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은 사실이다. (그걸 어떻게) 반박을 하겠나. 하지만 사담이었다.”
“(MBC로부터 100억 외주받으려고 계획 짰다는 주장은 그냥) 제안이었다.”
“(녹취록 관련해서) 더 이상 입장을 밝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냥 (기사를) 쓰시라.”

‘MBC녹취록’을 통해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과 정재욱 법무팀장이 보수성향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과 만나 나눈 대화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박한명 편집국장이 100억 원대 규모의 프로그램 제작 외주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MBC 고위 관계자에 접근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진 이후 사건의 실체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맥락대로 해석하면 백종문 본부장 등은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것처럼 행동하면서 박한명 편집국장 등이 MBC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활동하도록 유도한 셈이 된다.

녹취록에 드러난 사실 중 가장 먼저 문제가 된 대목은 백종문 본부장이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서는 MBC 경영진에 대한 배임죄 적용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26일 MBC공대위가 주최한 '<공영방송 MBC 장악 음모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녹취록의 당사자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미디어스

당시 식사자리에 함께 했고 이번 사태에서 녹음파일을 제보한 폴리뷰 소훈영 전 기자의 인터뷰 공개 이후 식사자리의 성격은 보다 명확해졌다. 소훈영 전 기자에 따르면, MBC 김재철 전 사장, J씨 등과의 인연으로 사천에 내려가 선거까지 도왔던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은 이 과정에서 현 MBC 경영진인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을 만나게 됐다. 이들은 2014년 4월과 11월 두 차례 만났다. 녹취록에 따르면 백종문 본부장과 폴리뷰는 △<시사매거진2580> 프로그램에 대한 경영진 개입, △<무한도전> 등 예능프로그램 좌경화, △언론노조 MBC본부에 대한 ‘적대감’ 표출, △최승호PD·박성제 기자 “증거 없이 해고”, △MBC프로그램 출연 및 외주 청탁, △향후 정보 교환을 위한 '파이프라인' 구축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관련기사 : “최승호·박성제 파업 배후 증거 없지만 해고했다”…MBC 녹취록 파문)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은 MBC 백종문 본부장과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의 2014년 11월 만남이다. 소훈영 전 기자에 따르면,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은 “MBC로부터 100억의 외주(돈)를 받기 위해 계획을 짜서 백종문을 만났다”고 폭로했다. 녹취록에는 박한명 편집국장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을 언급하며 유사한 컨셉의 프로그램을 외주로 맡겨달라는 요청을 하는 대목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녹취록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박한명 편집국장이 “(MBC 백종문 본부장이) 외주는 안 된다는데 지금 얘기가. 너랑 나랑 대책회의야”라고 말한다. 정황상 이는 소훈영 전 기자와의 대화로 보인다. (▷관련기사 : “MBC로부터 100억 받으려는 계획 짜고 백종문 만났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이 MBC 백종문 본부장을 만나 100억 원의 외주를 받으려고 했다는 것은 소훈영 전 기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다. 소훈영 기자가 추가로 제보한 녹취록에는 박한명 국장의 “(MBC가) 외주를 주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며 “100억이라고 치면 50억 원을 빼고… 가져오라고 해야지”라는 발언이 정확히 등장한다. 박한명 편집국장은 “MBC 백종문 본부장을 사무실로 소환할 것”이라며 “(외주 관련 구두계약 건에 대해) 허위계약으로 걸어버릴 거야. 고발해버릴 거야”라고도 말했다. 또, “그렇지 않으면 지(백종문 본부장)는 잘리는 거고...”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한명 편집국장은 또 다른 미공개 녹취록에서는 “무조건 MBC 돈 받아와야 돼”라면서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그래서 MBC 막 조지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진숙 대전 MBC 사장을 만나겠다는 대목도 등장한다. 녹취록의 내용대로라면, 사실상 백종문 본부장은 ‘100억 외주를 받으려고 계획을 짜고 온’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을 만나 휘둘림을 당했거나 이용했다는 뜻이 된다. 박한명 편집국장이 <100분토론>과 <신동호의 시선집중> 등에 출연한 것은 ‘성공한 로비’일 수도 있지만,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 MBC 고위 관계자들의 ‘면피’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쨌든 백종문 본부장 등이 당장의 이득을 위해 공영방송 MBC의 격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뉴스타파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보도캡처

미디어스는 MBC 녹취록과 추가·미공개 음성녹취 파일과 관련해 2일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과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MBC로부터 100억 원의 외주를 받는 계획을 짠 것은 사실이냐’는 물음에 박한명 편집국장은 “녹음(내용)은 사실”이라면서 “(그걸 어떻게) 반박을 하겠느냐”고 답했다. 다만, 박한명 편집국장은 “그것은 사적인 자리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말실수를 하거나 과장해서 이야기한 부분이 있다. 사석이니까, 자랑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 부분이 잘못됐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 원의 외주’에 대해 박한명 편집국장은 “MBC에서 (외주를) 다루지 않겠냐”면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건 제안이었다. 소훈영 전 기자의 미디어스 인터뷰에서도 이야기가 나오지 않느냐.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그것이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계획을 짰다면 ‘계획서’를 가져오라고 해보라”면서 “(MBC에) 만들테니까 주십쇼 하면 주느냐.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 사적인 자리에서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박한명 편집국장은 KBS 조대현 사장의 교체에 대해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조대현 사장을 제가 날린 거냐. 그건 그냥 제 생각이었다”며 “사적인 자리에서 얘기가 나온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MBC녹취록’에서 박한명 편집국장은 “제가 이번에 미방위 조해진 의원 쪽하고 몇 가지 자료도 좀 드리고 이제 코치를 해주고 하는 과정에서 내년 8월에 날리는 걸로, 조대현 사장을…”이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박한명 편집국장은 “사장이 바뀌었는데 노조(MBC본부)에 왜 이렇게 휘둘리느냐라고 사적으로 할 수 있는 말 아니냐”며 “그러면 말도 하지 말고 살아야 하나. 욕도 하지 말아야 하나. 상대방이 말하면 맞장구도 치지 말아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아래는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2015년 2월 10일 방송된 ‘100분토론-지도부 바꾼 여야, 선택은?’편 출연


"녹음은 사실이다. 어떻게 반박하겠나… 그러나 사담에 불과했다"

- 제보자 폴리뷰 소훈영 전 기자가 “MBC로부터 100억 원의 외주를 받기 위해 계획 짜고 백종문 본부장을 만났다”라고 주장했다. MBC녹취록에 그대로 음성이 담겨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대한 공격성 기사 또한 박한명 편집국장의 '오더'였다고 이야기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저희 입장은 폴리뷰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알 것이다.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개인적인 입장이야 다른 매체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제가 이야기하는 건 쓰지를 않는다. 저희는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저희 입장을 쓰지 않고 한 쪽 주장을 일방적으로 한다. 미디어스 인터뷰를 보면 그 친구(소훈영 전 기자)가 악의적으로 나온 게 맞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이 처음부터 악의적를 가지고 최민희 의원을 찾아갔다고 봐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미디어오늘 기사는 24일 나갔다. 최민희 의원실에 확인한 결과, 기자회견을 한 다음에 보도자료를 뿌렸다고 했다. 그러면 처음부터 미디어오늘도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미디어오늘 기사는 기자회견 이후에 나갔으나 사이트 개편에 따른 오류로 날짜가 잘못 표기됐었던 걸로 확인됐다) …(중략)… 사적인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녹취를 했던 것이다. 그 친구의 주장대로라면 상대방의 주장도 있는 것 아닌가. 어떻게 영화 <내부자들>에 비유되느냐. 그런 것들을 녹음하는 것이 이상하다(소훈영 전 기자는 박한명 국장의 요청에 의해 녹취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나쁜 놈 만드는 건 좋다. 하지만 사실관계 만큼은 파악을 해야 하지 않느냐. 월급 부분은 고용노동부에서 판단이 난 상태다. 소훈영 전 기자가 저에게 돈을 보냈다고 했는데 제가 보낸 건 또 뭔가. 자료가 다 있다.”

“제발 부탁이다. 여기 언급된 분들은 저랑 막역한 사람들도 없다. 말실수 한 부분과 과장해서 이야기한 부분들도 있다. 사석이니까 자랑하는 부분도 있을 거 아닌가. 그 부분이 잘못됐다면 책임을 질 거다. 그런데 소훈영 전 기자도 ‘사적인 자리’라고 인정하지 않았나. 녹음은 사실이다. (그걸 어떻게) 반박을 하겠나. 하지만 그건 사담이었다.”

- 소훈영 전 기자는 그 자리에서 ‘사담이 오갔다’고 했다. 그리고 악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폴리뷰를 나온 것은 맞지만 녹음파일, 녹취는 있는 그대로라고 이야기했다. 박한명 편집장의 해석과는 다르다.

“조대현 사장을 제가 날린 건가? 그게(8월에 교체돼야 한다는) 제 생각이었다. 그 시각이 담긴 것이다. 사적인 얘기가 된 거다. 오마이뉴스에도 이야기했지만 만약 내가 17대 1로 싸워서 이겼다고 말했다면 내가 깡패가 되는 것이냐. 그건 아니지 않나. 사적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집안 얘기도 하고 불만도 이야기를 하고, 저 놈은 나쁜 놈이고 나올 수 있는 것들이다. 사담이라는 거야말로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대화라는 뜻 아니냐?”

- 미공개 녹취록을 보면 박한명 편집국장의 발언 중 이런 대목도 나온다. “100억이라고 치면 50억 원을 빼고…가져오라고 해야지”, “MBC와 일을 벌이려고 하는데 뭐냐하면… 백종문을 사무실로 소환할 거다. 그리고 허위계약으로 걸어버릴 거야. 고발해버릴 거야. 날려버릴 것”이라는 녹음파일이다. 실제 진행이 됐던 것으로 보면 되나?

“MBC도 (외주를) 다루지 않나. ‘짰다’는 표현은 소훈영 전 기자의 주장이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외주 건은 제안이다. 미디어스 소훈영 기자 인터뷰에도 나와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고. MBC에 (프로그램을) 만들테니 돈 주십시오라고 하면 주나? 사적인 자리에서 무슨 말을 못하겠나.”

▲ 뉴스타파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보도캡처

- 소훈영 기자의 주장은 그게 아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는지가 아니라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이 100억을 받을 계획을 가지고 MBC 백종문 본부장을 만났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결국, 돈이 목적이었다는 폭로였다. 그리고 100억 외주 계획과 관련한 이야기는 여러 녹취록에서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본인의 입으로 말씀하시지 않았나.

“그 친구(소훈영)가 ‘MBC쪽에서 얘기 없었어요?’라고 꽤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 친구야 말로 돈만 준다면 뭐든지 할 사람이다. 제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사적인 대화를 녹취한 거다. 전화기 통째로 드릴 수 있다. MBC에 전화해서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있는지 명명백백히 나올 것이다. (MBC 100억 외주 녹음파일 내용은) 소훈영 기자와 저의 사적인 대화였다. ‘MBC 그 사람들 웃긴 사람들이네, 사장이 바뀌었는데 노조에 왜 이렇게 휘둘려’, 이런 말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 말하지 말고 살아야 하나. 욕도 하지 말아야 하나. 상대방이 말하면 맞장구도 치지 말아야 하나. 소훈영 전 기자가 자기에게 유리한 녹취 내용만 줬을 것이다. 더 이상 말 안한다. 어찌됐건 형이라고 불리었던 사람인데 가슴이 아프다.”

- MBC를 돈 때문에 이른바 ‘조진다’는 내용도 있다. 박한명 편집국장 본인 입으로 “1번은 무조건 MBC 돈 받아와야 돼”,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돈 안 준다 그러잖아. 그래서 MBC 막 조지는 거야. 내일 이진숙 만나고 온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내가 말한 게 맞다. 그러나 다 사담이다. 방통위에서 자체적으로 뭔가를 한다고 하니까 거길 통해서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나와 관련된 분들도 처벌을 받거나 하면 모르겠지만, 일방적인 주장만 가지고 기사화하는 건 의도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오늘에 불만이 많다. (폴리뷰는) 미디어오늘을 공격할 때 나온 기사라던지 그런(일방적인) 자료에 의해서 하지 않았다. 그렇게 기사를 발생시킨 적이 없다.”

- ‘MBC녹취록’과 관련한 소송을 준비중 이라고 알고 있다.

“혼자 과장해서 이야기한 것은 죄송하다. 법률검토가 끝난 상태다. 매체에는 소훈영 전 기자와의 인터뷰 원본을 공개하라고 요청할 것이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 자기 주장을 녹여 쓴 것인지 소훈영 전 기자가 직접 이야기한 것인지 봐야한다. 녹취록 관련해서 언급된 YTN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소송 준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녹취록과 관련해서 더 궁금한 사항이 있는데…

“더 이상 입장을 밝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소송을 통해 드러난 거니까. 다만, 언론매체니까 사실확인을 해야한다는 거 안다. 그냥 쓰시라. 그 부분은 더 이상 확인해줄 게 없다. 녹취 그대로이고 내가 한 말이 맞다. 하지만 그건 사담이다. 흥분한 것처럼 이야기를 했는데, 제 목소리가 그렇다. 전혀 흥분한 게 아니었다. 이것(인터뷰)도 알아서 쓰시라.”

※박한명 편집국장과의 전화통화는 약 30분간 진행됐으며, 중복되는 내용 등을 제외하고 최대한 그대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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