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종범 EBS 사장 (사진=연합뉴스)

EBS 신임 사장에 우종범 전 제주MBC 사장이 선임됐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2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같이 의결했다. 노동조합은 애초 청와대 내정설이 돌았던 ‘뉴라이트 역사학자’가 중도 탈락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방통위의 사장 선임 과정이 열흘도 안 돼 이루어졌고(18일 공모마감→24일 면접대상자 선정→25일 면접→27일 선임), 이마저도 비공개로 이루어져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종범 신임 사장은 1953년생으로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MBC에서 주로 라디오본부에서 일했는데 <여성시대> 제작진이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을 지원했고, 라디오 최초의 시사프로그램인 <시선집중>이 2000년 출범할 당시 라디오편성기획부장을 지냈다. 이후 그는 라디오본부장을 거쳐 2005년 제주MBC 사장이 됐다. MBC를 나온 뒤에는 한국교통방송 대전본부장을 지냈고,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는 국가보훈처 산하인 88관광개발의 감사를 맡고 있다.

우종범 신임 사장은 27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EBS의 존재이유는 공교육 보완과 평생학습”이라며 “EBS 본연의 목적에 맞게 충실하게 운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MBC에서 제작자율성을 존중한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는 평이 많다. EBS에서도 그렇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임명되지 않아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25일 방통위 면접에서 “현장의 제작‧편성자율성을 적극 보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종범 신임 사장은 ‘EBS는 신사옥 건립 등으로 재정 위기인데 극복할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복안을 갖고 있지만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 구성원들과 잘 소통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기 부적절하다”고만 말했다. 그는 ‘EBS의 어떤 프로그램을 즐겨보느냐’는 질문에는 <한국기행>, <세계테마기행> 등을 들었고 “<다큐프라임>은 매우 잘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애초 방통위와 EBS 안팎에서는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등 ‘뉴라이트 내정설’이 흘러나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강행 흐름과 맞물려 ‘청와대가 EBS를 통한 역사교육 국정화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에 E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홍정배)은 정치‧이념 편향 인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걸고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EBS지부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는 찬성 91.2%로 가결됐다. 조합원 423명(사고 6명 제외) 중 351명이 투표에 참여(투표율 83%)했고, 이중 320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반대는 29명으로 8.3%, 기권은 2명으로 0.5%다.

홍정배 지부장은 “조합원의 단결된 힘과 언론의 역할, 그리고 ‘EBS만은 지켜야 한다’는 시민들의 마음이 방통위에 잘 전달이 돼 최악의 상황을 막아낼 수 있었다”며 “방통위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상임위원은 사퇴까지 결의하며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 또 최성준 위원장 또한 (뉴라이트 인사에 대한 논란을 인지하고 있고 이를 사장 선임에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다만 홍정배 지부장은 방통위가 지난 18일 공모를 마감한 이후, 24일 면접대상자를 선정하고 25일 비공개 면접을 진행한 뒤 27일 사장을 선임한 과정을 거론하며 “빠른 시간에 절차를 진행하면서 제대로 검증을 했는지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동조합은 신임 사장에게 EBS가 본연의 목적과 역할을 할 수 있는 필수요소인 ‘편성 독립성’과 ‘제작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관철해나갈 것”이라며 “또 산적한 현안에 대한 입장과 의지를 듣기 위해 내부 공청회를 마련해 검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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