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할 때만 하더라도 1600명 사원 중 회사가 쓸 수 있는 사람들은 200~300명밖에 안됐다” / “조직적인 정비를 올해 안에 해야 한다. 경력사원도 뽑았다. (그 과정에서) 인사검증을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를 다 봤다”
- MBC 녹취록,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지난달 25일 공개된 이른바 ‘MBC 녹취록’에는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의 170일 파업 당시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내용 외에도 △MBC 조직 운영 방식의 문제점 △제작자율성 침해 시도 △보수 인터넷 매체와의 부당거래 등이 드러나 있었다. 백종문 본부장은 파업 이후 망가진 조직 운영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경력사원 인사검정을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를 다 봤다”고 실토했다. 공정한 과정을 거쳐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에서 ‘지역차별’이 일어났다는 것을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과 청년유니온(위원장 김민수)은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지역차별 채용’을 면밀히 조사한 후 시정 조치를 해야 한다고 인권위에 촉구했다.

▲ 17일 오전 11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청년유니온은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지역차별 채용 논란에 대해 인권위에 조사와 시정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오늘 여기 온 이유는 녹취록 중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행여라도 노조에 가입을 할까봐 이것저것 다 봤다’는 대목 때문이다. 지역차별을 했다는 말의 함의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활동할 권리를 적대시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고, 헌법 제11조가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평등권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청년 일자리를 보장하고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 MBC가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MBC 경영진 때문에 명확하게 헌법에 위배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이것에 대해 명확하게 보상하고 진상을 밝혀달라는 뜻”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이니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인권위 서립 취지에 맞게 조사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청년유니온 조합원 중에서 언론사 희망 입사자들이 많다”면서 “최근 지역차별을 암시하는 발언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커뮤니티에서 절망과 탄식이 나오고 있고, 저희도 조합원들에게도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대단히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김민수 위원장은 “MBC는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악을 홍보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는다. 그런데 지난 2013년 이후 (신규 채용이) 중단된 것에 대해 묻고 싶다. 공영방송에서의 지역차별과 부정한 채용 관행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명백한 진상규명과 정당한 판결이 있기를 바란다”며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안기는 문제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와 청년유니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MBC는 임금피크제를 8년째 시행하고 있지만, 2013년 12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신규 공개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여당이 말하는 노동개혁 정책과 상반되는 결과가 공영방송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는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정책을 적극적으로 보도해왔다. 청년들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출신 지역을 선별한 행위는 이른바 오너가 있는 민간기업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이다.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과 노동권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자, 채용 시 지역 차별을 금지한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MBC 경영진의 반사회적 ‘차별 행위’에 대해 인권위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바로잡아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경력직 채용 때 특정 지역에 대한 선호 또는 배제 행위가 발생했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다시 이런 행위가 발생하지 않게 시정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