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김주하 앵커는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MBC를 떠난 이유에 대해 “간부회의 시간에 ‘김주하는 앞으로 5년 정도 더 반성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고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례들은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정방송을 촉구하는 시위에 동참해 불이익을 받았으나 현장에서 계속 뛰고 싶어한 김주하 앵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기대이하”로 평가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이완기·박석운)은 25일 <가십·편향성·수박겉핥기로 얼룩진 김주하의 진실>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MBN <뉴스8>에서 진행되는 대담코너 ‘김주하의 진실’에 대한 모니터 결과다. 김주하 앵커는 “뉴스가 끝까지 지켜야 하는 건 진실”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 강용석 변호사는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문제로 대담을 추진했으나 인터뷰 절반이 불륜설에 맞춰져 있었다
“출발은 좋았으나…어느 덧 자극적 소재로 가십, 편향 등 드러나”

민언련은 ‘김주하의 진실’과 관련해 “출발은 좋았다”고 평가했다. 첫 번째 편은 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의 유서 문제를 다뤘다. 김주하 앵커는 이장원 필적 감정사로부터 “일반적인 유서라고 보기엔 의혹이 많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민언련은 “김주하 앵커의 날카로운 질문을 (언론을 비롯한 네티즌들은)‘송곳’이나 ‘돌직구’에 비유하며 JTBC 손석희 앵커와 함께 종편 투톱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했다”면서 “하지만 그 후, ‘김주하의 진실’은 자극적인 소재를 통한 가십을 생산하거나 정부여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호, 사태의 본질보다는 현상만 짚는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민언련은 2015년 7월 20일부터 11월 23일까지 4개월간의 ‘김주하의 진실’에서 다룬 소재를 분석한 결과, 총 68편 중 7건(10.3%)이 가십성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가수 장윤정 씨 어머니 인터뷰(11월 4일), △도도맘 남편 “나와 강욕석의 싸움”(10월 30일), △“뜨거운 부산영화제”(10월 2일), △애슐리 매디슨, 실체는?(9월 9일), △메이즈러너 이기홍 “나는 한국사람”(9월 1일), △‘여성 비아그라’의 명암(8월 28일), △암살 표절 논란(8월 6일) 등이다. 민언련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룬 방송에서도 김주하 앵커가 “‘노출이 심한 여배우’,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해운대 앞 포장마차촌’, ‘탕웨이와 남편도 갔다는 포장마차’ 등을 언급하는 등 그야말로 해운대 앞 포장마차 촌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만 오갔다”고 혹평했다.

▲ MBN <뉴스8> '김주하의 진실' 도도맘 남편 “나와 강용석의 싸움”편과 “교과서 국정화 필요”김문수 출연 편 캡처
중심 소재에서 쉽게 이탈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북한·IS를 말하다’ 편에서 김주하 앵커는 뜬금없이 “(김정은이)근데 아직 아기가 없는 건가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키가 160cm대로 알고 있는데, 120kg 정도라면 술살이라는 이야기이냐”는 등 숨겨진 아이에 대한 대화를 유도했다. 도도맘 남편이 출연했을 때에도 불륜 및 사생활 관련 내용이 주되게 다뤄졌다. 강용석 변호사가 출연한 방송의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문제로 대담을 추진했으나 인터뷰 절반이 불륜설에 맞춰져 있었다.

정치적 편향성 또한 지적됐다. 지난 8월 3일 ‘비례대표 현 주소는?’ 편에서 김주하 앵커는 “전문성을 발휘하는 경우를 별로 못 봤다”, “검증이 안 된 분들이 많다”, “번호를 돈을 주고 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등 비례대표와 관련해 부정적인 주장만 했다. 선거제도 관련 비례대표 축소 여부를 놓고 정부여당 대 야당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던 때였다. 결국 김주하 앵커가 정부여당 편에서 대담을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달 19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대담에는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대담자로 선정해 “국사 교육의 현실을 생각할 때 국가가 개입해야한다”는 옹호론만 펼쳤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새누리당은 친박이 아닌 사람이 없다”, “휴대전화 여론조사 등은 그 기법상 오류가 많다”는 등의 청와대의 전략공천 정당화에 무게를 싣는 대화가 다수 오갔다.

“수박겉핥기식 대담…‘진실’에 대한 단어 무겁게 숙고해야”

▲ MBN 김주하의 진실 <‘몰카’ 천국… 대응법은?> 편(8/26)
좋은 소재를 선택해 놓고도 ‘수박 겉핥기’ 대담만 진행된 경우들도 있었다. 지난 9월 14일 ‘엽기 살인에 떠는 시민들’을 소재로 한 방송에 대해 민언련은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시신을 굉장히 잔인하게 훼손’, ‘범인을 잡고 나면 면담을 해서 그 범죄 행동의 동기가 뭔지 한번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다’는 등 무의미한 문답을 나눴다”고 지적했다. 8월 26일 ‘몰카 천국…대응법은?’ 편에서 또한 “탈의실 몰래카메라 사건을 다뤘는데 섭외한 대담자는 지하철 경찰대 수사팀장이었다”며 “사안과 크게 관련 없는 대담자가 나오다 보니 인터뷰는 원론적인 이야기로만 채워졌다”고 짚었다.

민언련은 MBN <뉴스8> ‘김주하의 진실’과 관련해 “김주하 앵커가 추구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사안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편향적이며 자극적인 내용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명성과 관계없이 김주하 앵커는 현재 MBN에서 추구하는 것이 과연 진실인지, ‘진실’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더욱 무겁게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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