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MBC 녹취록’이라는 폭탄이 터졌다. 2014년 MBC 간부들과 보수매체 폴리뷰 편집국장 사이의 대화에는 2012년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의 해고가 증거 없는 ‘불법’이라는 고백, MBC 간부가 권력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통제’해왔다는 증언, MBC와 보수매체가 모종의 ‘거래’를 해온 정황이 드러나 있다. 폴리뷰는 MBC의 호위무사를 자처했고, MBC 간부는 폴리뷰에게 익명의 취재원이 되겠다고 나섰다.

자신의 편에 서 보도를 해온 매체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MBC가 준비한 접대 자리인지, 폴리뷰가 광고 수주와 프로그램 외주제작 및 패널 출연을 청탁하기 위해 준비한 영업의 현장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성과가 과장된 것인지, 둘 사이에 오간 청탁과 거래가 어느 정도의 규모에 이르는지도 파악이 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208쪽에 이르는 녹취록은 불법, 통제, 거래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증언만으로도 고용노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MBC를 들여다봐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미디어스)

녹취록에 등장하는 MBC 미래전략본부장 백종문씨는 증거도 없이, 그리고 회사가 이후 소송에서 패소할 것을 알면서도 직원을 해고했다고 털어놨다. 노동조합의 후견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비용은 상관 없다고 했다. 이 발언은 누가 보더라도 불법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것이며 배임 행위를 시사한 것이다. 시사보도프로그램을 통제하고 있다는 발언은 제작진의 제작자율성, 방송사의 편성독립성에 관한 방송법 제4조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은 27일 언론운동단체들이 요청한 면담과 특별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불법해고 문제는 ‘노사문제’이고, 방송통제는 ‘방송법 상 금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미디어스에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아까 회견장에서 말씀 드린 것 외에는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28일 김재홍 부위원장, 고삼석 상임위원이 방통위 차원의 특별조사가 필요하다고 하자, 2월1일 ‘티타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아마 2월1일 티타임에서는 익숙한 공방이 이어질 것이다. 최성준 위원장은 여전히 판사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것이고, 그를 포함한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이 문제는 MBC 내부의 노사문제’라면서 ‘방통위가 개입하면 방송사의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침묵할 것이다. 불법해고와 방송통제가 이루어진 김재철-안광한 그리고 백종문식의 MBC는 또 그렇게 연명하게 된다. 그래서 방통위는 또 ‘공범’이 되려 한다.

방통위가 올해 업무계획에서 첫 번째로 제시한 정책목표는 ‘방송의 공적 책임 및 품격 제고’다. 27일 아침 7시 반 최성준 위원장은 한국광고주협회 소속 회원사들과 만나 각종 규제완화 민원을 접수했다(심지어 최 위원장이 업무계획 브리핑을 통해 밝힌 방송광고 규제완화 내용은 광고주협회의 요구와 대부분 일치한다). 지금은 방송의 품격을 따지고, 규제완화를 고민할 때가 아니다. 회의실에서 차 마시면서 3대2로 티격태격할 때가 아니다.

방통위가 불법해고-방송통제의 공범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해직언론인을 만나야 한다. MBC가 부담스럽다면 최성준 위원장 혼자 비공개라도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만나야 한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위원장도 나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공개하든 않든 지금이 바로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할 때다. 방통위 빼고 가해자, 피해자, 제보자가 모두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최성준 위원장이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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