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아가 연기하는 가인에겐 고등학생 때부터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 남자가 결혼한다는 이야기가 별안간 들려온다. 알고 보니, 짝사랑하던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인의 친구인 은정. 이에 가인은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아간 친구를 증오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남자의 곁에 있어야 할 아내는 친구 은정이 아니라 나(가인)였다고 되뇌면서 <멜리스>의 비극은 잉태되기 시작한다.

<멜리스>에서 가인을 연기하는 배우는 요즘 중국에서 대륙의 여신으로 통하는 홍수아다. 장나라와 추자현의 바통을 이어받아 중국 진출에 성공한 홍수아를 인터뷰하면서 느낄 수 있던 건, 그가 중국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보다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음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연기에 목말라 하던 그가 대륙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연기 승전보’를 계속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영화 <멜리스> 스틸 이미지

-홍수아씨가 연기하는 가인은 리플리 증후군을 겪는다.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주변에서 리플리 증후군을 많이 겪어봤다. 리플리 증후군은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된다. 이 영화는 감독님이 집필했다. 연기하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감독님이 많이 지도해줬다.”

-이 영화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거여동 여고동창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친구를 질투하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친구 은정이 있는 자리가 내 자리인데 하는 탐욕과 거짓말이 비극을 몰고 왔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도 내 앞에서는 웃고는 있지만 뒤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실은 가장 무서운 사람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가 <멜리스>다.”

-은정의 남편은 가인을 의심해서 아내 은정에게 친구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만일 홍수아씨가 은정의 입장이라면 가인을 의심했을까?

“저 역시 은정처럼 가인을 믿었을 거다. 사람을 잘 믿는 편이고 의리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설마 친구가 나쁜 마음을 먹고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해 경계하진 못할 것 같다. 사람을 믿는 성격 때문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앞에서는 웃고 좋은 이야기만 해서 좋은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을 때가 있다.”

-중국에 진출했을 때 초창기에는 ‘대륙급 고생’을 했다고 들었다.

▲ 영화 <멜리스> 최가인 역, 배우 홍수아 Ⓒ봄날소프트

“<원령>을 찍은 장소가 영하 17도 이하로 내려가는 굉장히 추운 곳이었다. 문제는 숙소가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란 점이다. 숙소를 변경하기 위해 시내로 나가려고 해도 족히 한 시간이나 걸려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숙소에서 잘 수밖에 없었다.

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샤워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찬물로 머리감기 일쑤였다. 병이 날 것만 같아 한국으로 되돌아갈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렇지만 다른 중국 배우들도 조건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만 특별 대우받을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중국어도 능숙하지 않았다. 연기는 호흡이 중요하다. 중국어는 4성조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뜻이 달라진다. 생각해 보라. 만일 외국인 배우가 한국 배우와 촬영하는데 어설픈 한국어로 진지한 연기를 한다면 상대역인 한국 배우는 감정 집중이 안 될 것이다. 중국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어가 능통하지 못한 한국 배우가 어설픈 중국어를 하니 불편했을 거다. 중국 배우들에게 민폐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중국어를 빨리 배우려고 노력했고, 중국 배우와 스태프에게 좀 더 다가서고자 애썼다.”

-중국 진출 초창기 힘들었을 때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스타로 대우받기 위해 중국에 진출한 게 아니고, 중국도 저라는 배우를 몰랐기에 다시 시작하는 신인의 자세로 버텼다. 한국에서는 연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기왕 중국에 온 이상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면 다른 기회가 오겠지 하는 심정으로 버텼다.”

-중국판 <상속자들>인 <억만계승인> 작가가 홍수아 씨를 ‘영리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고마워서 작가에게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중국에서 촬영할 때 김치찌개를 주문할 때가 있으면 저만 먹는 게 아니라 중국 스태프를 다 불러서 함께 먹는다. 그런 붙임성 때문에 작가가 ‘수아는 성격 좋고 스태프를 잘 챙기는구나’하는 칭찬을 많이 했다.”

-APAN에서 한류스타상을 수상했다.

“13년 동안 연기하면서 제대로 된 상을 받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수상 소감으로 ‘국내에서도 좋은 작품으로 뵙고 싶다. 상을 받기 위해 중국에서 활동한 것은 아니지만 상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고생했던 것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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