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이 이주민에게 갖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자국에 대한 신념으로 구성된 상징정치(Symbolpolitik)이론에서 파생된 기준으로 개인이 가진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이 이주민들에 의해서 훼손된다고 판단하는 태도며, 다른 하나는 이주자들이 정착국가에서 얻게 되는 경제이득에 의해 파생되는 자신들의 위협을 평가하는 경제이익(sociotropic)이론이 있다. 삶이 팍팍해지는 우리나라 상황에 이 두 가지 전제를 도입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전자는 우리나라가 한민족이기 때문에 이민자들이 유입될 경우 민족정체성이 흐트러진다고 주장하고, 후자는 사회적으로 실업률과 가정경제위기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성향이 속한다. 현재 독일에서 취하고 있는 이주민에 대한 태도는 후자보다는 전자성향이 강하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었던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 Patriotische Europaer gegen die Islamisierung des Abendlandes)은 종교차이에 따른 정체성 훼손을, 쾰른(Koln)시(市) 사건을 계기로 논의되고 있는 난민규제강화 정책은 사회규율 파괴를 방지하고자 형성된 움직임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민정책 도입과 변천과정

독일은 19세기만 하더라도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정치박해와 이념갈등으로 인한 난민수용이 허가되지 않은 국가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48년 유엔인권협약에 서독정부가 서명함으로써 1949년 동독출신 난민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기본법(Grundgesetz fur die Bundesrepublik Deutschland)을 제정하여 정책변화가 시작된다. 물론 서독정부의 1951년 제네바협약(Genfer Fluchtlingskonvention) 가입도 독일 내 난민수용에 영향을 미쳤다. 난민정책의 가장 큰 변화는 1993년 공개토론을 통해서 제정된 난민기본법(Asylgrundrecht 1993)이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 붕괴, 1992년 유고슬라비아의 해체 등의 사건으로 독일로의 외국인유입이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1991년도 통일을 맞이한 독일로서는 자국으로 유입되는 난민유입을 막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난민지위를 규정하는 난민기본법의 §16a조항 개정을 시행하여 ‘안전한 출신국’(Sichere Herkunftsstaaten)과 ‘안전한 제3국가’(Sichere Drittstaaten)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게 된다. 전자는 정치적 이유로 인한 난민입국이 아닌 경우를 배제하기 위한 조항으로 독일 인근 국가들의 정치상황에 따라 난민허용/일부허용/금지 등으로 분류하는 기준이다. 후자는 유럽연합이나 제3의 국가에서 인정받은 난민들의 입국과 이들에 대한 보호 의무를 준수한다는 내용이다. 제3의 국가라는 의미에서 난민들의 허용범위가 넓은 것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지만, 사실은 노르웨이, 폴란드, 체코, 스위스 등 독일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제한된 국가들이었다. 이 법을 통해서 독일은 동구권 및 유럽 전역에서 정착지를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난민들의 입국을 원천적으로 금지시켰고, 완충지대인 인근국가들을 통해서만 일부 난민들만이 입국 가능했다. 실제로 2002년도부터 2013년도까지의 독일에서 난민거주허가를 받은 비율은 전체 신청자의 2%에 불과했다.

2015년의 ‘난민패킷Ⅰ’(Asylpaket I)과 2016년의 ‘난민패킷Ⅱ’

폐쇄적 난민유입을 허용했던 독일이 2015년 갑자기 많은 수의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를 보면 간단하다. 2015년 10월 독일 정부는 ‘난민패킷Ⅰ’(Asylpaket I)로 불리는 개정을 단행하여 11월부터 발효시킨다. 주요내용은 ‘안전한 출신국’으로 판별되지 않은 북아프리카 국가들인 모로코와 알제리, 튀니지 출신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인도적 차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를 위해 이들의 입국을 대폭 허용한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만이 독일에 입국 할 수 없으므로 부모들과 동반하게 되는데, 이들은 보호자이자 난민으로서 위치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난민들의 입국이 용이해진 반면 이들에게 제공되는 최저생계비(Existenzminimums)의 40%를 감소하는 방안으로 방향을 잡는다(Leistungskurzungen). 또한 난민신청자들에게 통지하지 않고 이들을 추방할 수 있는 권한(Abschiebungen ohne Ankundigung)이 강화되었고, 학생장학금(BAfoG-Forderung)을 신청하기 위한 자격도 강화시켰다. 전반적으로 ‘난민패킷Ⅰ’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난민유입을 늘리는 반면, 생활에 대한 지원을 감소시키는 방안으로 정리된다. 또한 난민들에게 사회통합과정(Offnung der Integrationskurse)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하여 독일 사회에서 생활하기 위한 기본언어와 규범들을 학습하도록 했다는 특징이 있다.

2016년 2월 3일 연방내각에서 처리된 ‘난민패킷Ⅱ’는 지금까지 받아들였던 난민들 중 적응가능성이 높은 대상들로 추려내는 과정으로 보인다. 먼저 독일 내 입국한 난민들의 다른 국가에 체류 중인 가족들을 초대(Fluchtlinge mit eingeschranktem)하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체류가 전제되어야 한다. 예외로는 터키와 요르단, 레바논 등의 난민촌에 체류하는 시리아출신 난민들 중 EU에서 독일에 배정한 비율이다. 유일하게 강화하는 부분은 어린이와 청소년 난민 보호에 관한 부분이다. 이외에 이전까지 정부에서 제공했던 사회통합과정에 대한 비용(10유로)을 난민들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자국 내 입국한 난민들을 출국시키는 방안도 도입되었다. 이 방식 역시 간단하게 처리되었는데, ‘난민패킷Ⅰ’에서 안전국가에 포함되지 않았던 모로코와 알제리, 튀니지 등의 북아프리카 국가들을 ‘난민패킷Ⅱ’에서 포함시켰다. 국내 모 언론사에서는 ‘이들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라고 표현했는데, 사실상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더 이상 독일 내에서 체류할 수 있는 근거를 상실하게 되었고, 즉시추방 대상으로 구분된 것이다.

상징정치로서 난민패킷

2015년도 급격히 증가한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국가가 독일이라는 사실은 국내에 상당히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가장 인도적인 국가로서 평가받는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 차원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독일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는지를 본다면, 국내 언론들이 외면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난민패킷이 가장 좋은 사례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대의적 차원에서 성공했다면, 이제 자국에 필요하지 않은 또는 적응하지 못하는 난민들을 추방할 계획을 세움으로서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서두에서 말했던 상징정치, 즉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이 이주민들에게 훼손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정치의 흐름이다.

독일 내에서도 현재의 난민정책에 대해서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일 방송에서 난민정책이 상징정치로써 변질되는 것을 논쟁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다문화나 외국인에 대해서 배타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독일인들에겐 오히려 지지받는 정책변환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메르켈총리는 ‘귀가 얇은 정치인’이라는 뜻의 ‘깃털 정치인’(Feder Politikerin)으로 불리며 연일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흐름은 일시적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다시금 독일인의 순수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제 ‘난민패킷Ⅱ’를 시작으로 직접적인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독일에서도 난민(Asyl)이 일시적 체류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우리나라에서도 이 내용은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 이 사실을 숙지하고 독일이 행한 작년의 난민정책을 재평가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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