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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 국가에게 ‘책임감’을 묻는다[재정·예산 보도 따져보기] 지방에 부담 떠넘긴 꼼수가 공약 미이행 사태로
강국진 / 나라살람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16.01.18 12:05
편집자 주)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 및 예산에 관한 기사는 언제나 읽는 게 쉽지 않다. 특별히 문제의식을 갖고 기획을 한 경우가 아니면 대개는 정부가 내놓는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매주 나라살림연구소의 손종필, 강국진, 김상철 연구위원들이 언론의 재정 및 예산 관련 기사의 내용을 검토해 나라살림연구소와 미디어스에 공동 연재한다.

무상보육 갈등은 이제 연례행사가 됐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교육청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무상보육을 둘러싼 ‘예산전쟁’을 벌인다. 매우 복잡해보이지만 사실 구도는 매우 단순하다. 1단계, 결정(즉, 예산편성)은 중앙정부가 한다. 2단계, 지방은 항의한다. 3단계, 중앙정부는 무시한다. 4단계, 반발이 거세지면 중앙정부는 ‘일부’ 양보해주고 일단락된다. 5단계, 또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이 과정이 5년째 도돌이표로 되풀이된다.

무상보육은 크게 영유아보육료 지원사업과 가정양육수당 지원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영유아보육료 지원사업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0~5세 영유아(0세 월 40.6만원, 1세 월 35.7만원, 2세 월 29.5만원, 3~5세 월 22만원)에게 보육료를 지원하는 것이고, 양육수당 지원사업은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만 0~5세 영유아(0세 월 20만원, 1세 월 15만원, 2~5세 월 10만원)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두 사업 모두 소득과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지원한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먼저 간단한 사실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무상보육은 무상급식과 다르다. 무상급식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처음 주창하면서 공론화됐다. 무상보육은 이명박 정부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무상보육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사업이다. 반면 무상급식은 주체가 교육청이고, 필요한 사업비는 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한다. 다시 말해, 무상급식은 중앙정부 예산이 들어가질 않는다.

무상보육에 관한 중요한 결정은 모두 박근혜 정부 몫이지만 재정부담은 그렇지 않다. 무상보육 전체 재정규모는 지난해 기준 8조 4819억원이었다. 국비가 4조 1492억원이었고 지방비가 2조 2026억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2조 1301억원이 투입됐다. 다시 말해 전체 무상보육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지자체와 교육청, 이른바 ‘지방’이 부담했다. 거기다 이는 2014년보다 869억원이 감소한 규모다.(예산규모는 여기를 참조)

이명박정부의 쪽지예산에서 시작된 무상보육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무상보육을 둘러싼 논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2011년 12월30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 한다. 정부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상임위에서는 제대로 거론도 되지 않았던 0~2세 보육료지원 예산 3697억원을 급작스럽게 추가 책정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주승용이 문제제기를 하고 기재부 장관 박재완이나 예산실장 김동연 등이 반박하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여기를 참조)

영유아보육료지원사업 자체는 예전부터 있었다. 2005년도 3349억원에서 2011년도 결산기준 2조원으로 6배 이상 증가한 것에서 보듯 정부에서도 나름 신경을 많이 쓰는 분야이기도 했다. 지원 범위도 꾸준히 확대됐다. 2011년에는 영유아가정 소득하위 70%까지 보육료 지원으로 확대했다. 이명박 정부가 강조한 무상보육은 기존의 저소득층 지원사업과 달리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영유아에게’ 적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만 0~2세는 원래 2012년부터 하려던 게 아니었다.(시사IN 기사를 참조)

정부가 내놓은 ‘쪽지예산’은 하루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3697억원은 0~2세 무상보육을 하기엔 예산 규모가 너무 부족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그전까지 어린이집에 가지 않던 영유아들이 어린이집으로 몰렸다. 정부는 0~2세 보육료 지원대상을 70만명으로 계산했지만 실제로는 연간 약 77만명에 이르렀다. 2012년 연초부터 지자체에선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계속해서 이를 무시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이 사업이 국고보조사업이라는 점이다(여기를 참조). 국고보조사업 체계에선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일정한 비율로 필요한 재정을 분담한다. 하지만 과거 저소득층 영유아 지원사업일 당시 국고보조율(서울 20%, 여타 지자체 50%)을 그대로 무상보육에 적용하면서 영유아 숫자가 많은 서울시는 말 그대로 ‘폭탄’을 맞게 됐다(무상보육이 초래한 자치구 재정위기, 서울시도 속수무책). 정부는 안팎으로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에선 ‘이건희 손자’ 운운하며 무상보육 후퇴를 모색했다.

공교롭게도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였다. 정부가 내놓은 ‘0~2세 소득상위 30% 보육료 미지급’과 ‘소득 상위 30% 가구 양육수당 미지급’이라는 절충안은 국회 예산안심의 과정에서 여당이 뒤집었다. 여당은 대선공약이 ‘영유아 무상보육 완전국가책임제’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문제는 지자체로서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3년도 정부예산안을 기준으로 다음 연도 지방예산을 편성했다. 이 문제가 2013년 중앙정부-서울시 갈등의 핵심이 됐다.(영유아보육 책임회피하는 중앙정부, 구청장들이 뿔났다)

2013년에는 서울시는 무상보육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은 끝에 결국 박원순 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특히 국고보조율 문제도 쟁점이 됐다. 국회는 2012년에 여야가 영유아보육료를 서울은 20%에서 40%로, 여타 지자체는 50%에서 70%로 일괄 인상해주기로 합의하고 영유아보육법 개정안까지 발의했지만 정부 반대로 통과가 안 됐다(정부-여당은 무상보육 사보타주를 중단하라). 우여곡절 끝에 2013년 연말 국회 예산 심의를 거치면서 보조율을 35%(타 시·도 65%)로 조정했다.

중앙정부가 한 것은 지방정부에 대한 ‘협박’뿐

2013년 상황을 보면 중앙정부가 서울시를 얼마나 노골적으로 압박했는지 알 수 있다. 가령 그 해 5월 복지부가 배포한 자료를 보는 “재정자주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시는 양육수당예산을 2012년 기준(0~2세 약 소득하위 15%)으로 설정해 필요한 재원보다 크게 부족하게 편성했다. 여타 자치단체에 비해 예산편성 의무이행 의지가 매우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대목이 나온다.(무상보육 지방재정부족, 서울시 탓만 하는 복지부)

   
▲ 1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진구청에서 열린 광진구 신년인사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2013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0∼5세 전 계층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무상보육 예산규모는 전국적으로 지자체들의 예산편성 기준이 된 정부예산안보다 1조 4000억원 늘어났다. 이 중 7000억원은 정부가 국비로 부담하고, 지방이 부담하는 7000억원 가운데 5607억원을 복지부(3607억원)와 안전행정부(2000억원)가 각각 보전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추경 편성 없이는 무상보육 예산지원 없다’며 지자체를 압박했다.

그 해 6월에는 복지부가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추경편성을 하겠다고 동의한 지자체만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못박았다. 지자체는 동의서 공문의 지방비 지원 동의란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고 추경편성계획란에는 몇월에 하겠다는 시기를 적어내야 했다. 대부분 지자체는 동의서를 제출했지만 서울과 경기도, 인천 일부를 비롯해 일부 지자체는 공문 제출을 거부했다. 그중에서도 서울시는 마지막까지 중앙정부방침에 저항했다.(무상보육 정부 대책은? 지자체 위협하며 책임 떠넘기기)

결국 서울시는 2013년 9월5일 무상보육을 위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박시장은 영유아들이 보육료지원을 받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공식논평을 통해 “뒤늦은 결정이지만 다행”이라며 예비비와 특별교부세 1219억원을 바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복지부가 밝힌 1219억원도 지난해 예산안 심의 당시 국회가 지방비 부족분 국고지원을 위한 예비비로 편성한 것이었다.(무상보육 지방채 발행과 ‘밀어내기’)

이런 일련의 흐름을 보면 중앙정부가 대단히 자기모순적인 행태를 되풀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2012년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국고 보조 비율을 20%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여야 합의를 한 바 있으며, ‘영유아보육·유아교육 완전국가책임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여곡절을 거치며 국고보조율 인상 등 개선이 이뤄지자 무상보육을 둘러싼 논란은 중앙정부-지자체에서 2014년부터는 중앙정부-교육청으로 전선이 옮겨갔다. 공교롭게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을 표방한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다. 누리과정은 만 3~5세를 대상으로 한 유아교육(유치원)과 보육(어린이집)을 통합하려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사업대상은 같은데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소관 부처도 다르고 교사 자격과 예산항목이 모두 달라 혼선이 컸기 때문이다.

누리과정이 문제가 되는 것은 영유아보육료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도록 한 반면 어린이집 자체는 법적으로 교육청 소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누리과정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 자체가 애초에 법적 근거가 약했다. 여기에 더해, 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을 시작하면 예산이 부족해 교육청이 무상급식을 하는게 힘들어질 것이라는 말을 정부 주최 회의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제 사업 방만에는 눈 감는 중앙정부, 염치가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상보육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됐다. 서울, 광주, 세종, 경기, 강원, 전북, 전남 등 7개 시도 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다. 교육청으로서는 무상보육을 위해 부채가 급증하는 걸 더이상 참고 넘어가기 힘들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는 1월17일 “기재부와 교육부는 일부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보다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교육감 공약사업에 예산을 우선 투입하고 있다며 방만한 재정 운영도 누리과정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못하게 되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연합뉴스 보도)

평소 기재부와 교육부가 얼마나 예산운용을 똑소리나게 잘하는지는 여기서 논하지 않겠다. 기재부가 시행령을 바꿔 4대강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이나, 경인운하와 자원외교 등에 듬뿍듬뿍 예산을 배정한 것, 교육부 특별교부금을 둘러싼 논쟁도 다 작은 일일 뿐이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대통령 공약사업에 예산을 우선 투입하지 않고 있다. 방만한 재정 운영도 누리과정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못하게 되는 한 원인”이라는 점은 꼭 지적해주고 싶다.

강국진 / 나라살람연구소 연구위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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