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이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 등을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MBC녹취록’과 관련해 사실상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여당 추천 고영주 이사장과 이인철·권혁철 이사는 MBC녹취록과 관련해 방문진의 관리감독 범주가 아니라는 논리로 백종문 본부장의 출석을 강력히 반대해 ‘방문진 무용론’이 재차 제기될 전망이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백종문 본부장 녹취록에 기재된 사실관계에 대한 진상규명 및 향후 방문진 조치에 관한 건>(유기철·이완기·최강욱 이사)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은 MBC녹취록과의 상황에 대해 사적인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라며 방문진의 MBC 관리감독 영역을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문진은 이날 “필요하면 추가적으로 논의하자”고 결론을 내렸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논의할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사실상 추가논의가 될지 조차 미지수인 상황이다

▲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미디어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방문진은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로부터 받은 녹취록 전문과 그동안 보도된 기사들을 중심으로 약 4시간가량 이야기가 진행됐지만 이사들 간 입장을 좁혀지지 않았다.

MBC녹취록과 관련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기초적인 백종문 본부장의 방문진 출석 여부에서부터 입장이 갈렸다.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여당 추천 이사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대화로 방문진에서 백종문 본부장을 부를 필요성은 못 느낀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야당 추천 이사들은 그것이 왜 사적이냐, 시간과 장소만 사적이지 대화내용 99%는 공적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결국, MBC와 관련한 방문진의 ‘관리감독권 범주’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는 얘기다. 유기철 이사는 “여당 추천 이사들은 MBC 내부에서 법적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에 반해 우리는(야당추천)그걸 방문진에서 다루지 않는다면 이 기관은(방문진)은 없어져야한다는 입장이다. MBC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형법과 민법에 따라 처리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녹취록에서 ‘해고’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데 방문진에서 논의할 게 아니면 뭐냐고 했더니 (여당 추천 이사들이)사적에서 술 먹고 한 헛소리라서 방문진에서 논의하는 게 창피하다고 하더라”며 “비열한 범죄자가 허락도 없이 녹취해서 자기 이득을 위해 (공표)한 것 가지고 방문진에서 놀아나선 안 된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원복집 사건이 생각났다.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도청으로 몰아 희석시켰던 것과 같지 않냐고 문제제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최강욱 이사는 “술 먹고 사적에서 헛소리를 한 얘기인지 여부 또한 백종문 본부장 당사자에게 확인해 봐야할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고영주 이사장과 이인철·권혁철 이사는 절대 안 된다면서 또다시 ‘표결하자’는 얘기가 나와 도중 퇴장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방문진에서는 ‘백종문 본부장 출석여부’에 대해 여당 추천 이사들 간에도 입장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백종문 본부장을 부르자는 입장이라고 들었다’는 물음에 김광동 이사는 “(별도로 날짜를 잡아 백종문 본부장을)부르자는 건 아니고 (이미 25일)안광한 사장이 출석을 하고, 백종문 본부장도 어차피 두 번 중 한번은 방문진에 출석을 하는데 그때 물어봐도 충분히 소명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당 추천 유의선 이사는 MBC녹취록에 나오는 대화내용에 대해서만 물어본다는 전제로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MBC녹취록과 관련해 백종문 본부장의 소명을 방문진에서 공식적으로 들어 봐야한다는 입장이 5인(김광동·유의선·유기철·이완기·최강욱)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3인(고영주·이인철·권혁철)의 강력한 반대로 이 조차도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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