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먹는 밥맛은 어떨까?”
“나도 아빠랑 같이 출근하고 싶다”

‘노동개혁은 우리 딸과 아들의 일자리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정부광고에 등장하는 대사다.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광고는 또 있다. tvN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 역의 임시완과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역을 맡았던 황정민이 찍은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청년 일자리가 해결됩니다’ 광고가 그것이다. 해당광고에서 황정민은 “능력과 성과가 중시되는 사회, 우리 아들 딸들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의 설움을 연기했던 장그래 임시완은 “비정규직 차별과 남용이 없는 사회, 우리 청년들이 더욱 일할 맛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이를 보면 당연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하면 비정규직 차별이 사라지나?’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미생> 원작자 윤태호 작가는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이른바 '장그래법'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만화 내용과 전혀 다른 의미의 법안을 만들면서 장그래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라고 말한 바 있다. “장그래가 장그래 죽이기에 나섰다”고 성토가 쏟아졌다.

▲ 고용노동부 광고

그럼에도 감성코드의 정부광고는 사람들의 눈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 정부는 노동개혁 광고에 벌써 수억 원을 쏟아 부었다. 정부는 ‘국제시장-미생 편’ 광고의 25개 신문사와 10개 방송사 송출에 출연료·저작권을 포함해 총 13억6400만원을 사용했다. ‘우리 딸 아들 편’에도 국민의 혈세 14억 원 정도 소요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정책을 감시해야할 언론들마저 정부의 노동개혁안에 대한 ‘선전매체’로만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는 정부의 주장대로 “28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보도했다. 공영방송 KBS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청년 ‘고용절벽’ 우려를 풀기 위해 필요하다”며 “노동개혁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17년까지 공공부문 4만개, 민간부문 16만개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기조는 최근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쏟아내는 노동개혁 5법 처리의 ‘강공드라이브’ 발언들은 매일매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보도 속에 감시와 비판이 없으니, 정부가 쏟아내는 광고들과 다를 바가 없다.

국회에 상정돼 있는 노동5법, 언론사에는 어떤 영향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안은 노동5법과 근로계약해지 2대 지침(일반해고·취업규칙) 그리고 임금피크제 확대로 요약된다. 노동 5법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법>, <고용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첨예한 갈등을 빚어지는 부분은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이다. <기간제법> 개정안은 35세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현행 2년인 근무 기간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파견법>은 현행 파견인력 사용을 금하고 있는 제조업(뿌리산업) 등에도 파견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한마디로 파견의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을 담고 있는 2대 지침은 ‘쉬운해고’라고 불린다.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기준을 확대하고 취업규칙 또한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을 완화하자는 내용이다. 여기에 ‘임금피크제’ 확대가 더해졌다.

▲ 언론노조 <파견법 개정안의 실체? 기자, PD도 평생 파견직으로!> 이슈페이퍼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언론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언론노조)은 노동 5법 중 <파견법> 개정안을 특히 우려했다. 언론노조는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 “앞으로 기자, 방송작가들에게까지 파견노동이 허용된다”며 “기자, PD, 아나운서, 방송작가, 엔지니어, 출판물 편집자 등 미디어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평생 파견의 문이 열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미 수천 명 이상의 청년노동자들이 방송사에서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며 ‘2년 뺑뺑이’ 삶을 살고 있다. 언론사 전문파견업체까지 우후죽순 생겨나 정규직보다 파견·비정규직이 더 많은 방송사도 있을 정도”라고 개탄했다.

방송사 내 업무는 이미 일정부분 파견이 허용돼 있다. 그리고 그 영역은 점점 확대돼 왔다. 1998년 파견법 제정 당시 파견 가능 업무는 ‘녹화장비 조작원’,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장비조작원의 업무’, ‘라디오 및 텔레비전 아나운서’로 한정됐다. 하지만 2007년 참여정부 시절 <파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북 디자이너’, ‘감독 및 연출가’, ‘기술감독’, ‘아나운서’, ‘리포터’, ‘방송·영화연출 보조원’, ‘촬영기사’, ‘음향 및 녹음기사’, ‘영상, 녹화 및 편집 기사’, ‘사진기자’, ‘방송송출장비 기사’ 등으로 그 범위가 크게 늘어났다. 언론노조는 “미디어산업 관련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아웃소싱업체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며 “방송제작 및 편성PD조차도 파견직으로 채용되는 일이 일반화됐다”고 지적했다. 방송PD 등의 파견은 이때부터 허용됐다.

▲ 통계청에서 '기자' 표준직업분류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안은 그보다도 파견의 폭을 넓히려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제출한 <파견법> 개정안(대표발의 이인제)은 정확하게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파견허용업무를 확대”라고 명시하고 있다. 제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 등) 제2항 제4호는 “한국표준직업분류의 대분류1(관리직)과 대분류2(전문직)의 업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할 수 있다”고 개정된다. 그리고 통계청 <한국표준직업분류> 상 ‘기자’는 분류코드 ‘28141’로 대분류2에 속한다. 통계청은 기자와 관련해 “신문, TV방송 혹은 라디오, 사보, 생활정보지, 무가지, 인터넷신문 등에 실을 정보를 수집하거나 사회, 경제, 정치 등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취재하고 기사를 편집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작가(28111)’와 ‘출판물 편집자(28152)’ 역시 이번에 파견허용 대상으로 풀릴 전망이다.

<현행안>
제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 등)②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출산ㆍ질병ㆍ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ㆍ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할 수 있다.

<개정안>
제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 등)②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할 수 있다.
1. 출산ㆍ질병ㆍ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2. 일시적ㆍ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다만,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업무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통계법」 제22조에 따라 고시한 한국표준직업분류의 대분류 1(관리직)과 대분류 2(전문직)의 업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다만,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근로계약으로 정한 임금(파견근로기간 동안의 총액을 연간 단위로 환산한 금액을 말한다)이 고용노동부장관이 최근 조사한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의 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 2 직업에 종사하는 자의 근로소득 상위 100분의 25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한다.
5. 「뿌리산업 진흥 및 첨단화에 관한 법률」 제2조제3호에 따른 뿌리기업에서 같은 법 시행령 별표2에 따른 뿌리기술 활용업무 및 뿌리기술에 활용되는 장비제조업무에 근로자를 파견받는 경우


현재도 방송사 내 ‘불법파견’ 문제는 심각하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현행 <파견법>에 따른 파견대상이 아닌 방송작가의 경우도 파견업체를 통해 방송사에 고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노조는 이와 관련해 “놀라운 일이다. 공익성과 공공성을 구현하고 기업들의 불법 파견을 감시해야 할 지상파 방송사가 ‘불법 파견’으로 작가를 고용하고, 인력파견업체는 노동부의 감독을 비웃듯 ‘구성작가, 막내작가’를 내걸고 인력을 모집했다”고 꼬집었다. 이렇듯 현재 방송작가 등의 파견은 ‘불법’이지만 국회에 계류중인 <파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더 이상 불법이 아닌 게 된다. 어찌보면, 이는 방송사들의 이해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5법’은 언론사 기자 등의 업무를 그 대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방송의 경우, 지금도 일정부분 파견이 허용되는 업무가 있다”며 “(법이 개정되면)기자는 고소득 전문직으로 당연히 파견이 허용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같이 논란이 되고 있는 ‘교사’의 파견에 대해서도 또한 “허용된다”고 그 관계자는 말했다. 다만, 간호사 등 의료인의 경우에는 <파견법 시행령> 제2조(근로자파견의 대상 및 금지업무)에 따라 불허대상이라는 얘기다. 결국, <파견법> 개정으로 비정규직만 있는 언론사가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의 근로계약해지 2대 지침, 언론사에 어떤 영향이?

근로계약해지 2대 지침도 문제다. ‘저성과자’에 대한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개정 절차 완화는 MBC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겨레21은 지난해 12월 <치밀하고 교묘한 MBC ‘해고 프로젝트’> 기사를 통해 “MBC가 ‘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인사평가 뒤 짧게는 1년 만에 사원을 해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 합법성을 따지기 위해 대형 법무법인으로부터 유료자문까지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21' 제1039호 보도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을 통해 ‘능력과 성과가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MBC를 보면 의문이 생긴다. MBC는 그동안 끊임없는 ‘보복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0월 교양제작국 해체 조직개편과 함께 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전보조치’됐다. 여기엔 <한국PD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이우환 PD와 방통심의위가 주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수상자 이춘근 PD, 방송기자연합회장을 역임한 임대근 기자 등이 포함됐다. 또한 MBC본부 김재영 편제민실위 전 간사와 편제민실위 부위원장 윤석호 PD, 한학수 PD, 김환균 PD, 이영백 PD 등이 교육발령 및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받으면서 ‘비판적 성향 직원 찍어내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영화 <제보자>의 주인공이기도 한 한학수 PD가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받아 상암동 사옥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맡았다는 사실은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MBC의 조치가 과연 능력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의심하게 한다. 사실 능력과 성과에 대한 공정성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다. 결국, ‘저성과자’를 규정하는 주체는 경영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취업규칙을 더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역시 MBC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다. MBC는 ‘직종폐지’를 두고 법정 소송 중이다. MBC는 조직개편과 사규개정을 통해 기존 인사규정상 ‘기자’, ‘PD’, ‘아나운서’, ‘미술’, ‘제작카메라’, ‘방송기술’, ‘방송경영’, ‘시설’, ‘IT·콘텐츠관리’, ‘기타’ 등으로 분류돼 있던 직종 정의를 삭제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곧바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동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MBC본부는 해당 조항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침대로라면, MBC는 이런 소송을 제기할 필요도 없다.

종합해보면,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안은 언론사 경영진 입장에서 분명한 ‘수혜’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언론의 경우, 제작자율성 등이 보장돼야 좋은 저널리즘을 만들 수 있게 되는데 지금은 이를 통제하고, 경쟁으로 내몰고, 수익에만 매몰돼 있다”며 “이 같은 회사의 경영에 비판적인 의식을 가진 언론인들을 탄압하는 기제로 (노동개혁안이)악용될 것이기 때문에 언론인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거칠게 말하면 MBC경영진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면서 “권성민PD 양산법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MBC는 (회사에 비판적인 인사에 대해)직종과 무관한 부처에 발령 내고, 일 안주고, 성과가 없으니 R등급주고를 반복해왔다”면서 “MBC는 이미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지 법무법인을 통해 확인까지 했다 이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은 마지막 안전판으로 작용해왔던 것인데…”라고 우려했다. 사측에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MBC가 구성원들을 해고 및 중징계한 것은 현재 법원으로부터 한결같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고 있다. 하지만 노동개혁안이 현실이 된다면 이와 같은 '안전판'의 역할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임금피크제 도입=청년일자리 늘어날까?…기자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청년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방송사들의 상황을 보면 그렇게만 볼 수 없다. (사)지역방송협의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역MBC들은 임금피크제와 안식년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신규일자리는 거의 창출되지 않았다. 채용이 되더라도 계약직 비율이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2011년부터 2015년(8월 기준)까지 17개 지역MBC에서 퇴직자는 정년퇴직자 317명, 명예퇴직 73명(총 1300명 근무인원의 30%)에 달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신규인력은 정규직 81명, 계약직 89명으로 총 170명에 불과했다. 임금피크제로 ‘나쁜 일자리’만 늘어난다는 노동계의 우려가 아이러니하게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선전하고 있는 방송사에서 확인된 것이다.

▲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실제 임금피크제가 곧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박사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민간부분은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도 없다”며 “대기업의 경우에는 돈이 없어서 (청년고용을)안 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JTBC <뉴스룸> ‘팩트체크’에서는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노사정 합의문 상으로 봐도 강제하는 게 아니라 ‘하도록 한다’, ‘하도록 노력한다’ 정도로 돼 있어 우려가 나온다”며 “또, 원래 임금피크제는 현 정부 공약인 정년연장 때문에 논의가 시작된 것이지, 청년채용과는 관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JTBC는 박근혜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방하남 전 장관이 노동연구원에 있을 때 냈던 ‘한국에서 중장년층의 고용을 늘린다고 청년층 고용이 줄어든다는 증거가 없다’, ‘세대 간 고용대체가설이란 건 성립하지 않는다’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비판하기도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또한 <임금피크제의 쟁점과 입법·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의 고용안정이나 청년고용 창출에 미치는 영향은 경영계의 예측이나, 정부의 기대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로 입법조사처는 △비자발적 조기 퇴직 경향, △(정부는)근로자가 받는 임금만 고려, △고령자 고용기간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총액의 증가 등을 꼽았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의 고강도 퇴직은 이를 그대로 시사한다. 이제 명예(?)퇴직은 20대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미 한국사회의 노동환경은 임금피크가 시작되는 시기까지 도달하지도 못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 두산그룹 광고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의 피해자=기자·PD, 그런데 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안은 언론사 기자들에게도 피해를 미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듯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관련 보도는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기자·PD들이 노동자로서 그리고 언론인으로서 정체성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언론노조가 정부의 노동개혁의 내용을 공유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기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남의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아직도 위기감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자들이 제대로 취재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팩트체크를 해보면, 언론노동자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것”이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또 김언경 사무처장은 “방송사 내부에서부터 ‘노동’을 천시하는 경향이 큰 것도 문제다. 언론사 내 ‘의학전문기자’들을 많은데 ‘노동전문기자’는 없지 않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언론사’가 지나치게 경영자적 마인드로만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으로서 ‘수익’을 고려해야하지만 때때로 그것이 언론사로서의 책무와 배치될 때가 많기 때문에 언론사 경영은 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SBS <8뉴스>가 메르스 사태 관련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 영상을 뒤늦게 삭제하고 앵커의 멘트를 재녹화·재편집했던 사건이 시사하는 바 또한 여기에 있다. 언론사 경영자가 갖춰야할 1순위 덕목이 ‘철학’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언론사 경영자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저널리즘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여기에 언론인들이 스스로 노동자 정체성과 저널리즘 원칙을 세우지 않는다면 언론매체는 그저 정부의 ‘선전매체’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언론노동자들의 각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통계청 <한국표준직업분류> 상 ‘기자’ 분류코드는 ‘28141’이다. 박근혜 정부가 더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도록 '개혁'하고자 하는 대상에 포함된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노동개혁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청년 일자리가 해결됩니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기자들을 파견직으로 고용해야 청년 일자리가 해결됩니다’가 현실에 더 적합하다. 이렇게 해야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도 ‘지금보다 언론을 길들이기가 더욱 쉬워집니다’가 된다. 무서운 일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