, 얼마의 변호사와 비용이 들어도 상관없다는 그야말로 범죄적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조능희 본부장은 새누리당에 “이것이 대한민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동개혁의 ‘일반해고’인가, 새누리당의 정책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MBC는 공기업이다. 이런 데에서 벌어지는 일을 새누리당은 그대로 뭉개고, 묻고, 감추고, 진상을 파악하자는 요구에도 그럴 수 없다고 한다”며 “정신차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MBC청문회’ 개최를 공문으로 요청했으나 새누리당 미방위원들은 단 한 명도 답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 여당이 MBC녹취록 사태와 관련해 '무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끝으로, 언론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홍문종 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총선 공천 심사위원들 앞에서 보인 겸허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국민과 유권자들에게도 보여달라”며 “정치권이 공영방송 불법행위의 방조자, 은폐자가 되어선 안 된다. 지금 당장 청문회를 실시해 법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의 실상을 국민을 대표해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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