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에서 한국을 초대 챔피언으로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인 롯데 자이언츠의 외야수 손아섭에 대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포스팅이 실패로 돌아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오전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손아섭의 대한 포스팅 결과,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음을 통보 받고, 이를 손아섭의 소속 구단인 롯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롯데는 지난 16일 KBO에 손아섭의 포스팅을 요청했고, MLB 사무국은 18일 30개 구단에 이 내용을 공시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업무상의 이유로 하루 늦게 절차가 진행되면서 손아섭의 최고 응찰액 발표일도 금일(24일) 오전으로 연기됐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손아섭의 포스팅 전망은 나쁘지 않았다.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응찰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스토브리그 FA 시장에 나온 수준급 선수들의 연봉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당히 저렴한 수준의 연봉에 KBO 리그 정상급 외야수를 영입할 수 있다는 점이 MLB 구단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과, 이른바 '강정호 효과'에 힘입어 한국 선수들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한 점이 그와 같은 전망의 근거였다.

▲ 외야수 손아섭(27·롯데 자이언츠) ⓒ연합뉴스
실제로 볼티모어 지역 언론인 ‘볼티모어 선’은 손아섭에 대해 “오리올스가 필요로 하는 선수”라며 “개인 통산 삼진 비율이 15.6%에 불과하다. 이는 기복이 심한 오리올스 타선이 환영할만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SB네이션’은 “에인절스가 동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황재균과 손아섭”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5~6개 구단이 관심이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고, 'NBC 스포츠'의 경우 손아섭의 포스팅 액수가 500~600만 달러 수준이 될 것이란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던 롯데 구단도 손아섭을 헐값으로 보낼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MLB 구단의 응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수용 여부 결정을 위한 내부 회의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손아섭에 대한 포스팅에 응한 MLB 구단이 없음으로 밝혀지면서 상황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 양상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손아섭 본인도 당황스럽겠지만 롯데 구단의 입장에서도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그래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외야수에게 이런 식의 무관심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손아섭 본인은 '괜찮다'며 담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당장 손아섭의 심리 관리를 위해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분명 예상 밖의 상황이고, 선수 본인이나 롯데 구단 입장에서 민망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나, 이 상황이 전적으로 MLB 구단들이 손아섭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결과라기보다는 MLB 구단들이 손아섭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결과로 보는 것이 맞는 분석일 것이다.

▲ 외야수 손아섭(27·롯데 자이언츠)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인 민훈기 기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손아섭의 포스팅 팀이 하나도 안 나왔다는 것은 예상했던 일은 전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큰 충격 역시 아니다"라며 운을 뗀 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원인에 대해 "타이밍이 정말 안 좋았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타이밍이 없었다"고 짚었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우선협상)는 적어도 한 시즌 이상 미리 포스팅 사실을 알리고 MLB 스카우트 들이 지켜볼 시간을 주었지만, 손아섭에 대해서는 그들이 제대로 된 보고서를 쓸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정확히 파악이 안 된 선수에게 포스팅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손아섭의 포스팅 실패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미리 MLB 구단들에게 홍보하지 못한 시행착오의 결과에 불과하다.

손아섭의 나이 이제 27세다. MLB 도전에 대한 의지만 확고하다면 20대에 MLB 무대를 밟을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사실 올 시즌 손아섭은 부상도 겪었고, 팀 성적도 시원치 않았다. 다행히도 손아섭이 MLB에 도전하는 선수라는 점을 알릴 수 있었고, 프리미어12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국제적으로 알린 만큼 이번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내년에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고 미리 착실하게 준비한다면 수많은 구단들의 경쟁 속에 당당히 MLB 무대에 입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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