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받았다. 95년 MBC 노조 집행부로 당선된 정찬형 위원장의 사진 뒤에 있던 이들 중에 백종문 본부장이 있더라. 당시 97년 노동개악 총파업에 방송노조들이 전격적으로 참여하면서 불길이 거세게 타올랐고 결국 민주노총의 승리로 끝났다. 백종문 본부장은 당시 집행부로서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일이다. 그 후, 지금은 후배들을 증거 없이 해고하는 것도 모자라 재판에서 지니까 2심에서는 꼭 쫓겨날 수 있도록 사이비 언론과 결탁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다”_최승호 해직PD

MBC녹취록’에 의해 증거 없이 해고된 것으로 드러난 최승호 해직PD의 발언이다. 4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회의에는 <백종문 본부장 녹취록에 기재된 사실관계에 대한 진상규명 및 향후 방문진 조치에 관한 건>(유기철·이완기·최강욱)이 상정됐다. 방문진 회의를 앞두고 열린 ‘MBC바로 세우기’ MBC공대위가 주최한 <MBC 안광한 사장을 당장 해임하라> 기자회견에서 최승호 해직PD는 어느 때보다도 방문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MBC녹취록을 보면)방송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철학과 원칙보다는 자기 이익에 맞게 도구로서 역할을 다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들을 경영진으로 그대로 놔둔다면 그것이 관리감독 기관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호소했다.

“안광한·백종문 해임시켜라…충성할 사람들 줄 서 있지 않느냐”

“2008년 MB시절 KBS 정연주 전 사장이 쫓아냈다. 배임혐의였다. KBS가 2009년 국체성에 1900억 원 세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진행했는데 법원 조정에 따라 500억 원으로 합의했다. 다시 말 해 법원의 조정을 수용한 것이 배임이라는 것이다. 그 당시 정연주 사장 해임에 앞장섰던 인물이 아리랑TV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퇴임한 방석호 사장이다”_박성제 해직기자

▲ 2월 4일 ‘MBC바로 세우기’ MBC공대위가 주최한 기자회견ⓒ미디어스

MBC 박성제 해직기자는 “최승호 PD와 저와 관련한 녹취는 단초에 불과하다”며 “언론정책의 문제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공약을 지킬 생각이 없고 끝까지 장악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수많은 언론인들에 대한 징계와 해고가 진행됐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결국 정부여당이 져야 한다. 안광한 사장 그리고 백종문 본부장 해임해라. 어차피 정권에 충성할 사람들은 줄 서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 또한 최소한 안광한 사장 등을 교체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자회견에서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MBC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며 “이제는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이 됐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만 했는데, 그 증거가 그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 MBC녹취록을 언급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근거 없이 잘랐다고 한다”며 “소송비용이 얼마나 들건, 변호사 수십명이라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 돈이 자기들의 쌈짓돈은 아니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내용을 보면 정말 기가 막힌 말들이 많은데,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고 경력직을 뽑으면서 지역도 봤다는 내용도 나온다”며 “특정 지역의 사람들은 아예 뽑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그게 공영방송 MBC 본부장이라는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 있던 생각”이라고 개탄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이제 MBC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방문진은 MBC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본인 입으로 불법 정황을 자백했다. 현명한 결정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의 사퇴와 관련해 “그나마 양심이 있었던 것”이라면서 “MBC 경영진인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은 어떤 처신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다. 그 만큼의 양심도 없는 것인지…”라고 덧붙였다.

“방문진에서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을 해임해야할 이유는 분명하다”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은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을 해임하는데 1년 넘게 걸렸다”며 “(MBC녹취록 관련)방문진이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기대도 안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방문진에 여러 가지 요청한 것 중 하나가 소송비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달라는 거였다. 회사와 진행중인 소송만 60여개이다. 회사 측에서는 한 재판에 7명의 변호사가 나오는 재판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회사가 소송비용을 얼마나 쓰는지 경영 감독해달라고 했더니, 방문진 이사들이 ‘MBC에 물어볼까 말까’를 두고 투표를 해서 6대 3으로 부결시켰다. 이런 곳이 MBC를 경영관리하는 기관인가”_조능희 본부장

MBC녹취록에서 백종문 본부장이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없이 해고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또, 변호사 비용 등이 얼마나 들어도 좋다는 취지의 발언도 포함돼 있어 ‘배임혐의’가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그렇다면 MBC 경영관리감독 방문진에서 이 부분에 대해 먼저 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능희 본부장은 “MBC 녹취록을 보면 ‘김재철 명예회복이 우선’이라는 말도 나온다”면서 “김재철 사장이 배임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그렇지만 항소심에서 벌금 2000만원으로 감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이유는 MBC에서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해 선처를 탄원했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조능희 본부장은 “MBC 경영진이 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방문진에서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을 해임해야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MBC공대위 공동대표이자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대표는 “이쯤 되면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 등은 자진사퇴하는 것이 이 사태를 해결하는 방안”이라면서 “우리가 해임을 요구하기 전에 법정기구인 방통위와 방문진이 응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MBC녹취록과 관련해 “도저히 발을 빼지 못할 수준으로 녹음이 돼 잇다”며 “애초 공영방송 경영진과 사장이 되어선 안 되는 사람들이 아닌가. 이제는 방문진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내일(5일) MBC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에 대해 <방송법> 등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MBC녹취록에 등장한 지역차별 성 경력직 채용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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