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TV토론을 몇번이나 보셨습니까?"
"TV토론이 후보자를 판단하고 선택하는데 유용하셨습니까?"

대선을 앞두고 TV토론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학계의 토론회와 언론 보도들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TV토론을 소비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TV토론의 목적은 미디어선거 시대를 맞아 유권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지만 정작 유권자(시청자)의 평가와 피드백을 조사한 경우는 드물다.

TV토론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전달됐느냐를 가장 손쉽게 살펴볼 수 있는 지표는 시청률이다. 하지만 올해 TV토론의 성적표는 '저조'한 편이다. 지난 18일 MBC <100분토론>의 정동영 후보 토론회는 각각 5.1%(AGB닐슨미디어리서치)와 4.3%(TNS미디어코리아)였고 지난 11일 이명박 후보 토론회는 4.9%와 4.6%였다. 같은 날 KBS 1TV '대통합민주신당 17대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의 경우는 각각 3.8%와 2.9%를 기록했다. 지난 9월 6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도 5.1%(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와 5.0%(TNS미디어코리아 기준)였다. 아직까지는 5% 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10월 11일 MBC <100분토론> 이명박 후보편 ⓒ이명박 후보 홈페이지
신문 기사와 TV 뉴스로 전달되는 후보자 정보는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쳐 유권자에게 전해지지만 TV토론은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다양한 면을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의 파급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앞으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3회 이상 개최해야 하는 법정 TV토론이 남아있고, 방송사들도 다양한 포맷을 고민하며 초청 토론을 마련해도 이처럼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애초 취지를 실현하기 어려워진다. 시청자들이 왜 TV토론을 보지 않는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보게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TV토론, 좀 더 진화해야 한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대선후보 초청 TV토론은 개별 토론이나 대담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토론의 경우에는 전문가 중심의 토론과 일반시민이 참여하는 두 가지 토론방식이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고, UCC와 타운홀 방식 등 시민의 참여도 월등히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SBS의 경우 진행자와 후보의 1대 1 대담 형식으로 후보자를 검증했고 MBC는 전문패널을 중심으로 시민패널이 일부 참여하는 방식을 보여줬다. 반면 KBS는 타운홀 방식을 도입, 지지 후보자를 정하지 않은 국민패널이 선정한 질문으로 후보자를 검증했다.

올해 더 눈여겨 볼 특징이 있다면 유행처럼 자리잡은 UCC를 방송사들도 도입했다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UCC만의 특성과 차별화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영상으로 제작해 질문을 한다는 형식적인 차별성만 있을 뿐 전화와 인터넷 또는 직접 출연한 패널이 질문하는 것과 내용면에서 큰 차별성을 갖지 못했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시민패널의 참여와 UCC 등 진일보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문제점은 남아있다. 전문가 패널의 전문성과 사전 준비가 그 중 하나다. 토론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가 하면 후보자 답변의 허점을 찾아 재반론을 펴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시민패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 10월 17일 SBS <시시비비> 문국현 후보 편 ⓒ문국현 후보 홈페이지
토론에 등장하는 의제와 답변도 천편일률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정치 외교 국방 경제 사회 분야에 의제가 맞춰지는데다 한정된 시간에 관련 분야를 다 소화하려고 하다보니 백화점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화점식으로 문답을 진행하다보면 후보자들은 정해진 짧은 시간 속에 추상적인 답변을 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렇다고 미시적으로 특정 주제만을 다루기엔 한계가 있고, 그러다보니 생산적인 논의와 쟁점을 잡아내기에도 역부족이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윤호진 책임연구원은 "과거 획일적인 포맷을 벗어나 방송사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하고 있는 것을 유의해서 본다면 TV토론을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다"면서도 "스튜디오 토론만 고집하지 말고 대학캠퍼스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방하는 등 포맷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방송사 공동주최 TV토론 올해는 성사될까?

방송사마다 영향력 과시처럼 경쟁적으로 TV토론을 유치하는 것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후보는 후보대로 특정 방송사만 출연할 경우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 양적 형평성을 맞추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포맷과 주제를 다루는 TV토론에 중복 출연해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 공교롭게도 방송사의 토론 시간이 겹쳐버리면 TV토론을 보려고 했던 시청자는 특정 후보의 방송을 취사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빠진다.

TV토론의 형식과 주제를 다변화하면서 좀 더 효율적인 논쟁을 이끌어내려면 지금과 같은 방송사들의 경쟁 구도를 스스로 깨는 것이 필요하다.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TV토론을 기획하면 주제를 차별화해 진행할 수도 있고 양자 토론이나 다자 토론을 성사시킬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KBS 선거방송프로젝트팀 김찬태 팀장은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TV토론을 주최해 분야별로 토론 주제를 특화하고 양자토론이나 다자토론을 기획하는 등 변화를 시도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며 "방송사들이 협력하면 유력 후보들이 TV토론을 기피하는 현상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위 후보간의 양자토론에 대해서는 군소후보의 참여 기회를 차단한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TV토론의 효율성을 살리고 유권자들에게 가장 실질적인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공평한 TV토론 기회는 법으로 정해진 토론에서 보장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언론사들이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토론에서는 유력 후보간 양자토론을 실시해 TV토론의 효율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유력후보 양자토론으로 TV토론 효율성 살려야"

윤성옥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겸임교수는 지난 9월 <방송문화>에 기고한 글에서 "모든 후보자들을 참석하게 해서 토론의 비효율성을 야기하는 것보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적당한 범위 내의 후보자로 제한해 토론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군소후보들에게는 최소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유력 후보자들을 비교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나 후보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TV토론을 준비하는 방송사 실무진 입장에서도 '흥행'이 되는 양자토론을 선호한다. 유력 후보들끼리 맞붙여놔야 실질적인 토론이 되고 국민들도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방송사에서 양자 토론을 하고 싶어해도 실제 성사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위를 달리는 유력후보의 경우 양자토론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후보자들의 토론 기피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고 외국의 경우도 후보들이 유불리에 따라 판단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재벌기업의 총수를 뽑는 것도 아니고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일인데 국민들로부터 검증받는 자리를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법적으로 정해진 TV토론을 제외하고 언론사들이 자율적으로 초청하는 토론회의 경우 후보자들의 TV토론 기피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언론사 입장에서는 국민을 대신해 질문을 하고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미디어선거 시대에 언론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자 반드시 해야할 의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원칙과 구호만으로는 TV토론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없다. TV토론을 기획하고 주관하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비롯한 언론사와 단체, 국민들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할 후보자, 그리고 TV토론을 시청하는 유권자들이 모두 TV토론의 필요성과 중요성, 영향력을 합리적으로 인식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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