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노사협의회에서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던 OBS경인TV(사장 주철환) 경영진이 입장을 번복하고 한때 40명 가량의 해고자 선별 작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인중)는 40여명 해고자 선별 작업에 대해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 없어, OBS경영진이 정리해고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 경기 부천시 오정동 OBS임시사옥. ⓒOBS
OBS경영진은 지난 3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30억으로 책정한 내년 사업예산을 80~90억으로 증액하려고 노력하겠다. 사업수입을 증가시키고 타비용 절감노력을 통해 정직원의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나 차기 회의인 10일 노사협의회에서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 없어보인다며 해고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따라 OBS경영진은 11일 “회사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을 귀 조합과 협의하고자 한다. 회사의 선정 기준안을 송부하오니 의견 주시면 검토해 반영하겠다”는 내용의 ‘해고자 선별 협조 공문’을 노조 측에 통보했다.

조합원의 해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OBS노조는 현재 사측이 입장 변화를 보일 때까지 노사협의회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노조는 11일 발표한 ‘우리는 분노한다. 누가 누구를 정리해고 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노조는 정리해고 선정기준을 협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선정기준을 인정할 수도 없다. 정리해고는 더 큰 분열과 노사, 나아가 OBS의 공멸을 초래할 뿐 OBS를 살리는 방법이 아니다”라며 “정리해고의 책동을 중지하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부실경영의 책임을 져야할 임원들이 지상파 방송 최저임금에 죽어라 일만 한 조합원들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하겠다는 것인가. 노조가 임금동결을 선언하는등 스스로 고통을 분담하며 OBS를 살리고자 하는데 경영진은 무엇을 했느냐”며 “주철환 대표이사는 지난 노사협의회에서 정리해고는 없다고 했지만 ‘정리해고를 위한 대상자 선정기준 협의’라는 공문에 대표이사 주철환의 직인이 찍혀있다. 도대체 조합원들은 무엇을 믿고 누구를 따라야한단 말이냐”고 주장했다.

또 OBS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경영진은 노조에 공식 통보도 하지 않고 해고자 42명 선별을 위해 국장급들에게 인사고과, 평가자 의견 등을 통해 직원들을 ABCD등급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려보냈다. 하지만 국장들은 “정리해고 외의 방법을 찾아보자”며 선별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OBS 모 국장은 “이번주 초, 경영진이 42명의 해고자를 선별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정리해고란 마지막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므로 새로운 수익구조 창출 등 가급적 다른 방안을 찾아보자고 오늘(17일) 사측에 말했다. ‘거부’라기 보다는 우리는 동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직원 A씨는 “기존 인사고과표에서 S등급과 A등급을 제외하고, B등급 이하를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ABCD등급을 매겨서, 팀별로 D등급을 받아야 하는 사람 숫자까지 정해줬다. 매우 악랄한 방식”이라며 “경영진은 어느 정도의 비용을 감축하기 위해서라는 근거도 없이 무작정 42명이라고만 못박았는데 이는 내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자신들의 경영 실패 책임을 덮고 내년도 경영성과가 나아질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해고자 선별작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중 희망조합지부장은 “국장들로서는 부하직원 중에서 해고자를 가려내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나 역시 위원장으로서 ‘국장들한테 드리는 글’을 통해 국장들이 이 안에 동의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노조는 경영진으로부터 42명 해고자 선별에 대해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석복 경영본부장은 “어느 국장이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구조조정 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고 대상자와 선정기준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에 있다. 그밖의 얘기는 전혀 모른다”며 “구조조정 인원은 예산절감계획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라서 아직 결정된 바도 없다. 안이 나온다면 노조가 제일 먼저 알지 않겠느냐”고 부인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