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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규제와 반기업 정서 탓에 SK가 ‘멜론’ 팔았다?동아·중앙, 때아닌 ‘규제완화’ 주장… 할 말은 하는 조선일보 “유망벤처 내친 SK가 문제”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1.13 16:00

지난 2013년 SK가 매각한 국내 최대 음원플랫폼인 멜론을 카카오가 사들이기로 하면서(1월11일) 보수신문이 또 다시 규제완화를 부채질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5년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2011년 로엔은 SK텔레콤의 계열사인 SK플래닛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그래서 ‘SK(지주회사)-SK텔레콤-SK플래닛-로엔’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SK플래닛은 2013년 홍콩계 사모펀드운용사 어퍼니티에 로엔을 팔았다. 지주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지 않으면 경영권을 가질 수 없고, 이럴 경우 2년 내 지분을 전부 사거나 팔아야 한다는 현행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13일 보수신문은 이 같은 규제를 ‘기업 옥죄기’라고 주장하며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SK는 어퍼니티에 로엔 지분 52.5%를 2659억원에 팔았고, 카카오는 어퍼니티로부터 로엔 지분 76.4%를 1조8743억원에 사들이기로 했으니 사모펀드만 앉아서 1조2천억원의 차익을 얻은 셈이다. 그러나 SK플래닛이 로엔을 매각하고,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한 이유는 모두 사업자 나름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SK플래닛은 ‘전자상거래’에 집중하기 위해서였고, 카카오는 ‘콘텐츠 플랫폼 기반 마련’과 ‘글로벌 진출 토대 구축’ 때문이다. 보수신문은 이 같은 과정과 이유를 인정하면서도 현행 공정거래법과 국민정서법을 문제 삼았다. 과도한 규제와 대기업이 음원 유통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한국기업’ SK가 멜론을 키우지 못했고, 결국 과실을 모두 외국계 사모펀드가 챙겼다는 식이다.

동아일보는 2면 기사 <SK, 2013년 ‘멜론’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 지주회사 출자 구조 엄격 규제 관련법 실효성 놓고 다시 논란>을 통해 “물론 SK플래닛이 2013년 당시 로엔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고 하더라도 지금만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었겠느냐는 반론도 나온다”고 지적했으나, “대기업 그룹에 속한 상태에서 음원 사업을 하면 ‘대기업이 음원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비판하는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동문서답식 분석을 내놨다. 동아일보는 “음원 사업 특성상 로엔이 대기업 그룹에서 분리된 덕분에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하며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SK플래닛 관계자 발언도 전했다. 동아일보는 공정거래법의 규제에 대해 “재계는 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그룹의 향후 구조 개편을 막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또한 경제면 <SK는 왜 멜론을 못 키웠나… ‘기업 옥죄기’의 그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내 대기업 증손회사 신분이었다면 ‘지분 100% 룰’에 걸려 M&A도, 새사업 확장도 나설 수 없었겠지만 외국계 기업은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며 현행 규제가 과도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중앙일보는 특히 “(SK가 로엔을 포기한 배경) 여기에는 공정거래법보다 무서운 ‘정서법’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과 정서법으로 기업을 옥죄는 사이, 한국이 만든 기업을 1조2000억원이라는 큰 돈을 얹어주고 한국 기업이 다시 사오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게 중앙일보 주장이다. 결국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반기업 정서가 문제라는 게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주장이다.

특이한 대목은 조선일보의 평가와 결론이 동아·중앙일보와 정반대라는 데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SK그룹 떠난 뒤 2년반 사이 회사 가치 5배 오른 ‘멜론’>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SK가 공정거래법 사 규제 때문에 쫓기듯 로엔을 매각했다고 보면서도 “사실 SK텔레콤 등 거대한 계열사들에 비하면 (로엔은)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디지털 음원 분야의 시장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어퍼니티가 “유망 기업의 잠재 가치를 알아보고 2년 6개월 동안 투자”를 한 결과, 매출이 30% 넘게 늘었고 2800만명이라는 가입자와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최근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며 관련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SK의 이해관계를 대변했다면 조선일보는 SK의 전략적 패착에 주목하며 쓴소리를 건넨 셈이다. 조선일보는 특히 “우리 재벌들은 기업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도 부족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회사를 키우는 전략도 빈약하다”며 “SK는 이제 와서 ‘멜론’ 서비스를 팔도록 강제했던 정부 규제가 문제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유망벤처를 내쳤던 그룹 내부의 문제부터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상반된 평가 중 SK가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은 조선일보의 지적이다. 동아·중앙일보의 지적대로라면 오히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게임의 룰을 맞추는 게 옳다. 언론이 사업자의 패착을 규제 때문이라고 몰아가고 때아닌 ‘애국’ 마케팅을 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일이다. 오늘 조선일보는 할 말을 했고, 다만 그 뿐이다.

   
▲조선일보 2016년 1월 13일자 사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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