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윤석 씨가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한 발언이 논란이다. 야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이유를 ‘전라도당’, ‘친노당’이라는 표현을 써 설명한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지역차별’, ‘전라도폄훼’ 등 자극적인 표현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종편 ‘TV조선’이나 ‘채널A’ 시사토크에서 그 정도의 표현은 그동안 수도 없이 사용돼왔다. 과거 변희재 씨는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호남지역을 두고 “민주당의 포로”, “민주당의 노예”, “정신질환” 등의 표현을 써 제재를 받기도 했었다. 그 당시 발언의 표현수위를 생각해보면 이번 사건이 연예인 ‘이윤석’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커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KBS1 <역사저널 그날> 하차요구도 이어진 이윤석 발언…근거는?
물론, 이윤석 씨가 역사왜곡 논란에서 한 쪽 편에 선 것인지는 그 발언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이윤석 씨의 발언과 관련한 불똥은 KBS1 <역사저널 그날>에까지 튀었다. 현재 <역사저널 그날> 게시판에는 “(이윤석 씨의) 하차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맞서는 이윤석 씨 응원 글도 많이 올라온다. 결국, ‘역사전쟁’이 <역사저널 그날> 게시판에 그대로 옮겨진 모양새다.
이윤석 하차 요구로 연결되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이윤석 씨의 발언을 비판하는 것과 방송프로그램 하차 요구는 분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의 역사·이념 갈등은 그동안 숱한 희생자들을 만들어냈다. 방송 또한 다르지 않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1인시위를 진행한 김제동 씨에 대해 SBS <힐링캠프> 방송퇴출 요구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엄마부대봉사단은 “<힐링캠프>를 당장 폐지하고 김제동을 퇴출시키지 않을시 ‘SBS 시청거부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여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이윤석 씨에 대한 하차 논란과 논리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이윤석 씨는 KBS1 <역사저널 그날> ‘군함도’ 편에서 일제의 강제징용을 옹호한 바 없다. 오히려 그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였던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친일파’, ‘일베’ 등으로 매도되는 것은 부당한 부분이 크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또한 자신의 트위터(@unheim)를 통해 이윤석 씨의 발언과 관련해 “다소 거슬리긴 하나, 하차 요구하거나 그러지 말았으면”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이 정도의 발언에 시비를 걸면, 반대편에서도 비슷한 시비를 걸 것이고, 그러면 우린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좌파니까’, ‘친일파니까’ TV출연을 금지해야 돼가 아니라, 이제는 ‘연예인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없는 존재인가’를 물어야할 시점이다. 토론과 논쟁을 해야 한다. 방송은 공론의 장을 제공해야할 책임이 있는 공간이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의 방송은 그 같은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큰 상황이다. 이윤석 씨의 ‘발언’에 대해 문제를 되짚어 봐야할 부분은 여기에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의 논란에 대해 언론들이 제대로 보도하고 공론의 장을 만들라는 요구가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일되는 노동5법 처리 압박에 대해 앵무새 역할만 하지 말고, 그 정당성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윤석 씨의 ‘친일파 청산’ 관련 발언 또한 그 의미를 정확히 묻고 어떤 방향이 옳은지 토론을 해야 할 부분이다. 그것이야말로 ‘갈등’이 아니라 ‘화합’, ‘통합’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