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00분 토론> 400회의 기획 의도는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재미’와 ‘토론’을 접목시킨 버라이어티 형식의 ‘토론쇼’를 표방한 제작진의 의도대로 ‘재밌는 토론’이 120분 동안 진행됐다. 시청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본방 못지 않게 ‘후일담’도 뜨거웠다. 이같은 결과는 방송 토론 프로그램이 가야 할 앞길을 비추는 것일 수도 있지만, 토론 프로그램이 둘러싸인 현재 환경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정통 토론프로도 이제 버라이어티해야 하는가.

▲ 400회 특집 '100분 토론' 화면 캡처.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이승환 변호사, 전원책 변호사, 제성호 중앙대 교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병헌 민주당 의원,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같은 논객들에 가수 신해철, 방송인 김제동 등 연예인 논객이 가세했다. MBC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청률이 7.5%(TNS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전 달 평균 시청률 2.7%보다 약 3배 가까이 껑충 뛰어 올랐다”며 “심야시간에 방송된 수치로서 이번 시청률은 가히 기록적”이라고 자평했다.

언론 보도도 쏟아졌다. 각 패널들의 어록을 담은 보도를 비롯해 토론 관전평, 시청자와 네티즌 반응을 엮은 보도가 주를 이뤘으며, 연예 쪽을 주로 다루는 언론들도 잇달아 신해철과 김제동 발언에서 어록을 뽑아내며 <100분 토론> 보도에 열을 올렸다. 뜨거운 반응은 인터넷에서도 이어졌다. 포털 사이트에는 <100분 토론>과 관계된 검색어들이 상위에 올랐고, 다음 아고라를 비롯한 여러 게시판에는 이날 토론에서 나온 어록, 비평, 리뷰 등 다양한 글이 올라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날 토론 관전평과 함께 각 패널들에게 평점을 매기기도 했다.

‘드림팀’패널 구성과 여론조사 토대로 한 주제 선정

<100분 토론>이 시기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을 주제로 선정해 이슈를 끈 적은 많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400회 특집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연진부터가 ‘드림팀’이었다. 그동안 토론을 통해 입심을 보여줬던 진보,보수 논객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과, 평소 또렷한 소신을 보인 신해철과 논리 정연한 말로 주목받던 김제동까지 더해져 처음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자체가 하나의 흥행 코드였다.

토론 주제들도 흥미를 끌 만했다. △2008년 한국 사회 주요 이슈 △2008 기분 좋은 뉴스 △2008 화나게 만든 뉴스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등은 토크쇼적인 요소가 다분했다. 토크쇼에서 흔히 보아온 여론 조사를 통한 순위 매기기도 형식상의 재미와 함께 시청자들의 관심을 정확히 반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 400회 특집 '100분 토론' 화면 캡처. 나경원 의원(왼쪽)과 진중권 교수(오른쪽)
‘소통 부재’ 국민들에게 공론장 마련

그러나 <100분 토론>이 주목을 끈 가장 큰 이유는 ‘2008 한국 사회’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추진, 영어 몰입식 교육, 미국산 쇠고기 협상, 일제고사, 근현대사 교과서 등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은 물론, 국민을 포함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며 지난 9월9일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를 기획했지만, 일방적인 정책 홍보에 그쳤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KBS1 라디오를 통해 정기적으로 대통령 연설을 하고 있으나 당초 소통하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무리한 추진으로 “방송사의 자율 편성권 침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렇듯 ‘소통의 부재’에 목말라하는 국민들에게 <100분 토론>은 ‘2008 대한민국’을 논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줬다. 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대립하는 진보와 보수 패널들 간의 이념 논쟁 이전에, 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는 큰 관심거리였을 것이다.

▲ 전원책 변호사(왼쪽)와 유시민 전 장관(오른쪽)
<100분 토론> 관계자는 400회 특집방송을 앞둔 지난 1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우려보다는 기대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토론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으로, 토론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작업으로서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방송 이후 통화에서는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말을 아꼈다.

<100분 토론> 400회의 성공적 결과는 ‘소통’의 가능성을 의미함과 동시에 시민들이 그동안 ‘공론장’에 목말라 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흥미 위주의 흥행 요소를 떼어내고 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토론해야 할 현안은 끝없이 쏟아지는데 언제까지 리뷰성 앙케이트로 토론 주제를 메워갈 수도 없고, 다시 500회만 손꼽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한 분석과 전망, 더 나아가 시청자들의 관심과 공감까지 얻어야 하는 과제가 <100분 토론> 제작진에게 던져진 셈이다.

▲ 이승환 변호사(왼쪽)와 신해철씨(오른쪽)

400회 특집 <100분 토론>말말말

나경원

먼저 촛불정국의 1차적인 책임은 저희 정부여당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소통의 부재가 중요한 인의 하나라고 생각을 하고요. 다만 이제 그 과정에서 정보의 조금 왜곡이나 과장도 다소 있었던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생각을 하고요. 이러한 촛불정국을 거침으로서 사실은 저희로서는 쇠고기 추가협상을 얻어내기도 하고 또 이렇게 함으로서 나라가 전반적으로 한 번 뜨겁게 가는 그런 일은 있었지만 결국은 그런 추가협상이나 이런 것을 통해서 잘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진중권

YTN 해직기자들 모임에 갔는데 어느 개그맨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나라가 보일러냐 거꾸로 가게, 그런 말을 하던데 제가 지금 문제는 뭐냐 하면 경기는 폅니다. 내년 후반부에 우리가 예상하지 않습니까? 세계 경기가 펼 거고 그러면 우리나라 경기도 살아날 거다 라는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전망이 있어야 됩니다. 경제에 대해서.…

또 하나는 뭐냐하면 민주주의가 후퇴를 하고 있어요.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때만 해도 욕을 할 수 있었거든요. 대통령 소위 욕하는 게 국민스포츠다. 그런데 지금은 경제예측을 해도 바로 뭐가 들어옵니까? 사법처리, 이런 협박을 받거든요. … 나는 CEO고 너희들은 사원이다, 나는 두뇌고 너희들은 수족이다, 이런건데 문제는 뭐냐하면 그 두뇌 속에 든 게 삽 한 자루밖에 없다 라고 할 때 큰 문제가 발생한다 라는 겁니다. 지금 상황이 그거구요.

김제동

저는 짧게 한 마디만 드리겠습니다. 워낙 이렇게 말씀을 많이 하셔서 방금 IT 강국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아까 오바마 당선을 미국의 하드파워가 지배하는 시대가 종식되고 소프트파워가 지배하는 시대가 오셨다고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IT안에는 단순히 기술적인 하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안의 인간의 마음들이 다 있는 것인데요. 그 마음은 선플운동이라든지 민간의 자율정화게 맡기셔도 충분히 우리 네티즌들이 그정도 문화는 소화해낼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과서 문제도 그렇습니다. 토씨를 바꾸거나 글자 몇 글자 바꾼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이 그것에 따라서 사상이 바뀌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미 지났고요. 그 대신에 오히려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는 돌봄학라는 것도 있고요. 그리고 오히려 그런 돈이나 그런 재정이나 그런 노력들을 오히려 아이들의 교육에 더 투자하는 것은 어떤가 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건설사업도 좋습니다만 인적자원에 투자하는 것이 나중에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스무 살이 넘었을 때 10배 이상의 수익이 나는, 수익이라고 표현해서 좀 그렇습니다만 그래서 아이들의 교육 쪽에 조금 더 많은 그리고 조금 더 없는 아이들이 더 배울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연구해주시고요. 이제 이념 이런 얘기는 저도 좀 지겹습니다. 듣고 있으니까.

전원책

기분 좋은 뉴스를 찾아보려고 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 있을 뻔 했죠. 김정일이가 죽을 뻔 했으니까. 죽었으면 무진장 제가 기분 좋았을 건데. 그러면 김정일을 두고 우리나라 방송, 신문에서 일일이 국방위원장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고 굉장히 행복했을 건데 다행히 아직 안 죽었습니다. 그런데 화나는 뉴스는 참 많아요.

신해철

전반적으로 정치인들이 보여준 자질이라든가 오늘도 지금도 치열한 전쟁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국회의원 여러분들의 모습을 볼 때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청소년들이 보기에 그다지 모범적인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엉뚱한 동방신기나 비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할 것이 아니라 국회 자체를 유해장소로 지정하고 뉴스에서 차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명박 정부가 지금 현재 강압적인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면 민심을 잘못 읽고 계신 것 같고요. 그리고 민주주의 후퇴라든가 권위주의 부활이라는 면에서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어떤 향수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전두환의 모습이지 박정희의 모습이 아닙니다.

유시민

제가 유신 때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저 유신 교과서로 다 공부했습니다. 그런데도 좌익이 됐거든요. 공안기관에서 저를 좌익이라고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이렇습니다. 좌익 교과서를 읽어서 좌익이 되는 게 니고 우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젊은 학생들이 그 반대로 가서 좌파가 많이 생긴 거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의 인식의 성장 과정을 그렇게 단선적으로, 나쁜 교과서를 읽히면 애들이 다 나빠진다, 이게 극우적인 사고방식이거든요. 전체주의 사고방식, 이런 게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극단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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