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사단의 2016년 첫 프로젝트는 '역시'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불패의 예능 피디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도 많이 되었지만 그만큼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다. 익숙한 시리즈에서 과연 식상함이 아닌 새로움을 선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나영석 사단의 여행은 언제나 좋다;
오로라를 만나기 위해 떠난 아이슬란드, 4명의 청년들이 보여줄 희망가

일반인들에게는 교점이 보이지 않았던 세 남자는 서로 잘 알고 지내던 이들이다. 조정석과 정우는 동갑내기이고, 정상훈은 형이다. 정우와 정상훈은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영화를 함께 찍었고, 조정석과 정상훈은 뮤지컬을 통해 친분을 쌓았던 인연이 있다.

재미있게도, 사전 모임에서 세 남자는 각각 오로라를 보고 싶어 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여행지 사진 중 '오로라'에만 격한 반응을 보인 그들은 어쩌면 시작 전부터 그렇게 제작진과도 통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실제 떠나는 날이지만 여행 전날 모임 정도로 알고 모인 그곳에서, 조정석을 제외한 정우와 정상훈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
아이슬란드는 사실 낯선 곳이다. 북유럽 디자인에 흠뻑 취해 있는 우리이기는 하지만 세계 최북단의 아이슬란드는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저 빙하만 존재하는 곳으로 알았던 아이슬란드 역시 아름답다. 유럽 특히 북유럽 특유의 멋이 그곳에도 존재했다.

알면서도 속는 출발은 청춘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당할 것을 알고 오래 전부터 짐을 싸놓았다는 조정석도 가지고 갈 수 있었던 것은 렌즈가 전부였다. 청춘들은 현재 있는 그대로, 그렇게 가장 추운 나라로 떠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최종 목적지인 아이슬란드까지 가는 데만 20시간이 훌쩍 넘는 긴 여정이지만 세 친구들에게는 행복이다. 친한 사람들끼리 미지의 공간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어린아이처럼 들뜨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해외여행마저 낯설고 그래서 비행기를 타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기도 하는 이들의 아이슬란드 여정은 어쩌면 역대 최고의 기행일 수도 있겠다. 자연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나약한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객들도 꺼린다는 한겨울 아이슬란드 여행은 그렇게 터무니없이 시작되었다.

▲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
작은 가방 하나 둘러메고 비행기에 올라 자신들이 정말 아이슬란드로 가는 것인지 의아한 상황에서 경유지인 네덜란드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은 8시간의 공백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암스테르담에 가보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의외로 비싼 지하철 가격에 당황해 회의를 하는 장면은 재미있게 다가왔다.

돌머리라고 자학하던 그들에겐 자연스럽게 '쓰리 스톤즈'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그들은 현명했다. 아무리 친한 사람과 여행을 가더라도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질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그들은 철저하게 상의해서 결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어렵게 암스테르담으로 가기로 한 그들은 지하철 안에서 넉살좋은 외국인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첫 여정을 즐기기에 바빴다. 하지만 새벽의 암스테르담엔 비가 내리고 그곳에서 먹은 첫 끼가 패스트푸드라는 사실은 이번 청춘들의 여행이 결코 만만하거나 편하지는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옷도 변변하지 않았던 정우는 옷부터 구매해야 했다.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한다는 아이슬란드로 들어가기 전 할 수 있는 마지막 호사였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아이슬란드에 입성한 그들에게 낯선 그 공간은 공기부터가 달랐다. 저녁 5시도 되지 않았지만 마치 새벽 같은 그곳의 풍경은 시청자들에게도 낯설게 다가올 정도였다.

▲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
비행기 안에서 숙소를 예매했지만 3명이서 2인실을 사용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예약 잘못으로 혼란스러워진 조정석은 그렇게 '꺼벙이'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제작진이 정성스럽게 북유럽 동화처럼 꾸민 영상이 아니더라도 첫날부터 혼을 빼앗긴 조정석의 '아이슬란드 극복기'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숙소에서 다행스럽게도 3인용 방으로 교체한 이들은 그저 행복했다.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좋았고, 여행 첫날 그 기대감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감동은 여전했으니 말이다. 슈퍼를 향하는 발걸음은 이미 바닥에서 떨어져 날아가고 있었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한 신기한 경험도 그들에게는 가능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쌀을 사서 숙소에서 밥을 해먹는 그들은 참 대단했다. 부대찌개를 끓이고 밥을 말아 먹는 그들의 아이슬란드 첫 끼는 확실한 그들의 성향을 보여주었다. 투박하지만 자연스러운 것을 선호하는 그들의 편안함은 보는 이들마저 행복하게 해줄 정도였다.

잠옷을 그렇게 구매하자고 했던 정우였지만 예산 문제로 포기한 그들은 담요로 대처하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거대한 폭포가 있는 '굴포스'로 가기 위해 렌트카를 빌리고 떠나기 전 유명한 핫도그 가게까지 들린 그들의 여정은 순조로워 보였다.

▲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
여행 비수기라는 점에서 제작진들이 사전 답사를 했을 때의 반값으로 차를 렌트하고,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반했다는 값싼 하지만 맛있는 아이슬란드 핫도그 가게까지는 완벽했다. 하지만 그저 운전만 하고 가기만 하면 그만인 그들의 여행에 발목을 잡는 것은 거대한 자연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따뜻한 겨울이지만 진정한 겨울을 보여주는 아이슬란드는 달랐다. 거센 눈보라로 인해 가던 차를 멈추고 긴급회의를 해야 할 정도로 아이슬란드의 겨울은 만만하지가 않았다. 그곳이 아니라면 쉽게 볼 수 없는 '오로라'를 찾아 아이슬란드까지 온 그들은 이제 자연의 도전에 맞서야 했다.

그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자연의 무심함과 일상성은 거대한 도전 그 자체이자 축복이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천해의 비경은 직접 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독한 추위 속에서도 그들이 그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제 그 무심한 자연이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넉살 좋은 정상훈과 무데뽀 정우, 모범생 모습이지만 왠지 알 수 없는 모호함이 있는 조정석까지 이들은 최적의 조합이었다. 마치 잘 꾸며진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첫 등장부터 완벽한 조합을 보여주었다.

나영석 사단의 이번 선택도 옳았다. 하루 세끼만 해먹으면 그만인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예능을 하던 그가 이번에는 다시 해외로 떠났다. 30대 다시 치열한 삶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 그들과 함께 <꽃보다 시리즈> 사상 가장 험난한 여행지를 찾았다. 그리고 여행하는 출연자들을 통해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지혜도 보여주었다.

단순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고, 평범함에서 진리를 이야기하는 방식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영원한 로망인 '여행'이 그들 안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나영석 사단의 판단과 선택은 옳을 수밖에 없다. 환상적인 빛을 내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떠난 그들은 '서유기'의 여정과도 유사하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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