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스센터 지하3층 쉼터가 있는 곳. 현장사무소를 지나쳐야 쉼터에 갈 수 있다 (사진=미디어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프레스센터 지하3층의 구석에는 여성청소노동자 24명이 쉴 공간이 있다. B3-4다. 쉼터에 가기 위해서는 관리자인 남성 현장소장의 사무실을 지나쳐야 한다. 주차장 공간을 임시로 막은 터라 천장이 없다. 말소리가 새어 나간다. 차디찬 기운은 바닥에서도 올라왔다. “5~6년 전에 업체가 바뀌면서 온돌을 뜯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각 층에 있는 화장실 사이 한 평 남짓 공간에서 쉰다. 한 노동자는 “지하에 내려가기 싫다. 여기서 쉬면 일하다가 쉬기도 편하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서울신문은 올해 화장실을 리모델링하는 중이다. 지하 3층, 지상 20층짜리 프레스센터 중 현재 6개층이 공사가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적어도 6명의 노동자는 다른 층에서 몸을 뉘어야 하는 처지다. 노동자들과 용역업체는 “리모델링으로 휴식공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언론재단과 서울신문에서는 ‘내어 줄 사무실이 없다’고 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금융위원회, 서울신문, 언론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쟁쟁한(?) 기관이 입주한 이 건물의 밑바닥을 쓸고 닦는 여성청소노동자들은 지하 3층에서 이렇게 살아야 한다. 남성노동자 9명의 휴게실은 지하 2층에 있다.

새벽바람 맞으며 출근해 해질녘 퇴근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다. 서울신문과 언론재단이 ‘최저가낙찰제’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월급은 135만4천원 수준. 이마저도 식대 10만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여기서 세금을 떼면 120만원 남짓한 돈이 실제 통장에 찍힌다. 문제는 1년 계약직이라 언제 나갈지 모른다는 점이다. 소장에게 찍히면 연말에 계약해지로 해고되는 게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삶이다. 그래서 나이 쉰 넘은 여성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프레스센터분회’다.

이들은 11월26일 점심시간, 로비에 모여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들은 대리석 위에 신문을 깔고 앉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까만 정장 입은 사람들이 화이트칼라들이 흘깃흘깃 쳐다봤지만 그래도 로비가 떠나가라 소리를 냈다. 기자가 만난 한 노동자는 “입사할 때 현장소장에게 돈 십만원을 쥐어줬고, 일이 힘들어 층을 옮기려고 할 때도 십만원을 줬고, 계약해지로 실업급여를 타려고 할 때도 십만원을 줬다”고 했다. 노조 간부가 기자에게 건넨 ‘녹음파일’에도 같은 사연이 담겨 있었다. “그 양반은 돈 안 주면 안 해줘.”

▲ 26일 점심시간, 공공운수노조 프레스센터분회 조합원들이 프레스센터 1층 로비에서 약식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청소용역업체에서 현장소장은 ‘권력’이다. 채용과 인사배치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스센터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현장이 그럴 것이다. 노령의 여성노동자에게 월급 130만원짜리 일자리는 귀하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힘이 센 현장에서도 이 같은 ‘뒷돈’은 관행이다. 더러 이 돈이 문제가 돼 현장에서 쫓겨나는 관리자도 있지만 이 사회의 밑바닥 노동현장은 그렇게 굴러간다. 벼룩의 간을 떼어먹는 셈이다.

기자가 만난 현장소장은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7년 전 프레스센터에 왔다는 용업업체 소장 권아무개씨는 “노동조합이 아무 것도 모르는 노인네 아줌마들을 구슬려서 근거도 없이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어쩌다 일을 하다 보면 (직원들이) 고생했다고 2~3만원 던져줄 때가 있다. 기자님 어떻습니까. 그것도 뇌물입니까?” 소장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뒷돈을 달라고 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매일 나와서 밥 얻어먹고 이것도 저것도 ‘탄압’이라고 한다”며 “청소의 기본을 하면서 다른 집회를 나가야지. 다 노조가 꼬드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격분하며 노조를 비난했다.

노동조합은 12월1일 기자회견을 열고 실사용자인 언론재단과 서울신문에 ‘소장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할 작정이다. 하해성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기자에게 “소장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기자회견 전에 문제해결에 대한 원하청의 입장 정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원청은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노조는 이 문제를 최대한 외부에 알릴 생각이다. 27일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성명을 냈다. 노조의 외침은 일단 입주단체 한곳을 견인했다.

소박하다. 소장을 다른 현장으로 이동시키고, 쉼터를 바꿔 달라는 요구다. 현장소장마저도 쉼터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원청에서 법적으로 해줘야 하는데 ‘사무실이 없다’고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안 해준다.” 언론재단 기획예산팀 이준섭 차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용업업체에 요구사항을 전달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고, 이후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청인 언론재단과 서울신문이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할까? 아니면 계속 이들을 밑바닥에 방치할까?

▲ 프레스센터 지하3층에 있는 여성청소노동자 쉼터 (사진=미디어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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