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2개월, 4개월 간 후임자가 없어 사실상 공석이었던 EBS 부사장, 감사에 또 다시 퇴직을 앞둔 관료 출신이 내려온다는 ‘설’이 돌고 있다. EBS노조는 “공영방송 EBS가 정부기관들의 인사 적체, 퇴물 관료 해소를 위한 해우소인가”라며 “굴욕적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홍정배, 이하 EBS지부)는 11일 낸 성명에서 각각 2개월, 4개월 동안 후임자를 구하지 못했던 부사장, 감사 자리에 각각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통신 관료와 곧 퇴임을 앞두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출신 관료가 내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낙하산’ 의혹을 제기했다.

EBS지부에 따르면 EBS 부사장, 감사는 지난해 12월, 10월에 임기가 종료됐다. 그러나 부사장 임명권을 갖고 있는 우종범 사장과 감사 임명권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임기 종료 후에도 인사를 단행하지 않다가 최근 정부 관료 출신 인사를 내정했다는 것이다. EBS지부는 “12월 말, 2월 초 정부기관 정기 인사가 마무리되고 나서야 두 석의 퍼즐이 맞춰졌다”며 “국민의 교육 공영방송 EBS가 정부기관들의 인사 적체, 퇴물 관료 해소를 위한 해우소인가”라고 꼬집었다.

▲ ⓒ미디어스

EBS지부는 부사장으로 거명되는 인사에 대해 “방송에 문외한인 자가 공영방송의 부사장직에 적합한지 의문”이라며 “정부 부처에서 하루아침에 공영방송사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에게 과연 공정성과 균형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감사로 거명되는 인사에 대해서는 “그간의 방통위 출신 감사에도 모자라 이번엔 방통심의위 출신 감사라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EBS 감사 임명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방통위는 그동안 방통위 출신 관료를 줄곧 EBS 감사로 임명했다. 황부군 전 감사는 방통위 방송정책국장, 최준근 전 감사는 방통위의 전신인 방송위원회 연구센터장, 나형수 전 감사와 이길범 전 감사는 모두 방송위원회 사무총장 출신이다. 경기고 교장, 삼성 꿈장학재단 이사를 거친 교육계 인사인 현 이영만 감사가 이례적인 케이스다.

EBS지부는 방통위에게 “EBS 구성원들이 용납할 수 없는 굴욕적인 낙하산 감사 임명 카드를 접을 것”을, 우종범 사장에게 “무소신 행보를 멈추고 EBS 정체성에 걸맞은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부사장에 임명할 것”을 촉구했다.

EBS지부 관계자는 “(몇 달 간 부사장, 감사 등의 후임자를 정하지 않았던 경우는)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까지 오래 걸린 적은 드물었다”고 전했다. 이어, “KBS 감사는 KBS이사회 제청으로 되어 있는데 EBS는 방통위가 감사 임명권을 갖고 있어, EBS 감사가 마치 방통위 출신 자리인 것처럼 계속해서 쓰여 온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통심의위 출신이 온다고 한다. 이 자리를 (정부 관료들의) 전리품처럼 생각하고 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에 EBS 측은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 받은 바가 없다”고만 밝혔다. 한편, EBS 부사장 이임식은 내일(12일) 중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