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노동 관련 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통과를 강조한 13일 이후, 재계가 ‘경제살리기 입법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각종 협회 회원사들에게 서명운동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18일 직접 서명운동에 동참한 바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일 정부부처 합동 업무보고 이후, 판교 서명운동 현장을 방문하고 입법촉구 연명부에 서명했다. (사진=청와대)

20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참여연대,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경제살리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은 재계와 금융계 및 일부 사용자단체들이 청와대와 교감하여 스스로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펼치는 전형적인 ‘관제 서명’이자 ‘여론 공작’의 일환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대한상공회의소, 손해보험협회 등이 회원사로 발송한 공문을 공개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대통령 담화 이튿날인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를 포함 각종 사업자연합회 및 협회에 공문을 보내고 각 기관의 임직원 및 회원사들이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상공회의소는 △협회 및 단체 사무국, 회관 입주사, 회원사 임직원, 회관 내방자에게 서명을 받고 △서명인원 일일현황을 취합해 송부하고 △범국민 서명운동 추진 현수막을 제작하고 회관에 부착할 것 등을 요청했다.

손해보험협회 또한 같은 날 메리츠, 한화, 롯데, MG, 홍국, 삼성, 현대, KB, 동부 등 17개 회원사에 공문을 보내고 “6개 금융협회는 대통령 대국민담화(13일)에 호응하여 경제활성화 법안의 입법화를 촉구하기 위해 범국민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로 협의(14일)했다”며 회원사에 서명을 독려하고 서명지 원본을 20일 오전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생명보험협회(회장 이수창)는 15일 회원사에 ‘회사 소속 임직원 및 보험설계사’를 서명대상으로 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와 노동계를 압박하자, 재계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이를 다시 정부가 여론전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서명운동에 대해 “오죽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나서겠느냐”며 직접 참여하고 서명운동을 독려했다.

이를 두고 사무금융노조, 참여연대, 박원석 의원은 관제 서명이자 여론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입법부의 정당한 권한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뒤흔들고, 재계와 금융계가 이를 따르자 대통령이 다시 화답하는 식”이라며 “서명운동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표명하기 위한 수단인지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하고 쟁점법안이나 악법들의 국회통과를 압박하기 위해 써먹는 도구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하고, 이에 이해관계가 있는 재계와 금융계가 서명운동에 나서고 다시 대통령이 서명에 참여하는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일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하고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대통령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재계와 금융계의 보여주기식 서명운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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