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저성과자’ 일반해고 지침대로라면 MBC조합원들 다 해고되어야 한다”

언론노동자들의 자조섞인 한 마디다.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소속 노동자들은 인사평가에서 최하등급인 R등급을 받아왔다. 최근 폭로된 MBC녹취록에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지칭해 “이 놈들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해고했다. 증거 없이 잘랐다”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8명의 해고자가 발생한 MBC사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미 기업들은 ‘증거도 없이’, ‘소송에서 질 것을 알면서도’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공정해고’라는 이름으로 일반해고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언론노동자들은 “MBC 사태를 보고도 공정해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28일 오후1시 을지로에 위치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MBC 특별근로감독 실시 촉구 및 노동개악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MBC에서 발생한 △경영진의 불법해고, △4년째 지속된 무단협, △노조 전임자 불인정 등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 언론노조는 28일 오후1시 을지로에 위치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을 열었다ⓒ미디어스

“MBC에서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쉬운해고’라니”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MBC녹취록과 관련해 “엉뚱하게도 해고시킨 당사자 백종문 본부장의 입에서 ‘최승호·박성제는 증거가 없었는데 해고했다’고 고백했다”며 “‘변호사 비용이 얼마가 들어가도 좋다’, ‘지면 그때 돌아오라고 하지’라는 등 공영방송 MBC 임원이라는 자가 그런 말은 했다. 이게 말이 되느냐. 노동자들의 목숨이 파리목숨인가”리고 개탄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MBC에서 발생한 해고는)불법행위이며 노동탄압”이라면서 “MBC가 벌인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반드시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쉬운해고’를 도입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며 “MBC에서 이미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 않느냐. 그런데, 쉬운해고로 인해 이 땅에서 최승호·박성제 해고 사태가 무수히 생겨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쉬운해고’를 도입하겠다는 말을 나오고 해고가 급증했다고 한다. 이렇듯 노동자들을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자르고 이게 노동개혁인가”라고 반문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은 “MBC녹취록이 폭로되고 나서 많은 시민들이 ‘이렇게도 해고를 하는 구나’라고 분개했다”며 “그런데, MBC에서 공정방송을 주장하다 해고된 사람은 8명이다. 그리고 모두 2심재판부까지 해고무효 판결을 받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승호·박성제 뿐 아니라, MBC 내 해고사태에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호 기자는 대법원에서 ‘해고무효’ 판결을 받고 회사에 복귀했지만, 정직6개월의 징계를 다시 받기도 했다.

조능희 본부장은 “MBC에서 해고 이외에도 정직당한 사람은 50명, 부당전보 등을 합치면 100명(전국적으로 170명)이 이런 꼴을 당했다”면서 “MBC본부 조합원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기업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공영방송”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의 양대지침에 대해서도 조능희 본부장은 “MBC에서 벌어진 이 같은 일이 이제 모든 기업에서 벌어질 수 있다”면서 “이것이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이 추진한 노동개혁의 진짜모습이다. 통탄스럽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불법행위에 의한 해고라는 점에서 손해배상청구하면 반드시 승소할 수 있을 것”

‘MBC녹취록’ 사태는 영화 <내부자들>에 비유되기도 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유하경 변호사는 “영화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정치권력과 자본 그리고 언론이 삼박자가 되어 대한민국을 어떻게 주무르는지를 묘사한 영화”라면서 “MBC녹취록 관련 뉴스타파 보도를 보고 그 같은 일들이 비단 영화속에서만 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걸 새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정치와 자본권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부역하고 있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하경 변호사는 백종문 본부장의 ‘증거 없는 해고’ 발언에 대해 “업무상 배임으로 당장 고소해야 한다”며 “MBC로부터 해고를 당한 분들 또한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부당해고됐다. 민사소송을 통해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라는 점에서 반드시 승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할 것이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다. (MBC녹취록이 공개된 이상)노동부는 MBC에 대해 근로감독에 돌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담당 감독관에서부터 지청장, 노동부장관까지 직무유기로 고소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1월 28일 오전 박성제 기자가 백종문 본부장 면담 신청을 위해 회사에 들렀다가 백종문 본부장과 대면했다. 왼쪽 뒤에 있는 사람이 백종문 본부장(사진=MBC본부)

한편, 이날 박성제 기자는 MBC 녹취록에 의하면 ‘증거없이’ 해고된 사태를 두고 경영진과의 면담을 신청하기 위해 회사에 들렀다가 우연히 당사자인 백종문 본부장과 대면했다. 그렇지만 백종문 본부장은 ‘왜 증거도 없이 해고했느냐’는 물음에 어떠한 답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