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일요일 저녁 시간 박중훈과 장동건이 시청자들을 찾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월요일 오전 혹평을 위해 인터넷을 찾았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정통 토크쇼라는 틀거리에 비해 시청률은 TNS미디어코리아 11.4%, AGB닐슨미디어리서치는 9.5%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의 진행에 있어서는 누리꾼들의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진행의 어색함은 물론, 식상한 질문은 장동건이 아닌 시청자들을 무안하게 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지적의 핵심은 박중훈에게 맞춰져 있다. 그러나 ‘과연 어색한 진행과 식상한 질문이 전부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방송은 치밀한 계산 속에 이뤄진다. 녹화 전에 PD와 작가는 수차례 회의를 이어간다. 곧 진행의 어색함은 프로그램의 준비가 부족한 것을 말하며, 질문의 어색함은 작가들의 고민이 부족했음을 말한다.

이 점에서 다시 한 번 박중훈이 장동건에게 질문한 것을 곱씹어 본다.

▲ 박중훈쇼에 출연한 장동건. 화면 캡처.
“성인이 돼서 교제한 여자친구, 애인은 몇 명 이었나?”
“여자의 외모 가운데 어디를 보는가?”
“여자의 긴 머리가 좋은가? 짧은 머리가 좋은가?”
“피부는 뽀얀 게 좋은지 까무잡잡한 게 좋은지?”
“눈은 쌍꺼풀이 있어야 하는지 없어야 하는지?”
“코는 어떻게 생기면 좋겠는가?”

이쯤에서 시청자들은 눈과 귀를 의심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몸둘 바를 모르게 한다. 숨이 막혀오고 온몸이 쪼그라든다. TV가 지나치게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질책조차 할 수 없는 질문에 고개를 떨어뜨린다.

그래도 장동건이 간만에 TV에 나온다는 말에 모든 어색함을 꾹~ 누르고 계속 보게 된다.

그러나 이어지는 질문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입술을 마르게 한다.

“스타로 살아가면서 무엇이 가장 힘드나?”
“스타로 살아가면서 무안했던 일이 있었나?”
“기사를 보니 삼수하셨다고?”
“어떨 때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하나?”

장동건은 연신 물을 마신다. 트로트까지 부른다. 보는 이들도 물을 마시고 싶다. 한숨이 나오면서 장동건이 안쓰럽게 여겨진다.

그리고. 갑자기 F1 차가 나온다. 상당히 비싼 차란다. 장동건은 어디에 있는가? 화면에 보이지 않는다. 장동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F1 차량. 이어서 이 차 대회가 오는 2010년 전라도에서 열린다고 광고한다. 관심과 성원을 가져달라고 한다.

이쯤에서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워진다. 화면은 꽉 차 있는데 어째 프로그램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릎팍도사에서 히말라야를 오르는 CG가 그리워진다.

박중훈을 내세운 정통 토크쇼의 부활은 나름 의미가 있다. 90년대 초중반에 이홍렬, 이문세, 서세원, 주병진 등 정통 토크쇼를 기억하는 이들은 박중훈 쇼가 그만한 재미를 줄 것이라 기대했을 수 있다.

▲ 박중훈쇼 홈페이지.
그러나 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일단 정보에 대한 접근도다. 이제 방송사 작가와 시청자들의 수준이 같다.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스타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시청자는 인터넷 앞으로 가면 된다. 굳이 TV를 보면서 정보를 얻지 않아도 된다. 장동건의 이상형, 스타로 살아간다는 것, 삼수한 사실 등은 특별하지도, 신선하지도 않다.

때문에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90년대 초중반 정통 토크쇼의 재미를 2008년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이미 ‘오프라윈프리 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 ‘투나잇 쇼’ 등 미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정통 토크쇼는 P2P 사이트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아니 굳이 P2P까지 갈 필요도 없다. 케이블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더불어 국내 토크쇼의 진화는 정통 토크쇼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돼 있는 상태다.

박중훈 쇼는 이처럼 한계를 인지한 상태에서 출발했을 것임에도 그 한계에 빠져 있는 모양새를 띤다. 물론 대형 스타로 매주 채워나간다면 기본 시청률은 보장될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이 만일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우선 스타 게스트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박중훈 개인의 역량을 끌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텅빈 무대의 인테리어를 비롯해 불편한 쇼파, 그리고 진행자와 먼 거리에 놓인 게스트 등은 쉽게 고칠 수 있는 요소다.

구성에 있어서도 다양한 시도가 요구된다. 특히 식상한 질문의 연속에서 오는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게스트의 사전 녹화는 물론, 누리꾼들에게 사전 궁금증 등을 조사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타들이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시청자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기대를 접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정보는 열려 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져 있다. 물론 제작진의 고민일 것이다. 그러나 그 고민을 헤쳐나갈 때 새로운 토크쇼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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