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18일자 <동아일보> 칼럼
12월18일자 <동아일보>에 ‘기자협회와 언론노조’라는 칼럼이 실렸다. 칼럼은 그동안 ‘기자협회’와 ‘언론노조’를 지켜본 내용을 담담하게 그러나 강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다. 글을 쓴 필자는 “기자협회와 언론노조를 두고 직능 이익 단체라며, 미디어 현안에 대해 언론계의 대표격으로 발언하고 있지만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칼럼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무슨 까닭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기자협회’와 ‘언론노조’를 비판한 것이 다름 아닌 동아일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동아일보의 ‘기자협회와 언론노조’ 칼럼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으로 각색해봤다. 비교하며 재미있게 읽어보시길….

나 역시 ‘광화문에서’…“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지난 촛불정국 당시 국민들이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불매운동을 벌였던 신문 중 동아일보가 있다. 이 신문은 이명박 정권의 정책에 대해 우호적으로 발언해왔고, 몇몇은 정권의 ‘자리 몫’도 차지했다. 일례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표적인 동아일보 출신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에도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대선캠프 언론특보를 지낸 최규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선출됐다.

동아일보 사이트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1920년 창간되어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사건,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 혁명 보도, ‘자유언론실천선언’발표, 백지광고 사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보도” 등이 동아DNA라고 일컫고 있다. 충분히 그랬으리라 생각된다. 과거에는. 그러나 지난 촛불 정국 때 동아일보는 대통령을 직접 만나 소통하고 싶다던 ‘국민’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을 ‘폭도’로 몰아붙였고, 이 때문에 국민들은 동아일보를 불매하기 시작했다.

현안에 대해서도 동아일보는 국민들의 뜻을 거슬렀다. 오늘 주요 일간지 1면에는 국회의 모습들이 실렸다. 한미FTA 비준안을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상정하면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여들었고, 결국 한미FTA비준안 상정을 두고 문 앙쪽에서 야당과 여당이 극명하게 갈렸다. 국회에서는 문고리가 부서졌고, 살수가 뿌려졌고 그것에 맞서 소화전이 등장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누가 보더라도 거대여당의 ‘횡포’에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에 다수당의 ‘횡포’는 없다. 다만 “협상 더 해봐야 소용없다…극한대결 ‘막다른 선택’” 기사에서 “4·9총선의 민의는 한나라당에 압도적 다수를 몰아주면서 ‘할 일은 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소수인 민주당의 발목잡기에 끌려 다닌다면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라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말을 인용해 한나라당을 대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문 부순 행위’ 특수공무방해죄? 공용물파괴죄?”기사는 “국회의사당에서 공사장 해머로 회의장 문을 부순 일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인사는 형사처벌 받게 될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처벌을 부추기는 꼴이다. “1999년 12월 한나라당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야당 정치사찰을 하고 있다’며 안기부 직원들이 상주하던 국회 본청의 문을 손망치로 부수고 들어간 일이 있다”는 과거의 일을 거론했지만 이어 “물론 (한나라당은) 당시엔 손망치만 이용했고,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정상적인 국회 의사일정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과 확연히 다르다”며 민주당과 민노당에서 1999년 사건을 들먹이지 말라고 선수까지 치는 모습이다.

2000년도는 ‘안티 조선’운동이 크게 일어났던 해이다. 당시 대학생이던 나는 동아리에서 보고 있던 <조선일보>를 비롯해 동아일보까지 끊어버렸다. 그래도 조중동을 읽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들도 있었으나 한 달간의 토론을 통해 동아리방 앞에 ‘조중동 사절’ 딱지를 붙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촛불정국에서 조중동 폐간이 목적인지 혹은 압박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그러나 최근 동아일보의 행보를 봤을 때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동아일보는 또한 여러 현안에 대해 가시 돋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사설을 보자. 지난 17일 사설 ‘좌파 정부 10년, 남북협력기금 펑펑 써 뭘 남겼나’에서는 “(좌파정권이) 그토록 퍼줬지만 북한의 개혁 개장에 진전이 있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라고 꼬집고 있다. 그러나 묻고 싶다. 그렇다면 UN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한 이명박 정부의 선택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기는 하는가.

지난 여름 동아일보가 조중동불매운동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그 때문이었을까. 지난 8월 마포구청이 산하 각동의 주민자치센터와 구청 내 각 부서에 동아일보만 추가로 구독할 것을 공문으로 통보하고 대금을 구청 홍보과에서 지급하기로 했던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마포구청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특정 신문을 지원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왜 마포구청은 동아일보를 더 구독하라고 했을까. 이런 점에서 동아일보가 언론의 당위적 역할을 버리고 정치권력에 편승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

동아일보는 촛불을 경유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쓰레기’라고 불렸다. 조선 중앙도 마찬가지였다. 이 신문들은 당시 구독률이 유독 많이 떨어졌다. 언론의 역할을 저버리고 국민의 뜻을 거스른 결과이다. 이러니 동아일보가 스스로 자청하는 '메이저신문‘이라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동아일보의 기자들이 전부 그러하지는 않을진대 더 기다려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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