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지난해 4월, 추모 집회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416연대 박래군, 김혜진 상임운영위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2014년 7월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 도보 행진 시 해산명령 불응 등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결했다. 두 위원은 항소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22일 오전 11시, 일반교통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래군 위원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김혜진 위원에게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 판결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박래군 위원에게 징역 5년,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 지난해 4월 세월호 추모 집회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416연대 박래군 상임운영위원이 22일 낮,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왼편은 416연대 김혜지 상임운영위원. 두 사람은 각각 징역 3년-집행유예 4년,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미디어스

재판부는 지난해 4월 11일, 16일, 18일, 5월 1일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발생한 경찰의 대응을 ‘적법하다’고 보아, 집회 개최 때문에 일어난 일반교통 방해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일반인들의 원활한 교통소통과 공공의 이익은 상충할 수 있으므로 교통이 어느 정도 제한될 수 있다. 신고된 범위에서 현저히 일탈하지 않으면 (도로에서의) 시위 허용이 가능하다”면서도 “4월 11일, 16일, 18일 집회에서 피고들은 육로 교통을 불가능하게 해 모두 유죄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참사 100일을 맞아 지난 2014년 7월 24일 열린 도보행진에 대해서는 미신고 집회였고 해산 명령에 불응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 판결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국민들의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추가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경우 사실적시로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박 대통령이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 시술을 받은 것은 아닌지 국민들 사이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발언은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방송사 기자회견이라는 공식석상에서 발언한 점 △의혹을 단순히 소개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차원을 넘어서 참사 발생 후 7시간 동안 적절하게 직무수행을 못했다고 암시한 것으로 보이는 점 △최소한의 진위 확인도 하지 않은 점 △대통령 행적과 관련해서는 2014년 8월 언론 보도를 통해 소명된 점 △대다수 시민들이 마약에 대해 극도의 부정적 인식을 가진 점 등을 두루 살폈을 때 명예훼손이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개인에게 대한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는지 여부를 두고는 “정책 결정과 업무수행과 관련해서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고,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직자 개인에 대한 경솔한 공격이나 악의적인 것이 아니라면 (관련) 언론 보도가 곧바로 공직자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는 게 판례”라면서 “공직자도 사인 지위에서는 명예훼손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헌재 결정과 대법 판결”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마약과 같은 범죄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표현으로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소문 수준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최소한의 진위 확인도 하지 않았다. (박래군 위원의 발언은)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고 심히 경솔한 공격이며 그런 표현은 명예훼손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헌법 21조 내용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적법하고 평화적인 집회 시위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피고인들은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신고 시위 집회 개최, 일반교통방해 등을 일으켜 시민들이 많은 피해 입게 되었고 상당한 시간 동안 교통소통에도 현저한 장애 초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집회 시위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그에 이르는 수단과 방법이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경우는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다. 다만 피고인들이 세월호 참사 직후 정신적으로 고통을 입은 유족을 위로하고 진상규명을 통해 유사 참사 재발을 방지하고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활동을 한 점을 참작했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 직후 박래군 위원은 “대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 판결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관련해서도)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서 불만족스럽다. 변호인들과 논의해서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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