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 <내부자들>의 스포일러가 있을 따름이지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스포일러는 없음을 밝혀둔다.

만일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무간도>나 <나비효과>처럼 각각 다른 결말을 갖는 영화라면 이번에 선보이는 확장판에서는 관객에게 스포일러가 될 만한 또 다른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터. 하지만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맨 처음을 안상구(이병헌 분)가, 마지막을 이강희(백윤식 분)가 장식하는 가운데 영화 중간 중간에 관객이 상상으로 유추했을 법한 기존의 인물 관계, 조국일보 데스크의 모습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 큰 골격의 변화는 없다.

▲ 영화 <내부자들> 스틸 이미지
참고로 안상구의 손을 팔과 분리시킨 안경 쓴 악마, 조상무(조우진 분)가 원작에서는 애매하게 처리되지만 그가 어떤 행보를 겪는가가 궁금하다면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이강희와 장필우(이경영 분)의 관계를 요즘 선보이는 뮤지컬에 대입한다면 <프랑켄슈타인> 속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괴물의 관계와 비교하여 바라볼 수 있다. 뮤지컬 속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괴물이라는 피조물을 창조한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괴물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창조주임에도, 피조물인 괴물을 자산의 뜻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종국에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내부자들>의 이강희는 고교 동창 장필우를 정계에 데뷔시켜 준 은인이다. <프랑켄슈타인>의 관계로 본다면 이강희는 ‘지금의 정치인’ 장필우를 ‘만든’ 창조주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이 만든 피조물인 괴물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강희는 장필우를 통제하지 못한다.

▲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메인 포스터
안상구의 움직임이 신경 쓰이자 장필우는 이강희에게 “네가 똥을 치워줘야겠다”고 뻔뻔하게 요구한다. 정계로 데뷔시켜 준 은인 이강희에게 감사하기보다는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는 이 시퀀스를 본 뮤지컬 팬이라면 <프랑켄슈타인>의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괴물의 관계처럼 창조주-피조물의 관계가 역전되는 형국, 혹은 주-종 관계가 역전되는 현상을 관찰하기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강희가 데뷔시켜 준 피조물인 장필우가 창조주인 이강희에게 똥을 치워달라고 뻔뻔하게 요구하는 시퀀스는, 장필우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확실한 한 자리를 꿰차기 위해서라면 장필우 앞에서 ‘을’이 되고 ‘종’이 되어야 하는 관계의 역전을 보여준다. 이강희가 안상구를 배신하고 그의 한쪽 손이 날아가게 만든 장본인임에도, 장필우와의 관계에 있어 이런 주종 관계의 역전 현상으로 본다면 이강희 역시 자신이 정치적으로 창조한 피조물인 장필우에게 휘둘리는 가련한 영혼으로 볼 법하다.

하나 더, 권력의 맛을 본 우장훈이 권력의 달콤함을 뿌리치고 내부자로 자신을 내던지는 형국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알다시피 우장훈은 족보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검사에게 공을 빼앗기기 바쁜 ‘호구 검사’다. 이런 그가 이강희-장필우의 라인에 든다는 건 그냥 동아줄이 아니라 황금으로 된 동아줄을 잡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우장훈은 황금 동아줄을 내팽개치고 내부자가 되어 미래자동차와 장필우, 이강희라는 삼각 커넥션을 용감하게 들춰내고 고발한다. <내부자들>이 무서운 점은, 내부의 비리를 들추지 않는 대신 권력과 부란 특권을 누릴 수 있다면 영화의 우장훈처럼 끝까지 내부자라는 고된 길을 걸을 수 있는가를 관객에게 묻는다는 점이다.

▲ 영화 <내부자들> 스틸 이미지
내부자가 내부의 추악한 이면을 고발한다고 해서 영웅이 되는 건 결코 아니다. 내부 고발자가 겪는 어려움은 기사를 통해 족히 보아오지 않았던가. 영웅은커녕 험난한 가시밭길이 우장훈, 혹은 실제 사회 속 내부자에게 기다리는 결말이다. 그럼에도 우장훈처럼 끝까지 신조를 지킬 수 있을까? 부와 명예라는 황금 동아줄에 안주하고 내부자가 되는 걸 포기하는 것이 어쩌면 현명한 처세술이 아닐까를 <내부자들> 혹은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관객에게 테스트하고 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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