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는 국민의 재산이다. 어떤 정파, 어떤 자본도 전파를 자기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도 안 되며 이용할 수도 없다. 특정정파, 특정자본이 전파에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면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이 실종되고 방송의 가치인 공공성·공익성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 방송법은 방송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소유한도를 두고, 거대재벌의 방송진출을 막는다. 신문법은 신문·방송 겸업금지를 통해 여론독과점을 막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공영방송을 뺏어 족벌신문과 거대재벌에 바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신문의 방송소유를 허용한다고 공언해 왔다. 그것은 MBC, KBS2의 민영화라고 흘리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을 통해 보는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만 허용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 자산기준을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는 선에서 재벌참여의 범위를 제한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그동안의 논의를 일거에 뒤집고 모든 신문, 모든 재벌이 모든 방송을 소유하는 법개정안을 내놓았다.

현재 신문과 거대재벌은 지상파방송을 갖지 못한다. 그런데 소유지분을 20%까지 허용한다는 것이다.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은 소유지분을 49%까지 허용하며 외국인에게도 20%까지 개방한다고 한다. 방송법이 규정한 최대주주의 소유한도 30%도 49%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방송장악→여론통제→장기집권이라는 정치구도가 숨어있다.

▲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위원장ⓒ여의도통신
한나라당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이 사업자들을 많이 만났다고 밝혔다. 자산규모 10조원 이하의 중견재벌들은 방송사업에 큰 의욕을 보이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모든 재벌에게 방송진출의 길을 연 것 같다. 거대재벌들은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 말고 화끈하게 지상파방송을 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신문사 중에 방송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조·중·동뿐이다. 그들도 비슷한 요구를 한 모양이다.

방송광고시장은 제한적인데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도전문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해 KBS, MBC, SBS와 경쟁해봤자 광고부족으로 사업성공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종합편성채널이 지상파방송처럼 방송하려면 막대한 시설투자와 인력확보에다 제작비만도 연간 5000억원 가량 들어간다. 결국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광고확보도 안정적인 MBC나 KBS2를 내놓으라고 했을 것이다. 정권도 정권홍보에 훨씬 효과적이니 동의했을 것이다.

소유지분한도 49%는 MBC를 염두에 둔 것 같다. MBC의 민영화는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 지분 70%의 매각이다. 이 경우 방송법상의 소유한도 30%에 따라 지분 30%를 소유한 정수장학회가 최대주주로 떠오른다. 문제는 정수장학회가 박근혜 의원의 지배하에 있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 내의 세력분포에서 친이계와 대척점을 이룬 친박계의 수장이다. MBC 민영화는 그에게 정치적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그것을 막으려면 소유한도를 늘려야 한다. 49%는 박 의원을 겨냥한 화살일 것이다.

정병국 의원은 공영방송법을 만들어 공영방송의 광고수입을 전체수입의 2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차례 MBC는 공영도 민영도 아니니 분명하게 선택하라고 말해왔다. MBC가 공영방송이라고 주장하니까 광고수입 20%라는 덫으로 묶어 민영화를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광고수입의 80%를 줄이는 고사작전으로 내부반발과 외부반대를 돌파한다는 뜻이다. 같은 수법으로 KBS도 압박할 태세다. KBS2는 공영방송이지만 광고로 먹고 산다. 광고수입을 80% 줄이면 KBS2를 포기하는 길밖에 없다.

조·중·동은 정권창출에 세운 공로가 지대하다. 방송진출의 길을 터줘 경영난을 타개하도록 돕고 그 대가로 정권홍보에 앞장서도록 한다는 전략일 것이다. 돈이 모자랄 수 있으니 재벌과 손을 잡도록 했다. 자본은 속성상 친정권적이니 방송사를 확실하게 장악하도록 소유지분도 확대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반대여론이다. 관제사장이 들어선 방송사는 입을 다물 테고 거대신문은 북 치고 장구 치며 환호할 것이다, 다만 인터넷이 시끄러울까 걱정이다. 촛불에 데인 탓도 있어 차제에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해 네티즌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로 작정했을 것이다. 듣기 싫은 소리하면 감옥에 넣겠다는 뜻이다. 방송장악, 인터넷통제는 여론획일화를 통한 장기집권의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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