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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혈병 문제, 누가 ‘최종해결’, ‘일단락’이라 그랬나조정위도 ‘완전한 타결’ 아니라는데, 언론은…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1.12 18:53

삼성전자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 사태는 결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삼성의 동의하에 제3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가 설치됐고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 의제에 대해 구체적인 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삼성은 조정안을 거부했다. 그리고 12일 삼성 측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대위)가 사인한 합의안은 3가지 의제 중 단 하나 ‘재방방지대책’에 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내부 재해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맨 위원회를 설립해 3년 간 위원회의 점검을 받게 된다. 진전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뿐이다. 조정위 또한 “아직도 완전한 합의,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공개석상에서 밝혔다.

조정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은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합의는)세 주체의 완전한 동의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상당한 진전이라 평가한다”면서도 “사과, 보상 등 나머지 조정 의제에 대해 세 주체 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가 계속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 측과 반올림, 가대위의 협상을 중재해왔던 조정위의 평가다. 그런 조정위가 ‘사과’와 ‘보상’은 합의가 안됐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마치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한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와 관련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등 3개 교섭주체가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재해예방대책'에 관한 최종 합의서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정위, “사과와 보상 등 완전한 합의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는데 언론보도는?

문화일보는 <삼성 ‘반도체 직업병’ 협상 타결-가대위 “보상 없었으면 마지막 대책 나왔겠나”>(▷링크)라고 썼다. 가대위 송창호 대표의 “반올림 측이 협상의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예방대책에 합의해 놓고 사과와 보상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을 그대로 실었다. 문화일보는 더 나아가 반올림에 대해 “보상과 사과 문제를 이유로 다시 투쟁하겠다는 것은 ‘떼쓰기’와 다름없다는 설명”이라는 둥 깎아내리기에 열중했다. 다시는 투쟁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와 다를 바 없다.

헤럴드경제는 아예 ‘삼성전자 백혈병 협상 최종타결’이라고 지칭했다. <“사과하고 보상하고 재해예방”…피해자 요구 대부분 수용> 기사(▷링크) 또한 문맥이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헤럴드경제는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협상이 8년 만에 최종타결된 것은 당사자들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던 예방대책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총평했다. 헤럴드경제는 조정위의 ‘조정권고안’을 삼성 측에서 수용한 것처럼 썼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정위원회는 지난해 7월 23일 조정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은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출연하고, 보상대상 질병을 포함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삼성은 작년 8월 사내 기금 1000억원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보상하겠다는 안을 밝혔다. 자체 심의를 거쳐 12월말 현재 150여명이 보상을 신청하고 피해자 100여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상태다. 가족대책위 소속 6명도 모두 보상에 합의했다. 특히 87일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였던 정애정씨도 지난달 최종 합의하고 보상금을 수령했다. 또 반올림을 통해 산재신청을 하거나 반올림에 제보한 사람 상당수와 협력사 퇴직자들도 보상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중략)…권오현 대표이사 이름으로 된 사과문도 개별적으로 전달됐다. 사과문에는 ‘발병자와 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는데 소홀한 부분이 있었으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_헤럴드경제 보도 중

헤럴드경제는 “반올림과 관련된 사람들을 포함해 100명 이상에게 보상과 사과가 완료된 데 따라 보상은 거의 완전히 해결됐다는 분석”이라면서 “이날 조정위를 통해 3자간 최종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8년간 끌어온 이 문제는 사실상 ‘사회적 합의’를 이루며 모두 해결됐다는 평”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삼성은 조정권고안을 수용했는가. 그렇지 않다. 해당 기사는 오보이자 왜곡이다. 하지만 같은 내용의 보도들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아시아경제는 ‘삼성 백혈병 일단락’이라고 명명했고 <삼성전자 백혈병 대타협…해결 열쇠는 ‘양보’>라는 기사(▷링크)를 냈다. 기사는 삼성에 대한 ‘찬양’에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이 반올림과 최종합의에 이르기까지에는 삼성의 많은 양보가 있었다. 그 동안 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1등의 신화를 함께 써내려간 반도체 노동자들의 노고와 공로를 고려해 양보의 자세에 나선 것이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튼 것이다”가 기사의 첫 머리다. 이러면 내용은 보나마나다. 반도체 사업장은 화학물질의 종류와 새로 들여온 장비 등의 내역만 유출되도 타격이 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제3자의 기관 사업장 감시를 허락했다고 칭송했다. 조정위의 ‘조정권고안’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아시아경제에게는 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 공장의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비공개하면서도 미국 현지 삼성반도체 공장의 유해화학물질 정보는 공개하고 있다는 뉴스타파 보도는 '논외'였을 것이다.

머니투데이 역시 <삼성 반도체 질환 문제, 9년만에 사실상 종지부> 기사(▷링크)를 내보냈다. 마치 붕어빵 틀에 밀가루만 부어 찍어낸 듯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이 같은 일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삼성전자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언론은 시종일관 ‘삼성 편’이었다. 조정권고안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왜 합의되지 못하고 있는지는 언론의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삼성이 조정안을 거부하고 강행하고 있는 보상과 사과는 한 줄 한 줄 기사로 쏟아졌다. 반면, 반올림에 대해서는 ‘몽니’만 부리는 이익집단으로 낙인찍기 일쑤였다.

언론, 삼성이 조정안 받아들여 종지부?…삼성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있나

최근 한일 위안부 협정과 관련해 국민적 저항이 크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국가적)배상’과 ‘진정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 일본은 그저 말뿐인 사과를 하며 그것조차도 총리가 직접 하지 않고 대독시켰다 10억엔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인’ 합의를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문제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 성과와 한일 관계의 미래를 고려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언론과 보수성향 단체들의 주장에 많은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정부는 한술 더 떠 ‘위안부 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한 지원을 백지화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삼성 직업병 피해에 대한 협상과 이 문제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 (사진=반올림)

삼성의 사과와 보상방법, 그 진정성은 끊임없이 의심돼 왔다. 다수의 언론에서 침묵한 삼성 측의 사과는 이런 이야기를 배경에 깔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합의서와 관련해 일체 비밀을 유지한다’, ‘이를 어길시 수령한 보상금을 반환한다’는 확약서를 받았다. 삼성 측에서 1000억 원을 보상기금으로 내놓기로 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1000억 원이면 모든 것들이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는 게 조정위의 입장이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는 이미 드러난 것 이상이기 때문에 기금의 고갈 문제를 우려해 ‘추가 조성’ 내용을 포함시켰던 것이다. 반올림 측에서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공익법인의 사업이 종료할 때까지 매년 1/4분기 안에 전년도 순이익의 0.05%를 공익법인에 기부한다’고 수정 요청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삼성의 말뿐인 사과와 1000억 원의 돈 그리고 ‘비가역적’ 협상 결과라고 표현해도 틀린 해석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위안부 협상과 무엇이 얼마나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직업병 피해자 협상 문제에 대한 언론보도는 기울어져 있는 채다. 아마도 한국사회가 삼성공화국으로 불리는 것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삼성 직업병 피해 협상에 있어서 ‘삼성’이라는 기업명을 지워보면 어떨까. 조금은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다수의 언론들이 이번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협상에 ‘최종’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이 같은 문맥은 해당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각인’시킬 뿐 아니라, 계속되는 문제제기에 대한 ‘피로감’을 주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물론, 매체들은 그를 알면서도 선택한 단어일 테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 직업병 피해자 및 유가족들이 언론매체들을 ‘삼성의 공모자’라 부르고 그들이 쓰는 기사를 ‘광고’라고 주장하는 것에 억울할 만한 일은 아니지 않나 싶다. 과연, 삼성 백혈병 등 직업병 사태가 이대로 끝내길 바라는 쪽은 어디일까.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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