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18일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미래부는 창조경제 핵심성과를 만들어내며 지속가능한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했고, 방통위는 방송통신의 활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두 부처는 새로운 방송통신 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과제로 △UHD방송 △신유형 서비스 활성화 △1인미디어 기업 발굴 △옥외 미디어 신사업 육성 △콘텐츠 경쟁력 강화 △글로벌 교류협력 강화 △개인정보 이용 촉진 △위치정보 산업 육성 △광고·협찬 관련 규제 완화 △유료방송 간 기술장벽 제거 등을 제시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의 합동 업무보고 자료 (이미지를 누르면 업무보고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는 방통위로 이동합니다.)

이중 대다수는 이미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것들이다. 정부는 지상파 UHD방송을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2014년부터 방송통신발전기금 일부를 기업의 펀드를 받아 운영 중이다. 개인정보·위치정보 사업을 활성화하자며 관련 규제완화 역시 추진 중이다. 외주제작사를 방송사업자로 보고 간접광고를 허용하겠다는 것 또한 국회의 방송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 수준이다. 유료방송 기술장벽을 없애겠다는 것 또한 DCS(접시 없는 위성방송) 허용으로 규제완화가 예고된 바 있다. 1인미디어 기업 발굴은 ‘창조경제’와 관련해 이미 거론돼 왔고, 옥외 미디어 신사업 육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정책목표다.

방송 그리고 시청권의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OTT, 웹콘텐츠, 신유형광고 등 ‘신유형 서비스 활성화’다. OTT(Over The Top) 활성화의 경우,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지상파방송사업자가 주도한 ‘푹’이 있고, CJ E&M의 ‘티빙’이 있고, 이동통신사와 IPTV사업자가 ‘모바일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관련 논의는 거의 없었다. OTT의 경우, 정부가 관련 특별법을 만들어 규제하고 진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웹콘텐츠의 경우, ‘진흥’부터 해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신유형광고’다.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 관계자는 1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재핑광고, VOD광고, 양방향광고 등 현행 방송법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광고가 등장하면서 이를 어떻게 방송법으로 다룰지 검토하겠다는 취지에서 정책과제에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핑광고는 시청자가 리모콘으로 채널을 이동하는 ‘재핑’(zapping) 시간에 내보내는 광고로 티브로드, 씨앤앰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VOD광고는 사업자들이 유·무료 VOD 앞에 내보내는 광고를 뜻한다. 양방향광고는 주로 유료방송사업자들이 VOD나 상품판매를 유도할 목적으로 이용자의 화면에 띄우는 가상광고다.

문제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이 같은 광고를 ‘활성화’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정부는 재핑광고에 대해 사업자가 스스로 광고품목 등을 정하는 ‘자율규제’로 정책방향을 잡은 바 있다. 방송법 상 규제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재핑시간’을 규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VOD광고의 경우, 극장의 옥외광고처럼 ‘돈을 지불했는데 광고까지 봐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관련 규제를 추진 중이기는 하나 VOD 시청이 급증하고 이에 따른 광고매출도 오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면규제 가능성은 낮다. 양방향광고의 경우, 아직 정책방향이 나오지 않았는데 현행 광고를 용인하되 ‘시청시간 중 ○회 이하 노출’ 같은 방식의 규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정책방향이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 신유형광고는 방송시간과 내용물에 관한 방송광고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신유형광고의 유형은 이용자의 능동적인 선택과정과 결과에 광고를 붙이거나, 유료방송가입자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간접광고(PPL) 상품과 T커머스 사업자를 연계해 “리모컨으로 PPL을 구매하라”는 양방향광고도 등장했다. 간접광고, 중간광고, 가상광고 등 ‘방송시간 내’ 방송광고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준 상황에서 신유형광고마저 활성화하겠다는 것을 ‘방송시간 외’ 영역, 특히 이용자의 자발적인 선택과정에까지 광고를 덕지덕지 붙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업자에게 계속 뒤처지고 있다. 의도적으로 보일 만큼 느리다. 방송콘텐츠를 활용한 2차 콘텐츠에 사업자가 붙이는 ‘뉴미디어광고’를 예로 들어보자. 정부는 규제 여부조차 검토하고 있지 않다. 지상파와 CJ, 종합편성채널 등 11개 사업자는 2014년 말 스마트미디어렙이라는 뉴미디어광고판매대행사를 설립했고, 이 회사는 방송사가 네이버 다음 곰TV에 제공하는 방송클립에 광고를 붙여 내보내고 있다. 스마트미디어렙 관계자는 사실상 영업 첫해인 2015년에 330억원의 취급고를 기록했고 ‘흑자’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정부는 방송사들이 클립영상에 인스트림 광고를 붙이든 배너광고를 붙이든, 앞이든 중간이든 뒤든, 15초든 30초든, 트루 뷰(true view·이용자에게 광고를 건너뛸 선택권이 있는 광고)이든 아니든 규제하지 않고 있다.

사업자들이 앞서 나가면 정부는 ‘수용’하고 ‘활성화’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방통위와 미래부의 2016년 업무계획이 우려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이번 정책과제는 방송프로그램은 물론 방송이 송출되는 모든 화면을 ‘매대’로 만들고, 시청자의 선택에도 광고를 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규제완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시청권은 약화된다. 방송통신융합시대의 방송광고는 지상파 수신자, 유료방송 가입자, OTT 등 스마트미디어 이용자가 노출될 수 있는 모든 광고를 뜻한다. 신유형광고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하고 규제해야 할 정부가 ‘활성화’부터 외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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