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유력한 후보였던 강동순 전 KBS 감사가 청와대의 사장 선임 개입설을 구체적으로 폭로했으나, 주요 당사자였던 KBS이사회, 방송통신위원회, 청와대는 부인하거나 입을 다물었다. 이에, 언론시민단체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국민의 뜻을 모으는 국민감사 청구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1개 언론시민단체는 23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감사 청구운동’ 계획을 밝혔다. ⓒ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자유언론실천재단·언론소비자주권행동·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대위·새언론포럼·미디어기독연대·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언론위원회 등 11개 단체는 23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감사 청구운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감사란’ 공공기관이 부패 등 잘못으로 공적 이익을 현저히 해할 때 19세 이상의 국민 300명 이상이 연서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KBS 사장 선임 시 정권 핵심부에서 개입했다는 짐작이 있었다. 그 짐작은, 강동순 전 감사의 폭로로 매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단체들이 모여 청와대 (개입)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했으나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의 이사회는 아무 답이 없었고 청문회도 유야무야 넘어갔다”면서 “이사회 구성과 KBS 선임 과정에 대해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 청와대로부터 어떤 말이 오고갔는지 밝혀야 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강동순 전 감사 발언 내용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라 깜짝 놀랐고, 보도 하루가 지나도록 여론에서 아무 반응이 없어서 더 놀랐다. 그 이후 상황은 더 놀랍다. 언론시민단체가 기자회견도 열고 성명서도 발표하고 새 노조(언론노조 KBS본부)에서 강동순 전 감사를 다시 인터뷰해 2차 폭로 보도를 내보냈지만 여론은 잠잠했다. 인사청문회 때에도 야당조차 ‘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진상규명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가하게 KBS 수신료 이제는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를 하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는 청와대, 방통위, KBS이사회에 찾아갔다. 언론시민단체는 KBS이사회에 4장에 걸친 질의서로 조목조목 질의를 했으나 이사회는 직인도 찍히지 않은 2문장짜리 공문을 보내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KBS는 국민의 방송이라고 하고 주인은 시청자라고 하면서 정당한 해명 요구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모멸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주 구체적인 내용의 불법행위가 폭로됐고 사태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기에 국민감사 청구를 했다. 지난주에 처음 시민들을 만났는데 반응은 한결같았다. ‘왜 이제 나왔냐’, ‘KBS를 반드시 바로 세워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 모습을 보고, 언론이 장악돼 여론이 잠잠한 것 같아도 시민들 마음속에서 아직 KBS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국민감사 청구운동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밑바닥부터 끓어오르고 있는 공영방송 바로세우기 운동이라고 본다. 이 운동이 확산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성재호 KBS본부장은 “고대영 사장은 보도본부 간부로 재직해 오면서 불공정 방송과 관련된 많은 논란의 당사자였고, 불법 향응 논란과 후배기자와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 등 흠이 많은 사람임에도 KBS 사장으로 취임했다”며 “고대영 사장 취임과 관련해 강동순 전 감사가 매우 구체적으로 청와대 낙점설을 제기했다. KBS이사회와 청와대는 무엇을 하는가. (사실이 아니라면) 당연히 강동순 씨를 고소 고발해야 하지 않나. 고대영 사장도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국민감사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KBS 정문 앞에 이렇게 시민단체나 시청자들이 피켓 들고 오실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정말 죄송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염치없지만 시민사회,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공영방송 KBS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저버리지는 말아 달라, 채찍질을 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저희 4대 집행부에서도 끝까지 이번 일을 기억하고 끝까지 규명해 낼 것”이라고 전했다.

언론시민단체는 제3차 민중총궐기가 열린 지난 19일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감사 청구운동에 돌입했고, 현재 서명인원은 700여명을 돌파했다. <방송법> 제46조에 따라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KBS이사회가 사장 추천권을 갖고 있음에도 청와대가 특정 후보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명백한 ‘불법 개입’인 만큼, 국민감사 청구운동을 통해△KBS 사장 선임에 청와대 개입 여부 △청와대가 KBS 이사회 구성에 개입했는지 유무 △내부 심사 정보 유출 등 KBS 사장 공모 과정의 부정행위 △청와대 개입 관련 책임 소재 등을 밝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민감사 청구에는 언론노조 홈페이지 내 ‘국민감사 청구운동 참여하기’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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