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1에서 이어집니다.

-극 중 길해연씨의 딸은 결혼하기 전에 임신을 했다. 딸이 낳은 아이를 입양시켜야 하는 엄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길해연: “딸이 낳은 아이를 엄마 마음대로 입양시킨다는 건 분명한 월권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만일 제가 그 입장이라면 극 중 엄마처럼 마음대로 행동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영화 속 캐릭터는 만들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엄마의 행동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쉽게 울거나 분노할 수 없었다.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연기를 했지만 울 수조차 없는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만 같다.

인간은 최선을 다해 선택하지만 선택과는 다른 최악의 결과가 나타날 때가 있는데 그게 영화 속 엄마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영화 속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 <인 허 플레이스> 배우 길해연, 윤다경 ⓒ홀리가든
-<인 허 플레이스> 촬영 당시 몸이 좋지 않았다.

윤다경: “온몸이 가려워 하루 종일 긁어야만 했다. 얼굴은 빨간 사과처럼 혈관이 솟아있었다. 어디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병원을 가도 ‘면역력이 떨어졌나봐요’라고만 하고 구체적인 병명조차 알려주지 못했다. 외부인이 보면 단순한 피부병일 수 있겠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병명만이라도 알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앓았던 피부병을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연기한 극 중 여자와도 닮은 점이 있다. 영화 속 여자는 최선을 다해 모든 걸 추구했지만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건 여자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가 입양이란 선택을 하는 영화 속 설정을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상황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면, ‘최선을 다해 무언가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은 불행이 닥쳤을 때 나는 어떤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과 연관된다.”

-<인 허 플레이스>를 연기한 배우의 입장에서 이 영화의 메시지는?

▲ 영화 <인 허 플레이스> 메인 포스터
길해연: “미숙한 대상에게 자신들이 선의를 베푼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엄마와 여자다. 여자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엄마와 소녀에게 돈도 주고 선의를 베푼다고 생각한다. 엄마 입장에서도 딸에게 ‘결혼도 하지 않은 네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니? 나중에 네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잘 키워줄게’하며 부추긴다.

영화는 이들의 선택이 옳은 결과를 낳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서로가 선이라고 베푼 것 속에는 캐릭터의 은근한 폭력성이 잠재되어 있다. 관계 속에서 갑과 을이 만들어지고, 내 딸임에도 불구하고 여자에게 기득권을 빼앗기는 관계가 보이지 않게 형성된다.

시나리오를 보며 느낀 게 있었다. 그건 인간이 얼마나 선의의 포장을 하고 죄를 저지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관객으로 하여금 내가 선택하는 행동이 옳은 것인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가 <인 허 플레이스>의 미덕이다.”

윤다경: “세 캐릭터의 시선에 따라 관계가 다르게 보인다는 점이 시나리오를 맨 처음 보았을 때의 매력이었다. 누군가를 판단함에 있어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인가에 대한 가치 기준에 대한 통찰이 영화에 담겨 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처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양육이라고 본다.

<인 허 플레이스>가 아름다운 점은 사람들이 옳고 그른 판단을 하는 가운데서도 자연은 이런 인간들의 모든 행동을 묵묵히 품어준다는 점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낳고 키운다는 혈연 중심의 관계보다 확장된 관계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자신 안에 있는 절대적인 선함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하겠지만 관계 가운데 숨어있는 진실과 직면할 때, 우리 안의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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