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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한 건에 5천만원? 언론인가 장사꾼인가광고와 기사 사이의 허물어진 벽, 무너지는 저널리즘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2.14 18:04

정부부처와 기업은 종종 언론사의 지면을 구매한다. 여기서 말하는 지면이란 광고가 아닌 ‘기사’다. 내용적으로는 광고지만 형식 상으론 광고가 아니기 떄문에 ‘유사광고’ 라고도 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시민들이 광고보다 기사에서 ‘권위’를 느끼므로 부처의 정책을 기사의 형태로 홍보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론사가 공격적으로 영업을 해 지면을 팔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견광고가 ‘광고’의 극단적인 형태라면 유사광고는 쉽게 말해 ‘언론사가 광고주의 돈을 받고 쓴, 기사의 탈을 쓴 광고’인 셈이다.

정책을 홍보하고 싶은 정부부처와 기업은 홍보대행사를 통하거나 직접 언론사와 접촉해 신문‧온라인 지면을 사들인다. 공동기획기사는 기자와 협업하거나 정부부처-대행사가 직접 작성한다. 칼럼의 경우, 협찬처가 직접 필자를 섭외하기도 한다. 국가기간통신사의 '현장취재 홍보대행 서비스'나 종이신문 광고국이 월 수차례 만드는 협찬지면이 1차원적인 유사광고라면 최근 사례가 급증한 네이티브광고는 2차원, 3차원으로 진화한 형태다. 언론재단 보고서에 등장한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한겨레,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등이 온라인 지면으로 내보내는 네이티브광고가 대표적이다(이들은 이 같은 유사광고에 ‘협찬’을 명시하고 있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광고는 진화하고 있다. 유사광고 같은 협찬기사 또한 진화 중이다. 그러나 정부부처와 언론은 여전히 ‘스폰서가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걸 더 선호한다. 가장 최근에 드러난 사례는 지난달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이 공개한 ‘중앙일보-인포마스터(국방부 정책홍보 대행사) 기획홍보약정서’다. 약정서를 보면, 중앙일보는 총 1억원을 대가로 국방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기사 7건(1500자 내외)을 종합면 머리기사로 내보내기로 했다. 국방부가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실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이 계약은 실제로 일부 집행됐다. 이에 따르면 국방부는 2420만원에 JTBC의 50분을 구매하기도 했다.

주요 정부부처들이 배재정 의원실에 보고한 ‘2015년 언론홍보(광고 제외) 집행 예산 현황’ 및 ‘홍보대행사 언론홍보 실적’ 자료를 살펴보면 대형언론사와 정부부처, 그리고 홍보대행사 사이에 이 같은 ‘정책홍보’ 방식이 산업화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방부를 비롯해 외교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중소기업청, 통계청,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는 최소 수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정책홍보 예산을 책정하고 홍보대행사 또는 직거래를 통해 언론을 활용한 정책홍보를 진행 중이다. 신문의 지면 뿐만이 아니라 방송의 시간을 사들이는 경우도 드러났다.

일례로 가장 많은 언론과 ‘직거래’를 하며 지면을 ‘매수’한 부처로 확인된 농림축산식품부를 보자. 농림부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일간지, 뉴스1‧뉴시스 등 뉴스통신사, 경제지, 전문지 등에 5억5580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26건의 홍보기사를 내보냈다. 언론사가 정부부처에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받으며 지면을 판 것이다.

   
▲ 미국 드라마 <뉴스룸>의 한 장면

농림부가 배재정 의원실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중앙일보의 8월13일자 별지 5면에 실린 <한국 농업 70년 10대 키워드> 관련 기사는 5000만원짜리이고, 동아일보 6월15일자 별지에 실린 <지구촌에 부는 K-푸드 열풍> 기사는 4000만원짜리다. 조선일보는 4월 농림부의 ‘정부 3.0’ 성과를 홍보하는 기사를 2건 쓰고 4600만원을 받았다.

또한 농림부는 9월16일에는 홍보대행사 인포마스터와 4억7500만원에 ‘5대 협업 중점과제 홍보’ 계약을 맺었는데, 인포마스터는 11월16일까지 두 달 동안 파이낸셜뉴스(2000만원) 서울신문(1500만원) 등에 7800만원을 지급하며 8건의 홍보기사를 만들었다. 농촌진흥청 또한 11월까지 YTN, 채널A, 서울신문, 세계일보, 뉴스1 등에 4억55만원을 투입하고 66건(연속기획보도의 경우 1건으로 처리)의 기사를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5월 대홍기획 컨소시엄과 176억3147만9800만원에 이르는 계약을 맺는 등 6개 홍보대행사와 총 205억2447만9800원의 홍보대행 계약을 맺었다. 복지부 홍보기획담당관실 노호영 주무관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대홍기획 측과는 ‘담뱃값 인상 및 금연 홍보’를 위해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국민일보, 중앙일보, JTBC, 여성신문, 키즈맘, 경향신문, 조선일보, 내일신문, 문화일보 등에 실린 기고 및 기사 11건을 ‘2015년 홍보대행사 언론홍보 실적’으로 배재정 의원실에 보고했다.

통계청은 2월 ‘2015년 통계청 정책홍보’를 위해 오리온커뮤니케이션즈와 2억5200만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3월에는 ‘통계청 온라인홍보 대행’ 목적으로 프레인글로벌에 1억6100만원을 집행했다. 이밖에도 통계청은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홍보’를 위해 이노션과 67억8천만원에 이르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통계청은 ‘언론홍보 실적’을 요구한 의원실 요구에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밝혔다. 어떤 신문기사와 방송 리포트가 정부의 ‘발주’로 이루어진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교육부는 웹브라이트라는 홍보대행사와 ‘2015 뉴미디어 활용 정책 홍보 활성화 사업’ 계약을 맺고 교육부의 온라인 정책 홍보 서비스 개선 등을 맡겼다. 금액은 2억3920만원으로 계약기간은 1년이다. 해양수산부는 ‘국가어항 정책홍보 기획 및 실행’을 위해 지난 5월28일 커뮤니케이션웍스와 3억6278만원에 이르는 계약을 체결했다. 외교부는 인포마스터와 ‘외교부 기획홍보사업 대행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대행사에 3억6000만원을 줬다. 그러나 교육부, 해수부, 외교부는 “언론홍보 실적이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청은 ‘창업벤처 등 주요정책에 대한 뉴미디어 홍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지난 3월 애드웹커뮤니케이션이라는 업체와 211만2천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6월에는 라온팩토리라는 업체와 ‘기업마당, 1357통합콜센터 등 중소기업 정책 전달체계 홍보’를 위해 165만8천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 @pixabay

정부부처가 언론사의 지면을 사들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독자들이 광고 지면과 방송광고보다 기사와 리포트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경우, 이 같은 유사광고를 상대적으로 많이, 비싼 금액에 발주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일반기사와 광고를 구분하지 않으면 저널리즘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병호)이 발간한 <신문‧인터넷신문의 유사광고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유사광고의 법적 정의를 분명히 하고, 기사에 ‘협찬’ 등을 분명하게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수범 교수팀의 제안은 독자에 대한 예의를 차리자는 점에서 상식적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실제 기사가 나타나는 두 번째 단계뿐 아니라 첫 번째 단계인 네이티브광고 하이퍼링크 페이지도 별도의 구분된 섹션에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네이티브광고 하이퍼링크에 대해서도 완전히 구분된 섹션을 배정하고 있으며, ‘sponsored by’ 등의 문구를 링크에도 삽입하여 독자의 혼란을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성언론의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네이티브광고 등 유사광고가 늘고 있다면, 오히려 이번 기회에 홍보성 기사를 양성화하자는 게 연구팀 제안이다.

유사광고에 대한 규제는 분명 필요하지만 언론이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협찬은 기업과 언론 사이에 은밀하게 집행되는 경우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경우 광고와 기사를 바꾸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기 때문에 이를 언론사가 스스로 공개하거나 언론사들의 자율심의기구가 이를 잡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약서에 지면 배치까지 포함돼 있는 상황은 이미 ‘기사와 광고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독자들은 점점 더 광고와 유사광고 사이에서 헷갈리고 있다. 동시에 저널리즘과 신뢰도는 바닥을 뚫고 역주행 중이다. 그러나 독자와 학계의 문제제기를 현실화할 수 있는 주체는 언론사 내부에 있는 언론인뿐이다. 언론사 내부에서 “협찬기사에는 ‘협찬’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자”고 제안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무분별한 협찬기사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지면과 방송시간을 사고파는 행위는 더욱 광범위해질 것이다. 기자의 영업사원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단언컨대 저널리즘에 미래는 없다. 저널리즘의 붕괴를 최소한 지연하거나 저널리즘을 최대한 복원하기 위한 내부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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