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에서 ‘눈물 부자’로 등극한 인물이 있다. 정상훈은 꽃청춘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조정석, 정우, 강하늘과 브로맨스에 가까운 우정을 보여주며 맏형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가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고 있던 시기는 뮤지컬 <오케피> 개막을 앞두고 있던 차, 이에 하루 먼저 귀국하게 된 정상훈은 세 명의 아우들과 헤어지기에 앞서 눈물을 보였다. 그 유명한 유행어 <SNL 코리아> ‘양꼬치엔칭따오’의 정상훈, <꽃보다 청춘>과 뮤지컬 <오케피>의 정상훈을 만나보았다.

-<오케피> 연습 일정과 <꽃보다 청춘> 녹화 일정이 겹쳤을 텐데 어떻게 예능 출연과 뮤지컬 연습 두 가지 일정의 병행이 가능했는가.

“원래는 TV 녹화를 위해 뮤지컬 연습을 빠진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황정민 연출가가 저를 믿고 아이슬란드 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걸 허락해주었다. 뮤지컬이 12월 중순에 시작했는데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아이슬란드를 다녀올 수 있었다.

황정민 연출가는 제가 고생할 때 곁을 떠나지 않고 있어준 형들 가운데 한 명이다. 제가 잘 되는 걸 기뻐한다. 황정민 연출가에게 보답하는 길은 공연을 잘하는 것뿐이다. 출국하기 전에 연습을 배 이상으로 많이 하고 출국했다.”

▲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 정상훈

-그렇다면 황정민 씨가 관계중심적이라는 이야기?

“그동안 제가 공연해온 걸 보고, 정상훈은 막바지 연습을 빠져도 충분히 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양해를 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

-7년 동안 무대에 오르다가 <SNL 코리아>로 뜬 연예인이다.

“만일 무대에서의 제 모습이 지겹고 힘들었다면 아마도 무대를 떠났을 거다. <SNL 코리아> 할 때도 무대를 놓지 않았다. <SNL 코리아>를 할 때도 <맨오브라만차>로 뮤지컬 무대에 섰다. 무대가 좋다. 무대가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대에 서면 자기개발도 되지만 ‘에너지 드링크’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공연은 두 시간 동안 한 사람이 한 역할을 꼬박 이끄는 거다. 이런 걸 통한 좋은 느낌도 말로 다할 수 없다. <SNL 코리아>는 짧으면서도 임팩트 있고, 웃기기 위한 코미디다. 그런데 남을 웃기다 보면 자괴감이 들 때가 가끔 있다. 무대는 그런 자괴감을 치유 받을 수 있는 병원 같은 곳이다.”

-정상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양꼬치엔칭따오’라는 유행어다.

“뮤지컬 <스팸어랏>에서 한국어와 중국어를 섞은 게 모티브였다. <SNL 코리아>에서 특파원을 연기해야 하는데 중국어 특파원으로 해달라고 요청해서 유행어가 탄생하게 된 거다. 무대가 모든 것의 모티브가 된 셈이다.”

▲ 뮤지컬 <오케피> 색소폰 연주자로 출연 중인 정상훈 Ⓒ샘컴퍼니

-<꽃보다 청춘>에선 맏형으로서 부담감이 있지 않았는가.

“(조)정석이와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해서 부담되지는 않았다. <꽃보다 청춘>을 녹화하기 전에 몇 달 전부터 쉬질 못하다가 친한 동생들과 함께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하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여행 콘셉트이지만 각본대로 가는 게 아니라 네 명의 남자들이 자유롭게 찍을 수 있었다.”

-<촉촉한 오빠>를 보면 아내에 대한 각별함이 인상적이다.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곁에 있는 배우자는 보통 분들이 아니다. 배우는 정규직이 아니다. 오디션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자칫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입이 없을 수도 있다. 무대에 서지 않는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할 수는 있지만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육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입이다.

이런 특수성을 감안하고 인내해준다는 면에 있어 아내가 무척이나 고맙다. 만일 아내가 ‘오빠, 정신 차려. 현실을 직시해. 이렇게 해서 애들을 키울 수 있을 거 같아? 오빠 꿈도 좋지만 안정적으로 살자’고 했으면 배우를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끝까지 응원해줄 수 있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연기로 떠야 했는데 예능으로 떴다는 고민은 없었는가?

“전혀. 무엇이 되었든 사랑해주시는 게 감사했다. 이 정도로 사랑해주실 줄은 몰랐다. <SNL 코리아>에 출연할 때만 해도 3개월 반짝 하고 사그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랑받고 <꽃보다 청춘>까지 출연해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음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 저의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이제는 고뇌했던 연기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픈 욕심이 있다.”

-TV에서는 감초 연기를 벗었지만 무대에서는 감초 연기를 벗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감초 연기는 재미있어서 제의가 들어오면 좋다. 감초 연기도 웃기기만 한 게 다가 아니다. 그 안에도 웃음 이면에 슬픔과 애환이라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 만일 무대 위에서 그동안 보여드리지 않은 제 안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다면 환영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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