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스원(대표이사 육현표)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실시한 ‘2015년 통신사업자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방통위는 가입자 규모와 민원 제기 건수 등을 고려해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알뜰폰사업자 20곳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했는데 에스원은 유일하게 ‘미흡’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세부평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동통신사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이동통신서비스와 초고속인터넷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알뜰폰사업자의 서비스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방통위는 외부 전문가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이용자보호 관리체계 △이용자보호 활동 △이용자 만족도 등 3개 분야에 대해 서면 및 현장평가를 종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전반적으로 이용자보호 관리체계와 이용자보호 활동은 양호했으나 이용자 만족도는 다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문제는 방통위가 사업자별 ‘등급’만을 공개한 데 있다. 방통위는 총점은 물론 세부 평가항목에 대한 점수와 평가 이유 등을 모두 비공개했다. 이용자보호 업무에 대한 평가는 이용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내가 가입한 인터넷이 관리체계가 허술하다’는 판단을 하면 서비스를 바꿀 수도 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이 잇따르고,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이용자에게 내용 대신 ‘등급’만 공개하는 것은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는 SK브로드밴드가 안전하다” “알뜰폰은 보안이 취약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과 같다.

▲ 사업자별 평가 등급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문보안업체인 에스원은 알뜰폰 마케팅 문구는 ‘내 손안의 비상벨, 안심폰’이다. 그러나 ‘미흡’이라는 등급만 확인한 이용자들은 에스원의 이용자 관리체계가 미흡한 것인지, 만족도가 낮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방통위발 기사는 “삼성 에스원 알뜰폰은 이용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을 수밖에 없다.

이용자정책국 이용자보호과 양기철 과장은 10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세부항목 평가결과를 비공개한 이유’에 대해 “항목에 따라 평가가 좋은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매년 진행하는 이 평가는 사업자의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벌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자들의 업무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항목 평가를 보고 이용자들이 사업자를 옮기는 등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보도자료와 기사를 본 이용자들은 방통위가 자신에게 삼성 에스원 알뜰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라는 질문에 양기철 과장은 “세세한 내용은 사업자에게 모두 전달한다. 이용자 만족도가 낮지만 관리체계는 잘 돼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정보가 이용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알뜰폰의 관리체계는 이통3사에 비해 미흡하다. 그런데도 이를 공개하는 이유는 이통3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체계를 갖춰나가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부항목 결과를 공개할지에 대해서는 내년 평가위원회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방통위는 가장 중요한 정책대상인 통신사업자가 이용자 보호를 위해 어떤 관리체계를 갖췄고, 이용자 보호 활동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려주지 않은 셈이다. 혈세를 들여 사업자를 ‘컨설팅’만 해준 꼴이다.

▲ 삼성 에스원의 알뜰폰 홍보 이미지 (이미지=에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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