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전 보도본부장이 '청와대 개입설'과 노조의 반대 등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KBS 22기 사장에 취임했다. 고대영 신임 KBS 사장이 취임사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변화’였다. 고대영 사장은 “공영방송 KBS가 수행하는 역할에 따른 자부심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것을 버려야 할 때가 왔다. 크게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 24일 오전 10시 취임한 KBS 고대영 사장 (사진=KBS)

24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TS-1 스튜디오에서 조수빈 아나운서의 사회로 고대영 KBS 사장 취임식이 진행됐다. 고대영 사장은 “제가 오늘 서 있는 이 자리는 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작방식도 수입구조도 크게 변한 게 없다. 모든 게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회사 문밖을 나가면, 아니 우리 손바닥 안에서부터 우리의 삶은 180도 변해있다. 세상이 달라졌다면 우리가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 점이 제가 느끼는 걱정의 근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영 사장은 “IMF 때에도 힘들긴 했지만 ‘생존’이란 말을 쓸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가 사장이 된 오늘 가장 먼저 생존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30년 간 저를 지탱해준 세 글자는 자부심이었다. 대한민국 최대 언론사의 일원이라서가 아니라 공영방송 KBS가 수행하는 역할에 따른 자부심이었다. 지금 그 자부심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한 가지 원칙은 명확하다. 변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것을 버려야 할 때가 왔다. 웬만큼 변화해서는 의미가 없다. 크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대영 사장은 ‘조직의 변화’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고대영 사장은 “직종 중심으로 설계된 조직은 수명을 다한 지 오래다. 직무 중심, 고객 중심, 시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직종 중심으로 키워온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제안했다. 이어, “공영성과 경쟁력은 마치 별개라는 생각이 있다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이 낸 소중한 수신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 관계에 대해서는 “노사는 위기를 함께 극복해 갈 동반자다. 저는 노와 사가 상호존중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을 제안한다”면서도 “저는 노조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것이지만 법과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하겠다”고 전했다.

고대영 사장은 또한 공영방송으로서 갖춰야 할 핵심 가치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시했고, ‘제작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의 편성규약 정비’를 계획을 시사했다. 고대영 사장은 “보도, 시사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기본적으로 내재되어야 한다. (공정성과 객관성은) 공영방송 자부심의 근원”이라며 “편성규약 정비를 통해 (공정성, 객관성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고대영 사장은 “현재 편성규약,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공정성 가이드라인, 윤리강령 등은 목적이 중첩되거나 선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내용도 구체적이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규정을 통합하고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을 담은 새로운 규약이 필요하다”며 “편성규약 정비 통해 BBC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대영 사장은 이밖에도 △조직개편·인사·평가·보상시스템 등 각종 제도의 지속적 개혁 △사옥 신축 및 가치 극대화 작업 등의 계획을 밝혔다. 고대영 사장은 “지금 이 순간 KBS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적당한 변화로는 생존이 어렵다. 비록 생각이 조금씩 다르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공영방송 역할 다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라며 “저는 KBS 미래를 위해 저의 모든 것 바치겠다. KBS 가족 여러분 이 변화에 동참해달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30년 후에도 우리 후배들이 KBS인이라는 데 자부심을 누릴 수 있도록 세계 최고의 공영방송 만드는 일에 함께 나서자”고 발언했다.

고대영 사장은 취임식 직후 인사를 내어 이영태 인재개발원장을 인력관리실장으로, 남종혁 대외정책실장을 비서실장으로, 류삼우 인력관리실장을 시청자본부 광고국 광고기획부로, 강석훈 비서실장을 정책기획본부 방송문화연구소 공영성연구부로 발령했다.

한편, 이날 고대영 사장 취임식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는 오전 8시부터 KBS 본관 앞에서 고대영 사장 출근 반대 피케팅을 벌였다. 이들은 “공정방송 보장하고 수요회(김인규 전 KBS 사장의 사조직으로 고대영 사장은 핵심 멤버로 지목되는 인물이다)를 해체하라”, “절대불가 고대영 사장취임 반대한다”, “청와대가 꽂아넣은 고대영을 반대한다”, “관제사장 막아내고 공영방송 사수하자”, “제작자율성 보장하고 공정보도 이행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고대영 사장은 이러한 노조의 반대를 뚫고 취임식을 10분 앞둔 오전 9시 50분께 KBS 본관 주차장을 통해 출근에 성공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언론시민단체들은 24일 오전 8시부터 청와대 낙하산 고대영 사장 반대 피케팅을 벌였다. ⓒ미디어스

▲ 취임식이 끝난 후, 고대영 사장이 취임식에 참석한 전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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