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며칠 전 일이다. 이주노조 섹알마문 수석부위원장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평택에 있는 한 공장에서 이주노동자가 폭행을 당하고 회사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였다. 날이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생면부지의 땅에서 갑자기 두들겨 맞고 쫓겨난 이주노동자 A씨에게는 엄동설한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히도 근처 이슬람사원에 기거할 수 있게 되어서 추운 날씨는 피한다고는 하지만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하고 이대로 쫓겨나는 건 아닐까 하는 추운 마음은 그 어디서도 달랠 수 없었다.

이주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A씨는 서툰 한국말로 자신이 공장에서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 몸짓, 손짓을 섞어가며 설명했다. 일단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넣기로 했지만 최소 2~3달이 걸리는 기간동안 어떻게 버텨야 할지 상담자인 나로서도 매번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당위적인 이야기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웠다.

그날은 때마침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규탄하기 위해 새누리당 앞에서 집회가 열리는 날이었고 사업장에서 쫓겨난 A씨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자마자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A씨는 왜 경찰들이 집회 주변부를 왔다갔다 하는지, 우리가 외치는 구호는 무슨 의미인지 계속 마문 수석부위원장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큰소리로 구호를 함께 외쳤다.

우리가 외치는 구호 중에는 “쉬운해고 결사반대!” 라는 구호도 있었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얼마 전 발표한 고용노동부의 ‘일반해고 지침’은 그야말로 이주노동자에게는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칼날을 들이민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침에는 ‘예외적으로 업무 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 성적이 부진해 주변 동료에게도 부담이 되는 근로자’를 일반해고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주노동자와 갈등을 빚은 사장들을 찾아가 보면 백이면 백 하는 말이 “다른 애들은 안 그러는데 이 녀석만 자꾸 불량을 내”, “몇 번을 가르쳐줘도 자꾸 말을 못알아먹어” 이런 식이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불량을 냈다고 월급에서 무려 100만원(!)을 공제한 사업주가 있었다. 사업주 마음대로 100만원을 급여에서 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의 업무 능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쫓겨나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통해 △해고사유와 시기의 사전 서면통보 여부 △해고사유의 적합성 △해고과정에서의 부당성 등을 다툴 수 있었지만 고용노동부의 ‘일반해고 지침’은 이를 무효화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작업과정에서 조금만 불량을 내도, 이주노동자에게만 보호장갑과 안전화를 지급하지 않는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해 사업주에게 따지거나, 폭행이나 임금체불로 인해 관공서에 진정을 넣는 등 사업주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면 저성과자로 낙인찍고 해고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다. 쉬운 해고의 가장 손쉬운 대상은 이주노동자가 될 것이다.

여전히 너무나도 쉽게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 한마디에 공장에서 쫓겨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매뉴얼대로 고용센터에 이탈신고 철회 요청 공문을 보내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보내고 사업주에게 연락을 취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하면서도 이것만으로 충분한 건가 싶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과정이 얼마나 더 빈번하게 일어날지, 그나마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해고를 부당해고로 구제받던 과정이 이제는 ‘일반해고’라는 이름으로 이마저도 소용없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근심은 더욱 커져간다.

국적, 성별, 피부색에 상관없이 그 누구도 저성과자로 낙인찍히고 회사에서 쫓겨날 이유는 없기에 이번주 토요일 3시30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정부지침 분쇄! 노동개악 저지!> 민주노총 총파업승리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이주노동자 조합원과 손 꼭 붙잡고 함께 싸우고자 한다.

오늘의 추천 노래로 이주노동자도 한국인노동자도 함께 어깨걸고, 당당한 노동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싸우자는 의미에서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을 소개드리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내일 시청에서 만나요!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지 3년이 되어가지만 외국어를 못해서 무조건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가 반드시 합법화되서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튼튼한 조직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몸무게가 계속 늘어서 movement(운동)가 아닌 exercise(운동)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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