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회의가 민주당의 항의로 파행을 빚고 산회했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과의 합의도출에 실패한 채, 국회 문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14인 및 친박연대 등 비교섭단체 의원 2인 등 16인의 개회 요구로 열려 ‘2008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법안 합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전병헌 간사가 간사합의 내용을 의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여의도통신
이에 한나라당의 쟁점 법안 강행 처리를 우려한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하면 안된다”며 회의 개최를 반대했지만,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회의 개최를 강행하려 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며 저지하는 등 충돌을 빚었고, 위원장은 안건 상정을 연기한 뒤 추후 여야 간사와 합의를 거쳐서 열기로 하고 회의를 끝냈다.

민주당 간사 전병헌 의원실 관계자는 “간사 합의도 진행하지 않고, 국정감사 채택보고서 취합도 안 된 상태에서 안건을 올리고 의사일정을 잡는 것은 무리”라며 “어제(16일)자로 통보받은 회의 소집 요구서에 ‘2008년도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 채택의 건 등’이라는 포괄적인 안건명을 올렸다”면서 “법안상정 등 추가안건이 상정되는 것이냐고 문제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회의 저지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문방위 회의 파행’과 같은 여야간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합의를 깬 한나라당과 이한구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국회 회의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새해 예산안 파행 처리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고, 이에 ‘법안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민주당 없이 하겠다”며 ‘연말까지 법안처리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의 국회의장 항의방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오는 18일 한미FTA 비준안을 상정시키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가 계속되면 문방위의 물리력 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기업 방송진출 확대 및 신문·방송 겸영 허용, 사이버모욕죄 도입 등이 포함된 방송법·신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이 한나라당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쟁점법안에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에 대해 ‘방송장악법’이라며 “반드시 막겠다”고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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