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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SSOU’, 또 하나의 ‘걸작’을 만들어낸 래퍼 화지[김학선의 소리 나는 리뷰] ZISSOU 外
김학선 / <보다> 편집장 | 승인 2016.02.14 13:29
편집자 주 _ 음악웹진 <보다>의 김학선 편집장이 미디어스에 매주 <소리 나는 리뷰>를 연재한다. 한 주는 최근 1달 내 발매된 국내외 새 음반 가운데 ‘놓치면 아쉬울’ 작품을 소개하는 단평을, 한 주는 ‘음악’을 소재로 한 칼럼 및 뮤지션 인터뷰 등을 선보인다.

* 국내 음반

화지 <ZISSOU> (2016. 2. 2.)

   
 

“이미 걸작을 보유한 래퍼 화지”. <ZISSOU>의 보도자료는 이런 문구로 시작한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화지는 이미 첫 앨범 <EAT>(2014)를 통해 한국 힙합의 가장 중요한 이름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ZISSOU>는 말하자면 소포모어 앨범이지만 징크스 따위는 없다. 화지는 1집에서 들려줬던 ‘이야기’의 힘을 우직하게 밀고 나갔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에서 영감을 얻어 앨범을 작업한 이 히피 래퍼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냉소적으로 그려낸다. 온전히 한국말 가사를 가지고 이처럼 일관된 주제를 풀어갈 수 있는 래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영 소울 혼자 작업한 사운드 프로덕션은 일관성과 지루함으로 나뉠 수 있겠지만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전자를 택할 것이다. 화지는 또 하나의 걸작을 만들어냈다.

수상한 커튼 <수상한 커튼의 1년> (2016. 1. 27.)

   
 

수상한 커튼의 ‘바다’를 처음 들었던 순간을 종종 생각한다. 바다의 쓸쓸한 풍경을 그리는 그 노래는 수상한 커튼이라는 싱어송라이터를 재발견하게 했다. ‘바다’가 들어있는 두 번째 앨범 <아름다운 날>(2013) 이후 수상한 커튼은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매달 하나씩의 노래를 발표하는 것이다. ‘월간 윤종신’이란 프로젝트로 친숙한 이 방식을 수상한 커튼도 진행해나갔다. ‘월간 윤종신’이 그간의 노래들을 모아 <행보>란 이름으로 앨범을 낸다면 수상한 커튼은 여기에 <수상한 커튼의 1년>이란 제목을 붙였다. 1년간의 프로젝트지만 앨범은 일관성을 갖고 수상한 커튼이라는 음악가의 지난 1년을 보여준다. 매달 그때마다의 기분과 주변의 풍광은 달랐겠지만 그 정서만은 그대로 유지된다. ‘늦 여름밤’과 ‘보름달’과 ‘메리 크리스마스’를 한 장의 앨범에서 만날 수 있다.

이아립 <망명(亡明)> (2016. 2. 3.)

   
 

난 이아립이 지난 앨범 <이 밤,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네>(2013)로 자신의 세계를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그 기막히도록 특별한 목소리에 어울리는 곡과 편곡을 완전하게 찾은 것 같았다. 놀라울 정도의 안정감과 평온이 담겨있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하던 그는 믿음직한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와 새롭게 계약을 하고 <망명>을 준비했다. 역시 일렉트릭 뮤즈 소속의 홍갑이 편곡자로 이름을 올리며 신상(?)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전작보다 조금 더 풍성해진 연주와 다양한 형식의 편곡이 <망명>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아립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정서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소박하되 그 무엇보다 공명이 큰 세계다.

* 국외 음반

Joey Alexander <My Favorite Things> (2016. 1. 19.)

   
 

11살이다.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4학년 정도 되는 나이다. <스타킹>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나이에 11살의 피아니스트는 재즈 피아노 앨범을 발표했다. 기념품 수준의 앨범이 아닌 수준급의 앨범이다. 당장 이 앨범은 그래미 두 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물론 어린 나이나 인도네시아 출신이라는 외적인 요소가 이 앨범에 대한 관심을 더 증폭시켰다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Giant Step’, ‘My Favorite Things’, ‘Round Midnight’ 등 조이 알렉산더가 연주하는 친숙한 스탠더드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듣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Megadeth <Dystopia> (2016. 2. 4.)

   
 

<Endgame>(2009)과 <TH1RT3EN>(2011)을 연달아 만들어내며 안정적으로 가는 듯하던 메가데스는 기타리스트 크리스 브로데릭이 팀을 떠나면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10년 동안 드럼 자리에 있던 숀 드로버까지 함께 팀을 나갔다. 거기에 근작 <Super Collider>(2013)는 무척이나 실망스런 작품이었다. 기대할 만한 ‘꺼리’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메가데스의 리더(이자 독재자) 데이브 머스테인은 의외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메가데스란 팀의 음악과는 궤가 맞지 않는 파워 메탈 밴드 앙그라의 키코 루에이로를 기타리스트로 영입했고, 드러머 자리엔  램 오브 갓의 크리스 애들러를 참여시켰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메가데스는 <Dystopia>로 그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메가데스 특유의 날카로움을 잃지 않으면서 키코 루에이로의 합류로 더 다채로운 들을 거리를 갖게 됐다. 데이브 머스테인의 보컬은 세월의 아쉬움을 갖게 하지만 반대로 사운드는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이 새로운 조합의 롱런을 기대하게 만드는 앨범이다.

Troye Sivan <Blue Neighbourhood> (2016. 1. 23.)

   
 

‘깊고 푸른 밤 같은 노래들’이란 홍보문구는 트로이 시반의 음악을 설명하는데 꼭 맞춤한 말처럼 들린다. 유튜브를 통해 이름값을 올린 트로이 시반은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순탄한 항해를 시작했다. 스스로 곡을 쓰고 노래를 하는 트로이 시반은 기본적으로 좋은 멜로디를 가지고 곡 전체를 이끌어간다. 여기에 ‘깊고 푸른 밤’의 이미지의 사운드 프로덕션을 통해, 때로는 별이 반짝이는 밤의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하고 때로는 짙푸른 밤하늘을 그려내기도 한다. 거창하거나 위대하진 않다. 좋은 음색으로 표현해내는 좋은 멜로디가 있을 뿐이다. 좋은 팝 앨범이다.

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 공감>의 기획위원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맡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K-POP, 세계를 홀리다>라는 책을 썼다. 

 ▶[김학선의 소리 나는 리뷰] 더 찾아보기

김학선 / <보다> 편집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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