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을 기점으로 박근혜 정부의 퇴행적 언론정책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상의 명예훼손 심의를 제3자나 방통심의위 직권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심의규정 개정을, 언론중재위원회는 온라인기사뿐 아니라 카페 등에 게재된 복제기사와 달린 댓글까지 직권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새누리당의 정책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보고서를 내어 불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포털을 압박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정성과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을 위반할 경우 현행 2배로 감점하는 내용의 방송평가규칙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들은 결국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차단해 더욱 더 강력한 ‘여론통제’를 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제8간담회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실 주최로 <박근혜 정부의 여론통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김춘효 박사(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는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을 “검열의 부활”이라고 평가했다.

김춘효 박사는 박근혜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했던 박정희 정권과 달리 채찍, 즉 ‘검열’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정부 산하 위원회를 통한 검열 강화 △인터넷신문 시장 개입 △제휴 민간위원회를 위한 간접 검열 등으로 방송과 인터넷 통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에 대한 선임권을 지닌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와 방송 및 통신 심의 권한을 지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통심의위)는 모두 여야 2:1 구조로 되어 있어 정부여당 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방통위는 친정부적인 사장을 임명하고 방통심의위는 정부 비판적인 프로그램에 중징계를 내리는 방식으로 공영방송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춘효 박사는 최근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 신청을 제3자에게도 허용하도록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매체와 독자가 쌍방향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 매체의 기계적 특성을 무시한 발상이자, 인터넷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심각한 기업 말살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취재 및 편집인력을 현행 3인에서 5인으로 확대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인터넷신문사들은 소규모 영세업체들이다. 이들이 어떤 콘텐츠를 생산하고 어떻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인터넷신문사들에게 사이비 언론이라는 이름을 덮어씌우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이번 조치 의도를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김춘효 박사는 정부여당이 불 지핀 포털 불공정성 논란 이후 제시된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 역시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김춘효 박사는 “다음과 네이버 등 인터넷기업들이 기존 기득권 언론사들과 친여 성향의 인사들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구성, 인터넷뉴스의 흐름을 좌지우지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명백한 시장개입이며, 언론 기득권 이익을 사이버 공간에서 확고히 하는 조치다. 이들 제휴위원회 위원들은 대형 포털뉴스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규칙을 정하는 온라인뉴스 흐름 게이트키퍼이기 때문”이라며 “위원회 결정을 통해 특정 뉴스 흐름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해 커뮤니케이션 억제 기능을 담당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매체 영향력 강화하는 ‘포털 통제’ 주목해야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영주 겸임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펴는 언론정책을 두고 “인터넷 공간을 끊임없이 통제하고 검열하고 조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또한 공적 역할이 부여된 방송사를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해 충성스러운 친위부대로 만드는 흐름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보수매체들은 이명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합리적인 보수 논조를 가져갈 기회를 잃고 더 극우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영주 교수는 여러 정책 가운데 ‘포털 통제’에 주목했다. 이영주 교수는 “2006년 여의도연구원에서 이미 포털 비판에 나섰다. 올해 (여의도연구원은) 포털뉴스가 편향성에 대해 다루더라”며 “(포털을 압박하는 흐름은) 여론 장악 목적도 있지만 결국 보수매체의 먹거리를 어떻게 확보해 줄 것이냐, 포털에서 보수 언론사들의 뉴스가 더 많이 순환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줄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다. 이걸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리더들은 무능력하고 받가이 드러났기 때문에, 남아있는 건 자신들의 무능력함을 가릴 수 있는 일종의 선전전과 여론조작 뿐”이라며 “이런 무능력함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매체는 많다. 이들이 서로 연대해야 하지 않나. 기사도 공동 생산하고, 콘텐츠를 더 확산시킬 수 있게 전략을 짜 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왜 2015년에 이렇게 (언론정책이) 많이 나왔나 생각해 봤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MB 정부가 만들어 놓은 걸 잘 유지하고 관리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여론통제 틀이 이미 그때 다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정책기조의 변화는 2014년부터라고 본다”고 말했다. 4·16 세월호 참사 발생, 대통령 7시간에 대한 의혹 제기, 산케이 신문 보도,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 등이 맞물리면서 박근혜 정권이 여론통제 정책을 강화해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초 폐지됐던 뉴미디어비서관은 2014년 7월 부활했고, 보수매체 데일리안 출신인 민병호 전 대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뉴미디어비서관직의 부활 배경에 대해 데일리안은 ‘세월호 사태 이후 인터넷과 SNS 상에서의 유언비어와 각종 허위보도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 ‘기존 보수매체의 여론형성 장악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평가’ 2가지를 든 바 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인터넷상에서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과 유언비어 떠돌지 않도록 통제하고, 기존 보수언론 보완할 수 있는 인터넷 극우매체의 크기는 더 키우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자는 여론대응책이고 후자는 인터넷상의 공론장 재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문법> 시행령 개정은) 기존 보수매체와 그보다 더 보수적인 극우 인터넷매체가 장기지속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만드는 동시에 신규 매체 진입 차단 효과를 갖고 있다. 인터넷매체 다수가 소규모이고 지역매체, 소수자매체 등 진보적인 성향을 띄는데 (시행령 개정으로 인터넷매체가 대거 퇴출되면) 공론장 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찬 사무처장 역시 정부의 ‘포털 통제’ 시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포털 공정성’ 프레임을 ‘이용자 권리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 보수진영이 말하는 기계적 균형에 매몰되기보다, (포털을) 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선택권과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해야 한다”면서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과 알 권리를 제한하는 어뷰징(동일 기사 반복 전송)이야말로 사이비 언론 행위이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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