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특급 여성 작가들이 대거 복귀한다. 막장 드라마가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 드라마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증받은 스타 작가들이 돌아온다는 사실은 반갑기만 하다. 최소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김은희부터 노희경까지;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드는 여성 작가 전성시대, 올해도 다르지 않다

여성 작가들의 역습은 tvN에서 방송 중인 <시그널>이 증명해주고 있다. 국내 장르 드라마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김은희 작가는 완벽한 이야기의 힘으로 연일 호평을 받고 있다. 왜 뛰어난 작가들을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음 주부터 KBS2의 수목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태양의 후예>가 방송된다. 사전제작으로 이미 촬영을 끝낸 이 작품은 송중기와 송혜교의 조합으로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진구와 김지원, 온유 등 다양한 출연진으로 큰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 김은숙 작가의 신작 KBS2 <태양의 후예>

중국과 한국에서의 동시 방영을 앞둔 <태양의 후예>는 중국 시장을 위한 출연진이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거대 시장에 대한 맞춤식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오직 인물만을 내세운 <용팔이> 같은 막장은 아닐 것이다. 최소한 김은숙 작가가 막장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존재하니 말이다.

김은희 작가가 <시그널>을 통해 장르 드라마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면, 김은숙 작가는 특유의 재미를 품은 채 지상파에서 다시 한 번 인기몰이를 준비 중이다. <시크릿가든><신사의 품격>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등 히트 작가로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김은숙 작가가 <태양의 후예>로 돌아온다.

조만간 <닥터스>로 돌아올 하명희 작가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상류사회>에서 볼 수 있듯, 섬세한 이야기의 힘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이번 작품 역시 주목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하명희 작가가 작품에 녹여낸 인간관계의 힘과 사랑의 가치는 그녀의 드라마를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큰 축복과 같을 듯하다. 올해 기대작이 적은 SBS로서는 하명희 작가의 작품을 기대해볼 만하다.

하명희 작가의 <닥터스>는 현재 박신혜가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기존 '의학 드라마'와 달리 ,하 작가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학벌과 출신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 이경희 작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노희경 작가 <괜찮아, 사랑이야>

드라마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KBS2는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에 이어 이경희 작가의 <함부로 애틋하게>를 편성해 부진을 만회하고자 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경희 작가에 대한 기대감은 당연히 클 수밖에는 없다.

김우빈과 수지, 임주환, 임주은 등이 출연하는 <함부로 애틋하게>. 이경희 작가의 장점이 젊은 배우들과 함께 어떤 식으로 드러날지 궁금해진다. 악연을 가진 두 남녀가 최고의 스타와 다큐 피디로 만나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10주년을 맞아 엄청난 작품 라인업을 짠 tvN은 김은숙 작가 외에도 기대할 만한 작가들이 즐비하다. <로열 패밀리> <갑동이>의 권음미 작가의 신작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파스타>의 권석장 피디와 함께 7월 경 방송을 탈 예정이다. 경력 단절 여성이 사무장에서 변호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작가는 역시 노희경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로 돌아올 노희경 작가는 그 이름만으로도 필견의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다. 드라마의 격을 한껏 올려놓았던 노희경 작가가 tvN의 10주년을 기념하는 대표 작가로 보여줄 이야기는 황혼의 로맨스다.

김혜자, 김영옥, 나문희, 고두심, 박원숙, 고현정, 주연에 노희경 작가를 위한 특급 도우미들인 조인성, 성동일, 이광수 등이 특별출연을 자청한 <디어 마이 프렌즈>는 출연진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20대 청춘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4, 50대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핵심이 되는 시대적 변화와 실버 시대를 적극적으로 바라보는 이 드라마는 새로운 트랜드의 기준을 잡아줄 것으로 보인다.

소외되거나 주변 인물로 전락했던 배우들이 전면에 등장해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외치는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희경의 깊은 성찰이 압축된 작품으로 다가올 것 같다. 노희경 작가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모든 것들이 이 안에 모두 담길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걸작의 탄생이 기대된다.

▲ 3월 방송 예정인, tvN 새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지난해 SBS가 전체적으로 강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tvN의 약진이 두드러져 보인다. <응답하라 1988>로 핵폭풍을 몰고 온 tvN은 <치즈인더트랩>과 <시그널>이 호평을 받으며 방송 중이다. 여기에 후속작인 <피리부는 사나이>와 <기억> 역시 걸출한 배우와 제작진으로 인해 벌써부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남성 작가들이 거대 담론과 굵직한 이야기를 들고 나오기는 하지만 그리 큰 기대가 되는 작품은 없다. 유명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는 섬세한 표현으로 승부한다. 사회적 문제를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올 한 해 여성 작가들의 약진은 도드라져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막장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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