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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협력자’ 위해 이번에는 ‘규제프리존’‘규제프리존’ 차리고 대규모 규제완화까지… 보수언론은 “그래도 부족하다” 불평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1.19 18:44

규제에 틈이 있다면 규제는 없는 것과 같다. 그런데 정부가 의도적으로 틈을 만들기로 했다. 18일 미래창조과학부 등 8개 정부부처는 합동 업무보고를 통해 창조경제 성과를 낼 목적으로 총 80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신성장산업을 육성하고 대규모 규제완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 난데 없이 튀어나온 것이 ‘규제프리존’이다. 이 개념은 ‘신기술·서비스의 시장 출시 전 안전성 검증 등이 필요한 경우, 일정기간 시범사업을 허용하는 지역’이다. 정부는 가칭 ‘규제프리존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규제완화부터 살펴보자. 정부는 자산관리운용업,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위치정보·개인정보·빅데이터산업, 원격의료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꼽으면서 관련 규제를 개선해 산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모두 ‘정보’를 활용한 산업이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규제프리존이다. 이는 작은 규모의 ‘경제자유구역’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사업자에게 ‘선이용-후동의’ 수준을 뛰어넘는 규제완화를 선물했다. 일종의 일상실험 장소를 마련해주기로 한 것이다. 이는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과실은 센터를 운영 중인 대기업과 그 사업파트너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산업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진흥과 규제, 양 측면의 정책방향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이 산업들이 이용자, 노동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핀테크와 결합된 온라인 펀드판매를 활성화하고 ‘비대면 자문계약’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이용자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불완전 판매’가 우려된다.

원격의료를 보자. 정부는 도서벽지·농어촌·군부대·원양어선·교정시설 등에서 이루어지는 원격의료를 확대하고, 창조마을 전문의료 서비스(10개소, 1천명)와 노인 요양시설 원격의료(10개소, 5백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고령화 지역 등 지역을 확대하고, 특정 질병 대상을 추가로 확대하겠다”며 “올해 반드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이 규제완화와 제도적 지원의 과실은 삼성 등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진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재계와 한몸이 돼 규제프리존 유치에 열을 올릴 것이다. 삼성, SK 등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 중인 기업들은 해당 지역에서 자신의 신사업을 규제 없이 실험할 수 있다. 이 기업들은 기획단계에 있거나 규제에 가로막혀 멈춰 있는 신사업을 자신의 지역에서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장과 지역구 의원은 ‘실적’을 쌓고, 기업은 ‘임상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규제프리존에서 이루어진 실험이 전국단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기업은 임상실험 결과를 ‘창조경제의 성과’로 선전하며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애는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와 국회에서도 정치적 성과를 원하기 때문에 규제완화는 어렵지 않게 이루어지게 된다. 정부가 삼성 등 재벌과 보수언론의 규제완화 요구에 아주 구체적인 선물을 내놓은 셈이다. ‘이 구역은 삼성, 저 구역은 SK’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여전히 추가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는 19일자 사설에서 “예산만 쏟아붓는다고 ‘창조경제’가 되는 건 아니다. 신수종 사업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세밀한 성과 관리가 없으면 말짱 헛일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허가를 받기 전엔 일단 막고 보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를 ‘안 되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시행령 개정 등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풀 수 있는 규제부터 손을 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의 이 같은 주장은 “모든 규제를 단두대로 한꺼번에 처리하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다. ‘시행령 정치’라는 점도 같다. 그러나 국회에서 모법을 고치지 않고는 완화할 수 없는 규제가 대다수다. 정부가 규제프리존을 추진하는 이유는 선거 때문에 멈춘 국회 대신 80조원의 예산을 직접 지역에 투입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예산의 상당수는 ‘창조경제에 협력한 대기업’이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돈을 풀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규제를 무력화하는 놀라운(?)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중앙일보 1월19일자 사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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