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김원해는 1991년부터 뮤지컬 무대에 서온 배우이다. 1996년까지 5년 동안 뮤지컬을 해오다 19년이라는 긴 뮤지컬 공백기를 넘어서서, 그가 오랜만에 뮤지컬로 컴백한 기념비적인 작품이 <오케피>다.

그가 연기하는 비올라의 실명을 단원 중 그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 오케스트라 피트 단원들이 비올라의 진짜 아름을 알려고 해도 비올라는 자신의 이름을 끝까지 꽁꽁 감추기 바쁘다. <오케피>의 연출가 황정민이 뮤지컬 하나에만 만족하지 않고 <히말라야>와 <검사외전>으로 바쁜 행보를 보내는 것에 뒤질세라, 김원해 역시 <오케피> 하나로만 만족하지 않고 <로봇, 소리>로 관객을 만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 뮤지컬 <오케피> 비올라 연주자 김원해 Ⓒ샘컴퍼니

-<오케피> 토크쇼에서 “히말라야를 한 번 더 가는 게 오케피를 하는 것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케피>는 배우들의 합이 다른 공연보다 잘 맞아야 하는 애로점이 있다. 1막의 대사를 보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합이 보통이 아니다. 자칫하면 자기가 노래해야 할 타이밍을 놓칠 위험이 있다. 극의 리듬이 중요한 뮤지컬이다.”

-비올라는 자신의 실명을 끝까지 감추려고 한다.

“비올라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존재감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일부러 이름을 감추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다른 단원들이 이름을 알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다른 단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몰랐다고 하니 충격을 받았을 거다.”

-비올라의 실명을 다른 단원들이 몰랐던 뮤지컬의 상황과, 김원해 씨가 <난타>로 청춘을 바쳤음에도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지 못했던 상황이 겹친다.

“<난타>를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젊은 시절에 <난타>를 십 년 동안 했다. 공연은 브랜드화 되는 반면에 배우는 소모품이 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서운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영화 <히말라야>를 보면 ‘돈도, 명예도, 기록도 없이 오른다’는 카피 문구가 있는데, ‘이건 (젊은 날의) 내 이야기인데’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뮤지컬 <오케피> Ⓒ샘컴퍼니

-<히말라야>를 비롯해서 <명량>까지 작품운이 좋은 배우다.

“열 작품 중에 하나가 잘 되어도 배우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데 2013년부터 영화 출연작의 절반 이상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감사하면서도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게 아닌가 생각해서 다시금 겸손해지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는다.”

-19년 만에 뮤지컬로 무대에 올랐다.

“1990년대에는 뮤지컬과 정극에서 연기하는 양식이 구분이 돼 있었다. 대형 무대에서는 배우가 보이지 않기 쉬워서 사실적이지 않은 동작을 하면서 정극보다 과장된 어법의 대사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형 뮤지컬에서 관객에게 ‘나, 대사 합니다’하고 광고를 하듯이 치는 연기 패턴이 맞지 않았고, 연극과는 다른 뉘앙스의 연기를 해야 해서 1996년 이후로는 뮤지컬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케피>를 만났다. 드라마가 살아있고, 연기의 몰입도가 요구되는 작품이라 수락했다.”

-젊었을 때 대중에게 주목을 받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없는가.

“그건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같은 거라고 본다. <난타>를 그만 두고 아내에게 하루에 만 원씩 용돈 받을 때에는 유명했으면 하는 회한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당시만 해도 이렇게 배우 활동을 하리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금의 현실이 현실 같지 않다. 황송하고 감사하게 하루하루를 산다. 지금은 감사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

▲ 뮤지컬 <오케피> Ⓒ샘컴퍼니

-청년 시절 연극계에서 연기상을 수상할 정도로 연기력이 있는 배우지만 <SNL 코리아>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SNL 코리아> 초반에는 장진 감독 지휘 아래 코미디보다는 시사 풍자적인 면이 강했다. 하지만 <SNL 코리아>의 풍자가 시들해지면서 배우로서 참여는 하고 있지만 개그맨 위주로 세팅이 되면서 대중이 바라볼 때 ‘배우인가 개그맨인가’하고 정체성이 헷갈릴 때 그만두었다.”

-앞으로는 어떤 연기를 선보일 것인가.

“그동안의 평가를 보면 ‘연기 폭이 다양하다. 그럼에도 이미지의 폭은 다양하지 않다’는 평이었다. ‘이미지의 폭은 넓은가’라는 고민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 배우들은 본능적으로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김원해도 이미지의 폭이 다양하구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연기를 선보이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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