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기억 능력을 가진 진우는 이런 능력을 이용해 단기간에 변호사가 되었다. 그에게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믿었던 변호사마저 포기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진범인 일호생명의 남규만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곧 진우의 목표다.

거대한 적과 싸울 무기를 찾았다;
어린 소년에서 강한 청년이 된 진우, 거대한 악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다

진범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진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법은 이미 돈 권력을 가진 일호그룹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진우가 그렇게 믿었던 승률 100% 변호사 박동호마저 돈 권력에 무릎을 꿇었다. 재벌들의 악랄한 방식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약한 고리인 돈을 이용해 인간의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행태는 잔인하다. 아버지나 다름없는 조폭 두목 석주일을 위해 동호는 눈을 감았다.

남규만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언이 담긴 영상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그는 법정에서 태업을 벌이며 진우 아버지를 포기했다. 18살 어린 소년은 분노했다. 모든 증거들이 범인을 지목하고 있지만 공정하게 법을 다뤄야 하는 법정에서는 왜 진실을 외면한 채 오직 돈을 가진 자의 편에 서야 하는지 진우는 답답했다. 그래서 스스로 변호사가 되어 법정에 서게 되었다.

▲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 아들의 전쟁>
한 번 보면 뭐든지 사진처럼 기억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진우에게 법전 외우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더욱 진우에게는 무조건 변호사가 되어야만 하는 강력한 동기도 있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빨리 구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은 천재에게 무서운 동기를 부여했고, 그는 4년 만에 유능한 변호사가 되어 있었다.

법대를 다니던 인아도 4년이 지난 후 행동하는 검사가 되었다. 단순히 사건을 문서로 보고 판단하는 검사가 아니라 실제 현장을 뛰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그는 선배 검사에게 혼나기 일쑤다. 동료에게는 그럴 거면 형사가 되지 왜 검사가 되었냐는 핀잔도 들을 정도다. 하지만 인아 역시 간절함이 있었다.

그 판결 후 갑자기 사라져 버린 진우와 그 아이 아버지의 억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아는 결코 억울한 죄인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도 하지 않는 현장 방문을 당연하게 여긴다.

인아의 동창이자 남규만의 친여동생인 남여경 역시 검사가 되었다. 좋은 머리를 갖췄고 엄청난 돈을 가진 아버지가 있다. 그녀에게는 거칠 것이 없다. 검사라는 직책 역시 그녀에게는 그저 화려한 인생을 장식하는 또 다른 장신구일 뿐이다. 물론 자신의 집안을 위해 검사라는 직책은 유용하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끔찍하게 생각하는 인물은 바로 현직 판사인 강석규다.

뛰어난 외모에 최고 학부에서도 수재였던 석규는 자상한 인성까지 갖춘 사기 캐릭터다. 그런 석규를 좋아하는 여경은 그렇게 결혼까지 해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석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인아였다. 항상 열심히 발로 뛰는 검사 인아와의 인연은 공판을 마치고 나오던 중 인아가 떨어트린 필기구가 인연이 되었다. 전형적이어 진부하게 느껴지는 상황이지만 그렇게 석규와 인아의 인연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 아들의 전쟁>
인아와의 인연이 그런 관심에서 시작되었다면 석규와 진우의 인연은 법정에서 이어졌다. 진우가 맡은 사건을 담당한 판사가 석규였다. 드라마 상에 드러난 진우의 법정 장면에서 언제나 판사는 석규다. 그런 인연은 결국 석규가 판사복을 벗고 진우가 세운 '변두리 로펌'으로 옮겨가는 이유로 작용할 것이다.

진우의 간절함을 외면하고 석주일의 편에 섰던 동호는 현재 일호그룹의 에이스 변호사가 되어 있었다. 최고의 수임료를 받는 변호사로 성장한 동호는 그들이 원하는 사건을 맡아 승리로 이끌고 있다. 마약사범인 남규만의 친구마저 법정에서 무죄로 이끌어내는 동호는 마치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 주인공인 '블랙잭'과 같은 존재다.

동호와 진우의 인연은 악연으로 시작되었다. 이미 드러났지만 진우 가족을 죽게 만든 교통사고의 주범이 바로 동호 아버지였다. 현장에 둘은 있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운명은 다시 한 번 잔인하게 엇갈려갔다.

진우 아버지를 살리겠다고 나선 동호가 결정적인 순간 배신을 했고, 진우는 그 분노를 어찌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 믿었던 자에게 당한 배신은 그렇게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동호가 현재 일호그룹의 변호사로 있지만 그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진우와 같다.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진우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한 수를 위해 그는 움츠리고 있고 진우와 함께 거대한 악의 화신과 같은 일호그룹을 무너트릴 것이기 때문이다.

▲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 아들의 전쟁>
변호사가 된 진우는 언뜻 잔인한 속물 법조인처럼 보인다. 힘들게 고생하다 죽은 경비원 사건을 담당한 진우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그를 파렴치한 존재로 낙인 찍어버린다. 딸을 위해 푼돈을 받아야 했던, 정상 참작이 가능한 일까지 끄집어내어 법정에서 잔인하게 휘두른 진우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어 보였다.

분노하는 딸에게 억울해 할 것은 그런 법이라고 이야기하는 진우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다. 법은 누군가의 사정을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그 가치는 곧 진우가 일호그룹을 무너트려야 하는 이유이자 명분이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 앞에서도 그가 냉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렇기 때문에 이해될 수 있다.

진우는 낡은 건물 옥상에 '변두리 로펌'의 문을 열었다. 그 초라한 곳에 자리잡은 이유는 당연히 그럴만한 자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는 일호생명이 자세하게 보인다는 이유도 있었다. 진우의 목표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그곳에서 진우는 남규만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상황과 접하게 된다.

일호생명의 강만수 부사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었다. 강 부사장을 신뢰하는 아버지에게 늘상 불만이었던 남규만은 이번 기회에 강 부사장을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리려 한다. 그리고 남규만은 박동호를 시켜 그를 파렴치한 성추행범으로 만들라는 지시까지 한다.

인턴사원이었던 김한나는 인아가 맡고 있던 고시원 절도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병든 어머니의 수술비를 도둑맞았다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던 인아는 이 사건을 맡고 싶었다. 그 상대가 박동호라는 사실 역시 인아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사건 진행은 인아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명확한 물증은 피해자인 김한나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었다.

▲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 아들의 전쟁>
하지만 두 번째 변론에서 박 변호사가 아닌 그 자리에 새로운 변호사가 등장했다. 그건 바로 인아가 그렇게 궁금해 했던 어린 진우였다. 이제는 성장해 변호사가 된 진우가 바로 일호그룹 부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변호하기 위해 법정에 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진우는 강 부사장이 성추행을 하지 않았음을 증명해내기 시작한다. 김한나가 과거에도 유사한 일을 벌였다는 것을 증명했다. 대학시절 자신의 연인이었던 강사를 성추행범으로 협박해 거액을 뜯어낸 사실을 법정에서 밝히며 김한나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인턴 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김한나는 회식자리의 분위기를 이용해 부사장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보인다. 그 과정에서 남규만이 개입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과거의 행적을 본다면 김한나의 자작극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진우의 이런 공격은 결국 남규만을 무너트리기 위한 한 수였다.

일호생명의 부사장으로 남규만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봐왔던 강만수 부사장을 변호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은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진우의 전쟁은 하지만 결코 쉬울 수는 없다. 돈 권력으로 법 위에 군림한 그들을 법정으로 끄집어내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에서 단단한 변호사가 된 진우. 그리고 그런 눈빛이 살아있는 진우를 연기한 유승호. 이 변화를 통해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진정한 시작을 알렸다. 화려하면서도 강렬하게 시작된 부도덕한 권력에 대한 반격은 시청자들마저 흥분하게 한다. 우리사회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그들에게 과연 진우는 제대로 된 복수를 하게 될지 기대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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