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형태별로 보자면, 노동자는 직접고용/간접고용/특수고용으로 나눌 수 있다. 회사는 직접 정규직이나 계약직을 고용할 수 있고,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외주화(간접고용)할 수도 있다. 모든 점에서 사용자에게 가장 유리한 고용형태는 특수고용이다. 노동자를 사장님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따로 나가서 사업자 하면 우리가 일감을 보장하겠다’는 회유에 회사 문을 박차고 나가 사장님 명함을 팠다. 이들이 대부분 직원 없는 사장님인 특수고용노동자다.

정부 통계에 이들은 노동자가 아닌 사장님으로 잡힌다. 근로계약을 맺지는 않았으나 실질적으로 사용종속 관계 안에 있고,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는데도 이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조경배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 정흥준 고려대 교수 연구팀은 1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2015년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발표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인권상황 실태 파악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 수를 새롭게 추산해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 전체노동자의 8.9%에 이르는 230여만명이 특수고용노동자다.

우선 연구팀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노무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서, 독립 사업자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업체 혹은 다수의 업체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직·간접적 업무 지시와 감독 하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특수고용 노동자 규모와 관련해 다수의 문헌들이나 정책실무자들은 우리나라 비정규직 유형들 가운데 특수형태근로의 직업적 형태가 다양해지고 관련 종사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으나 정확한 직종과 규모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2014년 ‘근로환경조사’ 자료와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를 분석해 임금노동자 중 특수고용 노동자 비율을 계산했는데 이 결과 임금노동자 중에서 특수고용 노동자 수는 약 133만6591명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학원강사, 방송작가, 카드모집인, 간병노동자, 헤어디자이너, 경기보조원, 화물·레미콘·택배·퀵서비스기사, 검침원, 재택집배원 등 40개 직종을 설문조사하고 심층면접한 결과 ‘피용자가 없는 자영업자’ 84만4581명을 특수고용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한국의 특수고용노동자는 총 229만6775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2014년 한국의 전체 취업자 2568만4174명 중 8.9%가 특수고용형태로 일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정부의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피용자가 없는 자영업자’ 일부를 특수고용으로 포함해 전체 특수고용노동자를 추산해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분석 결과를 보면, IT프로그래머 중 특수고용으로 분류된 노동자는 2만927명인데 이중 1만6570명은 정부 통계에서는 ‘자영업자’로 분류됐다. 특수고용 학원강사 및 학습지교사 24만8713명의 72%(17만9285명) 또한 정부가 자영업자로 분류한 이들이다. 1만2235명에 이르는 특수고용 방송작가의 82.2%(1만62명)도 자영업자로 분류됐던 이들이다. 검침원, 배달원, 자동차운전원, AS기사, 관광가이드, 경기보조원 등 직종에 대한 특수고용 규모는 연구팀 분석 결과가 정부 추산보다 2배 많다. 피용자 없는 자영업자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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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특수고용은 1997~1998년 외환위기 때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 개별적인 소송 등을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개별 현장에 따라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경우는 있으나 한국의 노동법은 기본적으로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골프장 캐디나 학습지교사와 같이 대체적으로 근로기준법상으로는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노동조합법상의 지위는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고 대부분은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도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나 사용자로부터 그 실체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사회보험 적용율은 7% 수준밖에는 안 된다.

연구팀은 “특수고용 노동자는 일반적인 아웃소싱과 달리 어느 정도의 조직편입성이 존재하는 점에서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러한 점 때문에 노동법과 경제법의 갈등이 야기되고 있으며 사업주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사용자의 법적·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도급계약으로 위장한 위장자영인의 경우 심각한 수준의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어 갈등과 분규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2006년 비정규직 관계법 제·개정 추진 과정에서 특수고용 비정규직의 보호를 위한 입법화가 향후 과제로 미뤄지며 노동관계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채로 방치되어 있는 가운데 특수고용 비정규직은 서비스산업 팽창과 함께 확산되어 전체 취업자의 10%에 육박하게 됐다”며 특수고용 비정규직 보호 입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에 피용자가 없는 자영업자를 근로자로 간주하고, 사회보험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같은 법제도 개선과 함께 직종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의 법원과 정부 성격을 볼 때 단기적 과제의 제정안도 함께 제시될 필요성이 있다”며 “예를 들면 현재의 특고 종사자 대부분의 집단이 ‘직종별 노동시장’의 존재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과학기술(IT) 발전과 서비스산업의 확장으로 자본과 기업의 규제회비와 비용합리화 차원 등으로 고용관계의 변형이 가속화 될 것을 고려하면 해당 직종의 공정거래의 문제나 노동시장 교육훈련 등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특수고용 규모 추정치 (자료=연구팀.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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