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이 15일 언론사 최초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했다.

한겨레21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을 시작으로 점진적인 인터넷 콘텐츠 유료화 실험에 나선다.

한겨레21은 15일 언론사 최초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했다. 오늘부터 한겨레21을 보고 싶은 독자들은 카카오톡에서 잡지를 구매하거나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 받는 사람이 직접 배송지를 입력하게 돼 있어, 주소지를 몰라도 선물하기 기능을 쓸 수 있다. 서비스 오픈을 기념해 할인된 가격으로 1개월, 6개월, 1년 구독권을 구입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한겨레21은 지난해부터 창작자와 후원자를 이어주는 ‘스토리 펀딩’, 이슈와 지식 등을 다루는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 ‘1boon’ 등에 참여하며 카카오와의 접점을 늘려왔다. 이번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은 ‘10~20대 독자 유치’와 ‘적정한 가격으로 좋은 기사를 읽는 경험 마련’을 위해 시도한 것으로, 한겨레21이 진행 중인 인터넷 콘테츠 유료화 실험 중 1단계에 해당한다.

한겨레21 안수찬 편집장은 “사실상 사라져버린 일종의 언론 가판 시장을 모바일을 통해 재현하려고 한다”며 “피치 못하게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만 매체를 접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해서는 향후 모바일용 매거진을 제공할 텐데 이때도 유료”라며 “궁극적으로는 광고에 대한 의존도를 가능한 크게 줄이고 좋은 언론을 사서 보는 경험을 만들고자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안수찬 편집장은 “시장적인 판단을 내리면, 독자의 구미에 맞는 문화오락 콘텐츠를 만드는 게 디지털 시장에 걸맞은 미디어 기업의 미래이지만 저희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계속 전달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디지털 시대의 언론 연성화 과정에 빨려들어 가느니 무엇이든 실험을 해 보고 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수찬 편집장과의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전화 인터뷰] 한겨레21 안수찬 편집장

1. 한겨레21이 오늘(15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했다. 이런 시도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현재 신문·방송·매거진 가리지 않고 언론의 수익모델이 판매와 광고의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10년 간 광고 비중이 더 높다고 걱정했는데 지금은 돈을 주고 받아보는 유료독자가 급감해, 사실상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판매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포기한 상태다. 그래도 대중에게 기사를 전달해야 하니까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독자 급감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광고 유치를 보충하고 있다. 한마디로,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들어온 ‘무료독자’의 클릭수를 바탕으로 해서 매체 영향력을 입증하고 거기에 걸맞은 방식으로 광고를 유치한다는 논리인데 이 과정에서 2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선정적, 단편적, 편파적인 기사가 과거보다 더 양산되고 있다. 광고 수익 모델만 있으니까 정부 및 대기업을 포함한 거대 광고주 입김에 더 쉽게 노출돼, 좋은 기사도 사라지고 좋은 언론이 설 자리도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하는 것은, 비교적 작은 매체인 한겨레21 입장에서는 중요한 문제였다. 여러 가지 해법을 모색 중인데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은 그 중 하나다. 흔히들 (독자들은 기사를) 디지털과 모바일로 본다면서, 디지털과 모바일에 기사를 무료로 노출시킬 생각만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구매하고 추천하는 일도 (모바일 상에서) 이루어진다. 커피를 매장에서 사지만 구매하는 행위 자체는 모바일에서 한다. 발상을 전환해 봤더니 왜 우리 같은 매거진은 모바일에서 구매를 못할까, 못할 법이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프라인 매체를 온라인에 적합한 방식으로 편집하거나 가공할 생각만 했었는데, 아예 오프라인 상품을 모바일에서 구입할 수 있게끔 ‘노출’하는 것을 실험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15년 사이에 서점과 가판 등 누군가 신문이나 주간지를 사 보려고 했을 때 가능한 물리적 공간이 많이 사라졌다. 클릭해서 받아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사실상 사라져 버린 일종의 언론 가판 시장을 모바일을 통해 재현한다는 의미다.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모르지만 초기에도 반응이 나쁘지 않아 잘 연착륙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2. 여러 플랫폼 중 카카오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가 있나.

한겨레21이 1년 여간 ‘지속가능한 좋은 언론을 위한 혁신’을 조금씩 하려는 것에 대해 좋게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포털이) 기성 언론 기반을 갉아먹는다는 말이 나오지만, 카카오도 좋은 언론 콘텐츠이기만 하다면 (포털과 언론이) 상생할 길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저희가 어느 정도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봐 주셨던 것 같다. 일단 너무 초창기라 시간을 조금 더 두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잘 되면) 이런 방법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모바일 공간으로 오프라인 잡지의 판매처를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의 콘텐츠를 장기적으로 웹이나 모바일용으로 제공하는 방향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은) 첫 번째로 (오프라인 잡지의) 새로운 판매 경로를 개척한 것이다. 매거진은 사실 오프라인으로 받아보는 게 가장 (읽기) 좋기 때문에, 그 상태로 보는 걸 권유하는 것이다. 피치 못하게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만 매체를 접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모바일용 매거진을 제공하는데 이때도 유료로 제공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한겨레21도 홈페이지에 기사를 시차를 두고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 이를 축소하거나 무료 제공을 중단하는 데까지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 미래의 일이고, 궁극적으로는 광고에 대한 의존도를 가능한 크게 줄여 좋은 언론을 사서 보는 경험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4. 광고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수익 창출을 뚫는 것은 모든 언론이 갖고 있는 고민이지만 지금까지 잘 안 돼 왔다. 그런데도 도전한 이유는?

언론인들이 변화하는 디지털 시장, 환경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곳이기 때문에. 시장적인 판단을 내리면 독자의 구미에 맞는 문화오락 콘텐츠를 만드는 게 디지털 시장에 걸맞은 미디어 기업의 미래다. 물론 저희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말초적 구미에 맞는 문화오락적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기자를 하는 것도 언론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계속 전달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했다. 큰 조직을 거느린 매체라면 논의와 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나, (한겨레21은) 몸집이 가볍고 비교적 유연한 편이기에 남들이 해 보지 않은 실험들을 좀 기동력 있게 도모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디지털 시대의 언론 연성화 과정에 빨려들어 가느니 무엇이든 실험을 거듭해서 그것을 통해 배우고 또 다른 일을 도모하는 게 우리 미래에도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프라인 부수를 확대하지 않고 오로지 인터넷 영향력, 이른바 클릭 수에만 의존해서 이 매체를 유지 존속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현실적인 절박감도 작용했다.

5. 이번 작업은 디지털팀이 맡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을 계기로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는지.

지난해 9월 디지털팀이 만들어졌는데 팀장, 기자, 사원 3명서 하기에는 하는 일도 너무 많았고 디지털에 기초한 사람들도 아니어서 새로운 하기가 벅찼던 게 사실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 전부터 카카오와 스토리 펀딩을 해 왔다. 가장 많은 후원금을 유치했던 영화 <귀향> 프로젝트(2억 5000만원 모금 성공해 목표치의 2509% 달성)가 저희 작품이었고, 모바일 플랫폼 1boon에도 콘텐츠를 제공해 플랫폼 확대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카카오와 신뢰관계를 쌓은 것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까지 이어지게 됐다. (디지털팀은) 모바일용으로 소비될 괜찮은 콘텐츠를 만들고 속속 내보내고 있다. 대표적인 킬러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이런 걸 계속해서 보려면 정기구독을 해라,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

▲ 한겨레21 안수찬 편집장

6. 왜 한겨레에서 전면적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을 추진하지 않고 한겨레21만 시작하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한겨레 안에서는 한겨레21을 테스트 베드, 일종의 개척자, 실험 매체로 보는 측면도 있다. 뭔가 앞장서서 도전하고 개척한 후, 성과를 내면 그걸 적용해 볼지 말지 추가로 검토하게 되리라고 본다. 같은 지붕 아래 같은 매체이고 식구이긴 하지만 독자들이 꼭 겹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겨레와 한겨레21은 서로 독립적인 매체이자 조직이기도 하고 (독자들도) 둘을 구분해서 본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한겨레21이 한겨레뿐 아니라 다른 언론매체들에게도 참조나 모범이 될 만한 일들을 하려는 점을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7. 이후의 또 다른 유료화 계획이 있나.

인력이 부족해서 얼마나 빠른 시기에 구현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선 이 시점에서는 하는 것을 정착시키고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카카오톡 판매를) 정착하는 게 급선무고, 모바일 매거진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준비를 한 뒤에 (다음 단계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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