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에서는 그야말로 역대급 슈가맨이 등장하였다. 이름 하여 노이즈. '너에게 원한 건', '상상 속의 너'를 크게 성공시키고, 그 당시 KBS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였던 노이즈. 과연 <토토가>,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노이즈를 섭외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그 노이즈가 <슈가맨>에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엄청난 거물급(?)을 모셔 와서 그런 건지, <슈가맨>은 처음으로 양 팀 모두 한 가수의 히트곡으로 역주행송 대결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방송에서 보컬과 작곡을 담당했던 천성일은 볼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등장한 노이즈는 그야말로 반가움 그 자체였다.

▲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고백하자면 노이즈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글쓴이에게 서태지의 아이들보다 더 좋았던 가수였다. 성인이 되고 난 이후 MBC <무한도전-개그학개론>을 통해 노이즈의 '너에게 원한 건'을 처음으로 접한 글쓴이는 지금도 가끔 '너에게 원한 건'과 '상상 속의 너'를 듣곤 한다. 굳이 두 곡에 대한 선호도를 비교하면 '너에게 원한 건'이 더 좋긴 하지만, '상상 속의 너' 역시 2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명곡이다.

하지만 90년대 초중반에 활동하고 사라진 전설의 댄스그룹이기 때문에, 90년대 후반 태어난 10대들은 노이즈를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예를 들면 활동 당시에는 노이즈만큼 큰 인기를 얻진 못했지만 이후 헬스장, 클럽 등에서 꾸준히 들려왔던 루머스의 'storm'과 달리, 노이즈의 '상상 속의 너'는 크게 회자되지는 못한 딱 90년대 추억의 댄스곡이었다. 그렇다고 '너에게 원한 건', '상상 속의 너'가 보통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즐겨 부를 수 있는 스타일의 노래는 아니다. 그래서 30,40대 판정단은 모두 이 노래를 기억하고 있지만, 10대 판정단 중에서는 '상상 속의 너'를 아는 이가 하나도 없는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90년대 잘나갔던 노이즈를 알 턱이 없는 10대들에게 이 20년이란 엄청난 간극을 메워주는 이들은 다름 아닌 쇼맨으로 등장한 걸그룹 '레드벨벳'과 '오렌지 캬라멜'이었다. 걸그룹의 홍수 속에서도 특유의 상큼발랄한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는 이들의 역주행송은 그들만의 독특한 색깔이 물씬 묻어난다. 노이즈 특유의 흥겨움보다도 각각의 걸그룹 색깔에 맞게 새롭게 탄생한 노래였다. 노이즈를 이날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안 세대에게는 쇼맨들이 재해석한 리메이크송이 좋게 다가왔을 듯 싶다.

레드벨벳과 오렌지 캬라멜이 노이즈에게 헌정한 역주행송도 좋았지만, 한때 '상상 속의 너'를 정말 좋아했던 팬으로서 노이즈를 <슈가맨>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천성일이 함께하지 못했기에 완전체 노이즈는 아니었고, <슈가맨>이 아니라 진작 <토토가>에 나와 주목받아야 했을 그룹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많은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를 고사해오던 노이즈가 <슈가맨> 출연에 기꺼이 응한 건, 우리가 한때 사랑했던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슈가맨>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 아닐까.

▲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아직 우리는 <슈가맨>에서 보고 싶은 추억의 옛 가수들이 많다.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가수 겸 작곡가 김현철이 잠깐 언급한대로, '넌 언제나'를 부른 모노의 김보희도 있고, 자자의 '버스 안에서', 스페이스A '섹시한 남자' 등 돌이켜보면 90년대엔 참 좋은 노래들이 많았다. 아, 에코의 '행복한 나를'을 빼놓을 수 없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소방차, 박남정 그리고 경쟁 프로그램에서 매력을 발산 중인 김완선도 <슈가맨>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이분들은 <슈가맨>에 출연하기엔 엄청난 스타라서 나올 수 없는 것일까.

슈가맨으로 등장하는 가수들은 오랜만에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좋고, 시청자들은 노래에 얽힌 옛 추억에 응답할 수 있어서 좋다. <슈가맨>을 통해 만나고 싶은 추억의 옛 가수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만큼, <슈가맨>이 오래오래 방영돼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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