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총체적인 투쟁 상황이다. YTN이 낙하산 사장과 정권의 언론 장악 음모에 맞서 싸우고 있고, mbc 평기자들은 본질을 벗어나려는 뉴스와 맞서고 있다. kbs는 동지애 없는 동지와 싸우고 있다. 신문은 시장 자체와 고군분투중이다.

이런 화려한 ‘드잡이’는 그나마 지켜봐주는 이들이라도 있다. 그 스펙터클에 가려 둘이 있다가 하나가 얼어죽어도 모를 풍경도 있다. 바로, ‘대안 미디어’이다. 정권의 배제와 대중의 무관심속에서 정말 소중한 ‘미디어’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미디어스>는 대안 미디어의 현재를 점검하고 전망을 모색하는 현장 활동가와 연구자들의 글을 3회에 걸쳐 싣는다. 세상에 덜 중요한 싸움은 없다.

1. 성서공동체 FM의 라디오 스타들

#1
매주 목요일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방송을 위해서 일요일 녹음을 하고 있는 스튜디오 문을 열고 “파이살, 방금 들었던 음악 좋은데 어느 나라 노래야, 어떤 노랜데?”“방글라데시, 사랑노래예요. 러브스토리… 똑같아요. 만나고 헤어지고….”파이살은 십 년이 넘게 한국에서 고된 노동의 시간을 보내고 얼마 전 방글라데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1 매주 목요일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방송을 위해서 일요일 녹음을 하고 있는 스튜디오 문을 열고 “파이살, 방금 들었던 음악 좋은데 어느 나라 노래야, 어떤 노랜데?”“방글라데시, 사랑노래예요. 러브스토리… 똑같아요. 만나고 헤어지고….”파이살은 십 년이 넘게 한국에서 고된 노동의 시간을 보내고 얼마 전 방글라데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 ⓒ성서공동체FM 홈페이지
수요일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방송 진행자 아구스가 어느 날 담당 PD에게
“누나, SCN 휴대폰 액정 크리너 30개 얼마?”
“그거 뭐하게?”
“홍콩에 있는 방송 팬들에게 스폰서하게.”
"아구스, 한국 팬들도 신경 좀 쓰지.”
“누나, 안들려.”
출력이 낮아 안 들리는데 왜 한국 정부는 출력을 올려주지 않는지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아구스의 주요 청취층은 홍콩의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생방송을 하니까. 가끔씩 인터넷 방송이 사고가 나면 난리다.
“누나 팬 다 떨어져.”

토요일 네팔 이주노동자 방송을 진행하는 슈라즈는 네팔에서 방송진행을 해봤던 이주노동자다.
그는 토요일 밤 9~11시 방송을 하는데, 가끔씩 야근하면서 자신의 방송을 듣는 한국인 아줌마들을 위해서 한국 트로트를 신청곡으로 선사하기도 한다.
한국 아줌마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네팔 방송을 듣는단다. 신기하다.

위의 내용은 이주노동자 방송을 하면서 겪은 몇 가지 에피소드이다.

#2

▲ ⓒ성서공동체FM 홈페이지
백발마녀와 돼랑이의 만만한 세상
백말마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벌써 11월입니다.
오늘 제가 오다 보니깐요. 낙엽이 너무 멋지게 깔려 있었습니다.
휠체어 바퀴 밑으로 부서지는 낙엽 소리를 들으면서 달려 왔는데.
청취자 여러분도 가을을 마음껏 만끽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돼랑이: 아~예, 저도 같이 오면서 밟고 왔는데요. 저는 좀 다른 생각이 듭니다.
11월달 되니까 원체 시험들이 많이 있는 거 같은데요. 임용이다, 수능이다.
이렇게 인간이 종이 페이퍼에 의해서 뭐든 결정되는 상황들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백발마녀: 제가 그러면 너무 시적으로 생각했네요.
돼랑이 : 아, 그런가요. 하하하!
백발마녀: 그러면 노래 한곡 듣고 갈까요.
여기 보니까 안치환씨의 ‘똥파리와 인간’이라고 있는데 똥파리보다 못한 인간들을 생각하면서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위에 있는 내용은 지체장애인 두 사람이 만담식으로 주고 받는 장애인 방송으로 11월 방송 오프닝이다. 이달은 장애인의 교육권의 문제에 대해서 장애인 게스트를 초청해 방송을 했다.

#3
성서주공 1단지에 사시는 손만익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사별하신 지 10년이 넘어 혼자서 아파트에 사신답니다.
양복저고리 안에 깔끔한 니트 가디건을 챙겨 입으시고, 중절모에 안경. 아주 단정한 멋쟁이시랍니다.
혼자서 사시니까 시장보기, 빨래, 밥, 반찬 모든 건 손수 해결하시는데 음식도 잘해드신답니다.
군대에서 취사병을 해서 못하는 게 없으시다고… 자랑이십니다.
배추전을 굽는 이야기 하시는 걸 들으면 그냥 자랑이 아니라 진짜루 잘하실 것 같습니다.
밀가루 떡, 정구지 전, 배추 전을 굽기 위해 밀가루에 계란 넣고 젓는 모습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멋지고 귀여운(?) 표정이실 것 같네요.
요즘은 귀찮아서 하루에 한 번만 밥을 하신다고… 오래 두면 밥이 딱딱해져서 먹기 힘들어져 하루에 한 번은 해야 한다고 하시네요.

위의 내용은 성서 공동체 FM 방송국 맞은편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을 인터뷰하여 제작하는 방송이다. 12월 11일 손만익 할아버지 방송을 듣고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청취평이다.

▲ 성서공동체FM 홈페이지
#4
“오늘은 성서공동체 FM 제 4기 어린이 라디오 제작교실인데요. 오늘 온 친구들에게 성서공동체 FM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할게. 성서공동체 FM은 작지만 유명한 방송국이야.
어떻게 유명하냐면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것이 많이 있는 방송국이야.
어린이들이 라디오방송을 만들어 방송에 직접 나오는 방송국이야. 이건 대한민국 방송국 중에 어디에도 없어. 어때 신기하지?
오늘 선생님 이야기가 끝나면 생방송에 출연할 거야.
오늘 방송에 출연할 프로그램은 고등학교 1학년 송성한 행님아와 오빠야가 하는 원투쓰리포 음악방송이야. 방송 출연해서 성한이 행님아가 물으면 큰소리로 대답 잘해야 해. 물었는데 답을 안하고 있으면 방송사고야. 알겠지?”

위의 내용은 초등학교 3학년들의 라디오 제작교실 첫 번째 여는 마당으로 라디오 방송 전반에 대해서 강의하는 내용이다. 강의가 있고 난 후 생방송 출연을 하고, 이 꼬마들이 직접 방송 아이템을 선정하고, 대본도 쓰고, 인터뷰도 해서 만든 제작물을 방송으로 내보낸다.

2. 공동체 라디오는?

공동체 라디오의 역사는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전국에 8개가 있다.
관악, 마포, 분당, 광주, 공주, 나주, 영주, 대구 성서이다.
1W의 낮은 출력으로 동네 방송국이다.
공동체 라디오는 기존 공중파와 전혀 다른 제작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공동체 라디오는 비영리이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로 운영되는데 자원봉사자 안에는 기존 방송국에는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성적 소수자, 노인, 어린이,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그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방송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제작된다는 기준이 공동체 라디오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이것은 공동체 라디오만의 특권이다.

공동체 라디오 운영 3년간의 성과는 공동체라디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하다. 열악한 재정과 낮은 출력이라는 극단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성과라면 기존 공중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누구에 의해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동체 라디오는 대안 미디어이다. 당사자들이 직접 소통한다는 것에 의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지역주민들이 방송을 제작하면서 지역의 여론을 만들고 해결해가면서 풀뿌리 주민자치를 실현한다. 그래서 공동체 라디오는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대안 미디어이다.
그리고 공동체 라디오는 청취자가, 곧 방송제작자가 주민 혹은 시민, 참여 미디어로 대안 미디어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성과는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직접 하는 사람들만이 공유할 뿐 공동체 라디오의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의 행정부서에서는 공유할 의지가 없다.
공동체 라디오 도입의 취지도 그러하고 3년간 방송제작도 그러한 공익성이 매우 강한 방송국을 공적 재원의 지원을 중단하면서 광고와 지자체 지원과 후원기부로 생존하라는 시장질서에 내모는 냉엄하고도 잔인한 결정을 내렸다.
1W 출력으로 가청권역이 실내에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거리가 불과 500m~1km 남짓으로, 방송국이라고 이름 하기에도 민망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출력증강은 아예 상정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전국 8개의 공동체 라디오의 시범사업자 외에 전국적으로 지역을 확대하는 신규사업은 주파수가 없다는 이유로 이 또한 진행을 미루고 있다.

물질적 부의 가치만이 최고의 윤리로 강점당한 시대에 작지만 소박하고 사람들의 온기가 넘치는 공동체 라디오 하나 정도는 우리 사회가 좀 더 황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루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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