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기억이 된 지난 주말의 한일전을 다시금 이야기하는 건 어쩌면 잔인할지 모르겠습니다. 선취골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마무리한 전반, 추가골까지 터지며 승리를 예감할 수 있었던 후반의 시작. 2-0의 스코어는 한일전의 특성상 커보였는데요.

미묘하게도 경기는 이후 조금씩 틀어졌습니다. 뭔가 모르게 무너지는 우리 대표팀, 조금씩 경기를 장악하기 시작한 일본 대표팀. 첫 실점 뒤 불과 1분여 만에 동점골까지 허용합니다. 이후 결말은 참담했습니다. 주도권은 내줬고 실수가 이어집니다. 14분이 지난 시점 결승골을 내주며 결국 우승을 내준 우리 대표팀.

스포츠마다 각각의 순간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겠지만, 인생의 모든 것들 한 번에 볼 수 있었고 짜여진 극본보다 더 극적인, 그리고 잔인한 결말이 펼쳐졌죠. 경기를 내준 것을 넘어 상처를 남긴 경기가 된 지난 한일전.

올림픽행 티켓은 확보했지만 많은 걸 잃고 또 배울 수 있었던 경기. 축구 본연의 가치와 매력을 알 수 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한 팀의 시즌을 통한 스토리부터 한 경기로 볼 수 있는 것들까지, 기쁨의 절정과 절망의 깊은 늪을 모두 경험했던 ‘축구’. 시즌이라는 긴 흐름으로는 지난해 K리그 챌린지 ‘대구FC’가 그러했죠.

우승문턱에서의 좌절, 1승 아니 1골만 더 있어도 됐던, 그러나 그 하나가 부족해 놓쳤던 우승과 승격. 대구FC의 지난 시즌, 특히 끝자락은 처절했고 극적(으로 잔인)이라는 표현을 하기에도 부족할 지경이었습니다.

9월 중순, 리그의 마지막을 향해가는 시점, 1‧2위 경쟁을 펼치던 상주와의 맞대결에서 거둔 5골 대승. 그리고 눈앞에 보이던 우승부터 조금씩 뭔가 틀어지던 경기들은 의외로 아랫 순위 팀들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정작 상위팀들과의 맞대결에선 지지 않는 선전을 펼쳤다면, 하위권팀들과는 이기지 못했던 대구의 시즌 끝자락. 어쩌면 지난 한일전에서의 우리 대표팀과 닮아 있다 여겨지는데요.

‘축구’의 이런 매력을 좀 더 깊이 있게 또 폭넓게 담기 위해 고민을 시작하고 노력을 더해봅니다. 축구는 다 똑같습니다. 2부리그이건 국가대항전이건, 보는 이의 눈높이만큼 보이는 축구의 매력, 그걸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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